김안례씨 "평생 자랑스러웠던 내 동생 김대중"①

김겨울 기자  |  2009.08.20 09:44
고 김대중 전대통령 친누나 김안례 여사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고 김대중 전대통령 친누나 김안례 여사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 누나인 김안례 여사(88)를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만났다. 김 여사의 막내 딸 박미자씨는 김 여사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이틀째 슬픔에 잠겨있다고 인터뷰시 주의를 당부했다.

현재 김 전 대통령의 형제는 남동생 김대현씨와 친누나인 김 여사만이 생존해 있다. 김 여사는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먹먹한 표정으로 기자와 만났다.

김 전 대통령에 관한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김 여사는 한참이 지나서야 "말을 뜻으로 행하는 사람"이라고 짧게 고인을 평했다.

그리고 80년 전 기억을 더듬어갔다.

"대중이는 정말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개를 몇 개를 넘어서 학교를 가서 공부하고 항상 배우는 그런 사람이었지."

김 여사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두 명의 남동생이 있었다. 김 여사는 "남동생 둘은 아버지를 닮아서 잘생겼다. 그런데 대중이는 그렇진 않았어. 다들 뾰족하고 새촘하게 생겼는데 대중이는 동글동글 생겼잖아. 얼굴은 제일 안 잘생겼지"라고 회상했다.

김 여사는 "둘은 대중이만큼 공부를 잘하진 못했어. 그 때는 남자 형제들은 공부하고 여자 애들은 공부를 안 시킬 때였는데, 둘이는 먹을 것을 싸 가면 학교에 가지 않고 고개에서 먹어버리고 대중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고개에 숨어 기다리고 그랬지"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항상 1등을 도맡아 했던 자랑스러운 아들, 예의바르고 유머 감각도 있었던 탓에 아버지가 가장 예뻐하는 자식이었다고. "아버지가 정말 대중이를 예뻐했어. 자랑스러워했고. 그러면 형제들이 시기할 만도 한데 다들 대중이를 좋아하고 따랐어. 말도 정말 재밌게 했거든."

할아버지 장례식 날, 엄숙한 자리였는데도 불구하고 초등학교도 가기 전 나이인 김 여사와 김 전 대통령은 뛰어다니며 놀았다. 둘은 생소한 상복으로 이런 저런 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데 갑자기 어른 한 분이 와서 "너네들은 눈물도 흘리고 그래야지. 왜 그렇게 놀고 있느냐"고 혼을 냈다.

김 여사는 당황해서 억지로라도 울기 위해 애쓰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 때 김 전 대통령이 와서 "누나, 눈물이 하나도 안 나오는데, 에라이, 침이라도 발라야 겠다"며 쓱쓱 문지르는 시늉을 해 김 여사를 웃겨줬다.

김 여사는 어린 시절 김 전 대통령과 있을 때는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유쾌한 시간이었다고 추억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의 마음 씀씀이는 오래 전부터 꽤나 깊었다고 증언했다.

당시는 먹을 것이 너무 부족해 한 집안에서 행사를 하면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찾아 왔다. 김 여사네 집은 비교적 잘 사는 편이라 제삿날이 되자 가난한 아줌마들로 북적댔다. 그래서 어른들이 김 여사와 김 전 대통령에게 아줌마들이 몰래 떡이나 음식을 가져가는 것을 목격하면 말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보고도 못 본 척했다. 오히려 김 여사가 어머니에게 일러주러 가는데 김 전 대통령이 "가난한 사람들이랑 같이 먹으면 돌아가신 분이 좋아할 것"이라며 말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중이는 아줌마들이 떡을 가져가는 것을 눈 감아 주고 오히려 떡을 가져다주더라고. 그 때 보통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지. 또렷하게 기억나네."(②편에 계속)

고 김대중 전대통령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고 김대중 전대통령 ⓒ사진=송희진 기자 song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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