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사진=뉴시스
염경엽 감독은 5일 오후 2시에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가 비로 인해 취소된 이후 취재진과 만나 "고우석에게 있어서 올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잘해야 한다"고 응원했다.
고우석은 2017년 LG 트윈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 전까지 LG 트윈스의 클로저로 활약했다. 2023시즌까지 한국 무대에서 7시즌 동안 354경기에 출장해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마크했다. 개인 통산 총 368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305피안타(29피홈런) 163볼넷 401탈삼진 145실점(130자책)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2022시즌에는 42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왕에 올랐다. 이어 지난 시즌에는 44경기에 출장해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고우석. /사진=뉴시스
결국 고우석은 지난해 1월 초 극적으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기간 2+1년, 총액 450만 달러(한화 약 59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7번째 선수가 됐다. 투수만 놓고 보면 류현진과 김광현(SSG 랜더스)에 이어 3번째. 류현진과 김광현은 KBO 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다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류현진은 계속해서 선발로 뛰었고, 김광현은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바 있다. 순수 구원 투수로는 고우석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선수가 된 것이다.
고우석의 이탈로 LG 마운드는 전력 약화를 피할 수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이 복귀한다면 물론 내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나는 (고)우석이가 계속 미국에서 잘했으면 좋겠다.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서 성공하는 게 더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가 진짜 중요하다. 내년에는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올해가 특히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염 감독은 과거에도 LG에서 함께하던 시절 고우석을 '우리 아들'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그만큼 고우석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미국 디 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고우석은 2024시즌 연봉 175만달러(약 23억원)를 수령한다. 이어 2025시즌에는 이보다 50만달러가 많은 연봉 225만달러(약 29억원)를 받는다. 여기에 1년 연장 옵션 조항을 실행할 경우, 고우석은 2026시즌 연봉으로 300만달러(약 39억원)를 받을 수 있다. 또 연장 계약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고우석은 50만달러(약 7억원)를 가져간다. 또 고우석과 샌디에이고의 계약에는 2025시즌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하성 역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1년 계약할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3년 차부터)을 계약 조건에 추가한 바 있다.
고우석. /사진=뉴시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지 못한 채 지난 4일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됐다. 샌디에이고가 '타격왕 출신' 루이스 아라에즈 1명을 받는 대신, 고우석과 유망주 제이콥 마시(22), 딜런 헤드(19), 네이선 마토렐라(23)까지 총 4명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내줬다. 이제 고우석은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트리플 A 구단 잭슨빌 점보 슈림프에서 뛸 예정이다.
고우석이 이탈한 자리는 유영찬이 잘 채워주고 있다. 염 감독은 "(고)우석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당장 클로저로 투입되긴 힘들 것이다. 추격조부터 시작하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할 것"이라 전했다. 이어 "아마 (고)우석이가 돌아온다고 할지라도 당장 마무리를 맡지는 않을 것이다. (유)영찬이가 경험을 쌓으면 더욱 좋아질 것이다. 또 (유)영찬이가 해준 게 있을 텐데, 당장 (고)우석이에게 마무리를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고우석은 미국 무대 시범경기부터 고전했다. 6차례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12.60이라는 성적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시범경기에서 흔들리자 고우석은 결국 메이저리그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서울시리즈를 통해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치렀다.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와 동행하며 서울시리즈에 합류하긴 했지만, 끝내 26인 최종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고우석. /사진=뉴스1
샌디에이고 고우석. /사진=뉴시스
이어 '고우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는가'라는 질문에 "계속해서 열심히 하라고 했다. 저와 코칭스태프에서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고우석에게 있어서 적응 기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잘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좀 더 개선할 점이 많다. 계속해서 투구 훈련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 올린 뒤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고우석은 그렇게 개막 엔트리에서 탈락한 뒤 더블A에서 올 시즌을 시작했다. 고우석은 지난달 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더블A 아마릴로 소드 푸들스를 상대로 더블A 무대에서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고우석은 팀이 12-5로 앞선 9회말 구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피안타 없이 경기를 마무리 지으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에 메이저리그 콜업을 향한 기대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더블A에서 투구 중인 고우석. /사진=샌안토니오 미션스 공식 SNS
그러다 15일 노스웨스트 아칸사스 내추럴스(캔자스시티 로열스 산하 더블A 팀)를 상대로 지난 두 경기의 부진을 씻고, 1이닝을 퍼펙트로 책임지며 마침내 미국 무대 첫 세이브 획득에 성공했다. 당시 총 투구수는 11개. 그중 스트라이크는 7개였다.
샌디에이고의 고우석. /사진=뉴스1
샌디에이고의 고우석. /사진=뉴스1
그랬던 고우석이 이후 4경기 연속 무실점 쾌투를 펼친 건 분명 고무적이었다. 지난달 24일에는 위치타 윈드 서지(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더블A)를 상대로 1이닝 1탈삼진 퍼펙트 투구에 성공했다. 고우석이 더블A 무대에서 처음으로 홀드를 챙긴 경기. 그리고 26일 위치타 윈드 서지와 경기에서는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인정 2루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함께 나머지 타자들을 잠재웠다. 고우석은 하루 휴식 후 28일에도 같은 팀을 상대해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해냈다. 그리고 지난 2일에는 아칸소 트래블러스(시애틀 매리너스 산하)를 상대로 1이닝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고우석의 더블A 성적은 승리 없이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8, 총 12⅓이닝 동안 14피안타 7실점(6자책) 4볼넷 15탈삼진 피안타율 0.280, WHIP(이닝당 출루허용롤) 1.46이다.
고우석.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