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준다더니.." K-드라마 현장 속 '카스트 제도'[★창간19-별의별답④]

안윤지 기자, 김노을 기자, 김나연 기자  |  2023.09.01 09:00

편집자주 | <편집자주>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해 사막을 거니는 사람들, 화려한 K-콘텐츠 부흥 속 세상이 명명한 '무명'의 이름으로 어둠을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별에게 묻고, 별에게 답을 듣는 시간 '별의별답'.

배우 황인덕 인터뷰 및 연극 현장 취재(창간 기획) /사진=김창현 chmt@ 배우 황인덕 인터뷰 및 연극 현장 취재(창간 기획) /사진=김창현 chmt@
매해 톱스타들의 개런티가 높게 책정되고 있고 이는 간혹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배우 이제훈은 SBS '모범택시' 출연 당시 회당 1억 원, 배우 김수현은 쿠팡플레이 '어느 날' 출연 당시 역대 최고 금액인 5억 원 이상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또한 송중기, 이종석, 지창욱 등 한류 스타들은 지상파·종편 드라마에서 회당 출연료 3억 원을 달성했다고 전해지기도 했다. 그 누구도 이를 확신할 수 없으나 확실한 건 드라마 속 주연 배우가 가장 높은 금액과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ENA '이상한 드라마 우영우', 넷플릭스 '더 글로리', JTBC '재벌집 막내아들' 등이 연달아 국내외에서 흥행하며 이제 'K-드라마'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이 때문에 한국 드라마 판은 좀 더 좋은 배우, 좋은 대본을 가져오기 위해 안달 난 상태다. 그래서 앞선 배우들의 높은 개런티도 감수하고 캐스팅하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환한 빛이 있다면 어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명 감독과 배우, 거액의 투자금, 송출 플랫폼 모두 중요한 요소지만, 거기서 가장 뒷받침되는 건 바로 스태프와 조·단역 배우다. 특히 이른바 '무명'이라 불리는 조·단역 배우들은 항상 장면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로 사용됐다. 남자 주인공을 위기에 빠트리는 역, 여자 주인공을 돕는 역, 심지어 등장 1초 만에 죽는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고 연기하는 사람이 바로 조·단역 배우다.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면 이들은 필요한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결국 시들어가고 있다. 즉, 드라마 촬영 환경, 작품 퀄리티는 높을지라도 스태프 및 조단역 배우가 받는 대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말이다.

배우 황인덕 인터뷰 및 연극 현장 취재(창간 기획) /사진=김창현 chmt@ 배우 황인덕 인터뷰 및 연극 현장 취재(창간 기획) /사진=김창현 chmt@
실제로 연기 경력이 10년 차 된 배우 역시 힘든 현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스타뉴스와 만난 배우 황인덕은 "예전에 어떤 작품에 단역 출연 당시 일부러 페이를 물어보지 않은 적이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작품 쪽에서 페이 얘기를 안 하고 돈도 보내지 않길래 '왜 안 주냐'라고 물으니 정말 낮은 가격을 받았다"라며 "아는 지인도 15년 넘게 연극을 하다 매체로 넘어간 사람이 있다. 운 좋게도 시작 페이가 꽤 높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높았던 페이가 (작품 여건 등에 맞게) 낮출 수가 없는 거다"라고 털어놨다.

일부 캐스팅 디렉터가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얼마의 출연료를 책정하고 작품에 들어갔지만 실제로 받는 돈은 사전 협의된 금액과 다르거나 터무니 없이 적은 경우가 그 예다. 즉 캐스팅 디렉터가 약속을 어기고 배우 몫의 금액을 자신이 더 떼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에 대해 황인덕은 "이로 인해 알게 모르게 피해를 본 배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 경력 8년 차를 지닌 익명의 한 배우 A씨는 드라마를 촬영할 당시 갑작스레 출연료 삭감을 요청받았던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A씨는 "어떤 작품에서는 제작비를 다른 곳에 쓰느라 부족하다면서 우리(조단역들)한테 출연 계약서를 주며 '이 정도 금액으로 해주면 안 되냐'고 묻더라. 해당 금액은 기존에 들었던 돈에 비해 낮은 금액이었다. 그래서 난 '들은 돈이랑 다르다'고 거절했다"라며 "아마 나보다 더 아래 등급에 있는 배우부터 깎고 올라온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배우 황인덕 인터뷰 및 연극 현장 취재(창간 기획) /사진=김창현 chmt@ 배우 황인덕 인터뷰 및 연극 현장 취재(창간 기획) /사진=김창현 chmt@
다 같이 작품의 성공을 위해 모였다고는 하지만 A씨의 말을 빌리면 여전히 드라마 현장은 카스트 제도로 이뤄진 꼴이다. 제작비가 부족하면 연기 경력이 낮은 순에서 높은 순으로, 또는 인지도가 그나마 높은 사람이 대우받는다. 스태프들은 또 어떤가. 당장 포털사이트에 드라마 현장을 검색해도 촬영 52시간 제한은 존재하지만 그 외의 복지는 보장받지 못할 때가 많다. 보이지 않은 그림자 속에서 일한다고 해서 그들이 소품 취급받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 진정한 K-콘텐츠의 성공을 하기 위해선 '카스트 제도'를 철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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