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행' 장정석-김종국, 팬들에 사과 한 마디 없었다... "뒷돈 받았습니까" 질문에 초고속 퇴장 [서초동 현장]

서초동=김동윤 기자  |  2024.01.30 12:54
장정석(위) KIA 전 단장과 김종국 KIA 전 감독이 30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장정석(위) KIA 전 단장과 김종국 KIA 전 감독이 30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사진=김동윤 기자
팬들을 향한 사과의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장정석(51) 전 KIA 단장과 김종국(51) 전 KIA 감독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초고속 퇴장했다.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은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했다. 장정석 전 단장이 오전 9시 55분, 김종국 전 감독이 오전 10시 무렵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 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나란히 포토 라인에 섰다.

10시 30분 시작된 심사는 낮 12시 15분 무렵 끝났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들어갈 때나 나왔을 때나 태도는 한결 같았다. 취재진으로부터 "뒷돈을 받았습니까", "혐의를 인정합니까", "팬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죠" 등 여러 질문을 받았으나, 두 사람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굳은 표정으로 준비된 검찰 차량에 탑승해 서울의 한 구치소로 향했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쯤 가려질 전망이다. 만약 김 전 감독이 구속된다면 프로야구에서 개인 비리로 현직 감독이 구속되는 첫 사례다. 앞서 1983년 당시 삼미 슈퍼스타즈의 김진영 감독이 경기 도중 판정에 불복, 심판을 폭행해 구속 기소된 적은 있다.

두 사람이 받는 주혐의는 배임수재죄다. 특정 업체가 KIA 구단과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에 따르면 특정 업체는 KIA 구단 후원사 중 하나인 A 업체로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은 각각 1억 원대와 수천만 원대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357조(배임수증재)에 해당하는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정의된다. 해당 죄를 범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장정석 전 KIA 단장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장정석 전 KIA 단장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종국 전 KIA 감독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종국 전 KIA 감독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3월 장 전 단장의 뒷돈 요구 의혹이다. KIA는 해당 사실을 확인한 후 장 전 단장을 해임 조치했으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개 구단을 상대로 전수조사 후 지난해 4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동원 건과 별개로 장 전 단장의 배임수재 혐의를 포착한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지난해 11월 장 전 단장의 주거지 등 2~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장 전 단장이 부당하게 챙긴 금액 중 일부가 김 감독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했다.

KIA 구단은 일찌감치 이들과 선을 그었다. KIA는 장 전 단장의 뒷돈 파문 당시 지난해 3월 28일 관련 내용을 파악했고 이틑날인 29일 징계위원회를 소집했다. 장 단장은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서면으로 본인의 입장을 전달했다. 장 단장과 선수 측 입장을 모두 들은 KIA는 대화 내용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고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해임을 결의했다. 구단은 "2022년 모 선수(박동원)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했다는 제보를 지난 주에 받은 후 사실 관계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장정석 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종 해임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감독에 대해서도 KIA 구단은 빠른 결단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확실한 절차를 밟았다. 김 전 감독에게 구속 영장이 청구된 것은 지난 24일이었다. 그날은 KIA 구단의 2024시즌 유니폼 촬영날이었고 이때까지도 김 전 감독은 구단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결국 KIA는 외부 제보를 통해 25일 김 전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27일 김 전 감독과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김종국(왼쪽) 전 KIA 감독과 장정석 전 KIA 단장./사진=OSEN 김종국(왼쪽) 전 KIA 감독과 장정석 전 KIA 단장./사진=OSEN
이에 KIA는 28일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김종국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며,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29일 오전 김 전 감독이 단순히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구속 영장까지 청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KIA의 판단도 달라졌다. KIA는 이날 오후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해 김종국 감독과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뒤이어 공식 사과문을 통해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팬과 KBO 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 팬, 그리고 KBO 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다"면서 "이번 사안에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KIA는 스프링캠프를 호주 캔버라(1차)와 일본 오키나와(2차)에 차린 상황이다. 이번 캠프에는 코칭스태프 19명, 선수 47명(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 등 66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선수단은 30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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