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박항서 "벤투호와 맞대결? FIFA랭킹 상대가 되나? 만나면..."

심혜진 기자  |  2021.06.16 17:52
16일 오후 화상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항서 감독./사진=화상 인터뷰 캡처 16일 오후 화상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항서 감독./사진=화상 인터뷰 캡처
박항서(62) 감독이 베트남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만들어낸 가운데, 박항서 감독이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자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UAE와 최종전에서 2-3으로 졌다.

5승 2무 1패(승점 17)를 기록한 베트남은 6승 2패(승점 18)의 UAE에 조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렸다. 그러나 8개 조 2위 팀들 중 4위를 차지해 5위까지 주어지는 최종예선 티켓을 획득했다.

베트남이 월드컵 최종예선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역대 처음이다. 박항서 매직이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이날 오후 5시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항서 감독은 "먼저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고 한다. 나 역시 올해 가장 큰 목표로 정한 것이 최종 예선 진출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UAE 경기서 후반 막판 2골을 넣었지만 경기 초반에 대량 실점을 했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제 한 수위의 팀과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다가오고 있다. 도전이 올 때마다 지난 4년간 선수들과 함께 해 나갔다. 앞으로도 도전해나가야 한다"면서 "베트남 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들, 축구 팬들이 응원해주신다는 이야기 들었다. 응원, 격려 감사드린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본선 진출 확정 후 첫 느낌은 어땠을까. 이날 박항서 감독은 경기 전에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 경기보다 45분 전에 호주와 요르단 경기가 있었다. 호주가 1-0으로 이겼기 때문에 우리가 진출된 것이 확정됐기 때문에 안심하고 봤다"고 웃어보이면서도 "경기 초반 대량 실점했다는 것이 마음이 속상했다. 다행히 후반에 끝까지 열심히 추격해서 2골을 만회한 것에 위안이 됐다. 경기 끝나고 락커룸에 들어가보니 선수들이 져서 그런지 표정들이 좋지 않더라. 감사했다, 수고했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축구에 대한 애정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정부 혹은 협회 쪽에서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박항서 감독은 "선수들이 감독의 지시 사항 또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잘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따라오려는 자세가 좋다. 하지만 축구 인프라나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다. 축구 전문가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이렇듯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의욕은 크다. 이런 부분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항서 감독은 때아닌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지난 12일 말레이시아(2-1 승리)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최종예선까지 통과한다면 베트남에서 해야 할 역할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결별설이 야기됐다. 이후 매니지먼트를 통해 "현재까지 거둔 성적에 대한 긍정적인 자평"이라며 해명했었다.

이날 한 번 더 강조했다. 박 감독은 "그 말의 의미는, 함축된 이야기다. 이전에 회사에서 발표한 내용이 맞다. 다들 의문을 많이 가지신 것 같은데, 베트남에 와서 '최초'라는 수식어 몇 가지 달성했다. 실패도 있었지만 기대 이상의 결과를 냈다. 동남아에서는 좋은 결과를 냈지만 탈 동남아에서는 아니다. 그래서 올림픽 최종 진출을 목표이자 최종 과제로 삼았다. 그 의미로 말을 했던 것이다. 나는 대표팀과 내년 1월까지 계약이 되어 있다. 계약 기간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속이다. 나머지 향후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다시 한번 결별설을 일축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향후 일정에 고민이 크다. 박 감독은 "지금 했던 예선전과 최종예선은 수준 차이가 크다. 겪어봐서 안다. 최종 예선 레벨에 대해 선수들에게도 설명해 줬다"며 "고민이 많다. 망신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 (최종예선) 레벨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가 필요하다면 협회에 요청해야 한다. 그래서 차근차근 생각할 예정이다. 선수들은 아시아 정상의 팀들과 겨루면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것이 경험이 될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종 예선은 12개팀이 6개씩 2개조로 나뉜다. 각 조 1, 2위팀은 월드컵 진출 확정이고 3위팀들이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베트남은 조추첨 결과에 따라 벤투호와 한 조로 묶일 수도 있다. 박 감독은 "한국과 안 만나는게 좋지 않겠나. 부담스럽다.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FIFA랭킹 상대가 되나(웃음). 나로서는 영광이다. 붙게 된다면 도전해보겠다. 조국인 대한민국과 하게 된다면 많은 분들의 관심을 갖겠지만 강팀이니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최근 별세한 유상철 전 감독에게도 한 마디를 남겼다. 그는 "훈련하고 들어오니 김병지(축구협회 부회장)에게 전화가 들어와있었다. 느낌이 조금 이상해서 전화를 했더니 '한 시간 전에 유상철 감독이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정말 안타깝다. 작년에 한국 갔을 때 만났을 때 호전되고 있다고 들어서 기뻤는데 할 일이 많은 사람인데 일찍 가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2002 월드컵도 생각이 난다. 고등학교 후배다. 내가 잘못했거나 도와주지 못했던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스스로도 많이 돌아보게 됐다. 하지 못한 일 하늘나라에서 하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뉴스1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