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후배 괴롭힘+폭언' 국대 리베로 오지영, '1년 자격정지' 중징계... KOVO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 척결되어야 할 악습"[공식발표]

박건도 기자  |  2024.02.27 14:39
페퍼저축은행 리베로 오지영.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페퍼저축은행 리베로 오지영.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팀 내 후배 괴롭힘 논란에 휩싸였던 오지영(36·페퍼저축은행)이 결국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7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KOVO는 오늘 오전 연맹 대회의실에서 오지영 선수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2차 상벌위원회를 개최했다"라며 "금일 상벌위에서는 오지영 선수 및 피해자로 지목된 선수를 재출석시켰다. 페퍼 관계자도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구단 참고인들의 진술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괴롭힘 논란'은 사실로 확인됐다. KOVO는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만전을 기했다. 그 결과 오지영 선수의 팀 동료에 대한 괴롭힘과 폭언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징계 수위도 결정됐다. 오지영은 1년간 배구 코트에 나설 수 없다. KOVO는 "상벌위는 이 같은 행위들은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라 판단했다. 앞으로 프로스포츠에서 척결되어야 할 악습이다. 다시는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재하려 한다. 선수인권보호위원회규정 제10조 제1항 제4호, 상벌규정 제10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상벌규정 별표1 징계 및 제재금 부과기준(일반) 제11조 제4항 및 제5항에 의거해 오지영 선수에게 『1년 자격정지』의 징계를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해 KOVO는 페퍼 구단에 선수단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오지영은 2006년 구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현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프로 데뷔한 베테랑 리베로다. 2006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한 오지영은 2010년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2010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종목에도 참가했다. 당시 여자 배구대표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0-3으로 지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공식 발표가 있기 전 KOVO와 페퍼는 선수단 내 괴롭힘 논란에 신중하게 대처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전 KOVO는 지난 23일 1차 상벌위를 개최했다.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오지영(하늘색 유니폼)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오지영(하늘색 유니폼)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KOVO는 "상벌위는 A선수(오지영)와 피해를 주장하는 선수 모두에게 소명 기회를 줬다. A선수와 일부 피해자 선수가 직접 참석했다"라고 했다. KOVO 관계자는 상벌위 하루 전 스타뉴스를 통해 "신고 내용을 검토했다. 상벌위가 필요하다고 봤다. A선수는 상벌위에 출석해 입장을 소명할 것이다. 팀을 이미 떠난 선수 중 한 명도 상벌위에 참석한다"라고 말했다. 배구계에 따르면 A선수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지난해 말 선수 2명이 퇴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페퍼는 "피해자가 KOVO 선수고충처리센터에 직접 신고하지는 않았다. 구단이 사후 조사를 위해 KOVO에 직접 해당 사안을 알렸다. 상벌위 결과에 따라 구단의 추가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답했다.

1차 상벌위에서 KOVO는 보다 명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상벌위 재개최로 가닥을 잡았다. 27일 오전 9시부터 진행된 2차 상벌위에서 오지영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정됐고, 오후 중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패배 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스1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패배 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스1
패배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페퍼저축은행 선수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패배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페퍼저축은행 선수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2021년 9월 창단한 페퍼는 올 시즌 최대 위기를 맞았다. 팀 내 불화와 성적 부진 끝에 조 트린지(37) 감독은 페퍼를 떠난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 26일 스타뉴스를 통해 "트린지 감독의 마지막 경기는 지난 한국도로공사전이었다. 선수들도 알고 있다. 서류상 절차만 남았다. 페퍼는 이경수(45) 수석코치로 잔여 시즌을 마무리할 것이다. 분위기 쇄신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전했다. 페퍼는 여자부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23연패)에서 허덕이다 지난 23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했다.

시즌 초반부터 페퍼는 갑작스러운 감독 퇴장에 흔들렸다. 페퍼 2대 사령탑 아헨 킴(39) 감독은 지난해 6월 팀을 갑자기 떠났다. 2023~2024시즌 시작 전 트린지 감독은 급히 지휘봉을 잡았다.

 2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페퍼의 경기, 세트스코어 1대 3으로 패배하며 23연패를 기록한 페퍼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2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페퍼의 경기, 세트스코어 1대 3으로 패배하며 23연패를 기록한 페퍼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23연패를 기록한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23연패를 기록한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31) 영입 과정에서도 아쉬운 일처리 과정을 드러냈다. 페퍼는 주전 세터 이고은(30)을 보상선수로 한국도로공사로 보냈다. 핵심을 잃은 페퍼는 이고은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2023~2024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과 주전 미들블로커 최가은(23), 1라운드 지명권까지 내줬다. 한국도로공사는 드래프트 1픽으로 전체 1라운드 1번 김세빈(19)을 영입했다. 김세빈은 데뷔 시즌 올스타 팬투표에서 여자부 K스타 미들블로커 전체 2위에 선정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줄곧 최하위를 전전했던 페퍼는 올 시즌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페퍼는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셧아웃 완패를 당하며 21연패를 기록했다. 리그 최다 연패 신기록이었다. 종전 여자부 최다 연패 기록은 2012~2013시즌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였다. 페퍼는 창단년도인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에 거쳐 이미 20연패를 당한 바 있다. 올 시즌에는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이라는 멍에까지 안았다.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105일 동안 승리가 없었다. V리그 종전 최다 연패 기록인 20연패도 넘었고, 끝내 23경기 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남자부 단일 시즌 기록인 2012~2013시즌 KEPCO(현 한국전력)의 25연패 직전에서 끊었다.

오지영.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오지영.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지표로 봐도 페퍼의 문제점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페퍼는 득점과 서브, 세트와 리시브, 수비 기록까지 V리그 내 최하위다. 31경기에서 공격 성공률은 37.0%에 그쳤고 리시브 효율은 26.22%였다.

페퍼는 트린지 감독의 마지막 경기였던 6위 한국도로공사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 이겼지만, 이미 꼴찌 탈출은 불가능하다. 페퍼는 31경기 3승 28패 승점 10으로 6위 한국도로공사(10승 21패 승점 33)와 23점 차이다.

팀 내 잡음이 있었던 듯 트린지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4라운드 무렵 트린지 감독은 "팀 내 응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인 팀워크를 잡아야 기술적인 부분이 따라온다"라고 암시하기도 했다.

해결이 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트린지 감독은 지난달 19일 수원 현대건설과 홈 경기에서는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하고 싶지 않다"라면서도 "팀원들이 함께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 페퍼는 좋은 팀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팀 문화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방법을 찾겠다"라고 밝혔다. 허나 페퍼는 트린지 감독의 발언 이후에도 해법을 찾지 못했다. 연패 기록은 이어졌고, 팀 내 선수 괴롭힘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퍼졌다.

일단 팀 내 괴롭힘 논란의 중심이었던 오지영은 1년간 배구 코트에 발을 들일 수 없다. 사령탑 교체도 확정됐다. 코트 밖 잡음에 휩싸인 페퍼는 이경수 수석코치 체제로 올 시즌을 끝낼 예정이다.

페퍼는 올 시즌 5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오는 29일 홈에서 IBK기업은행과 경기를 치른 뒤 다음 달 3일 GS칼텍스와 맞붙는다. 잔여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페퍼는 최하위 확정이다.

오지영.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오지영.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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