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나, 속삭이는 무용] 고고한 선비의 몸짓 ‘한량무’

채준 기자  |  2020.06.29 11:20


‘저사람 한량이네!’

일하지 않고 노는 사람의 비유적 표현이다.

보통 한량은 벼슬에 오르지는 못한 양반 또는 노상 놀고먹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풍류를 알고 기세가 좋으며 의협심이 있는 사나이를 별칭으로 말한다. 놀기좋아하는 베짱이 같은 사람이라는 요즘의 인식과는 많이 다르다.

이런 한량의 모습을 표현하는 우리나라 춤이 있는데 전통춤 ‘한량무’이다.

한량무는 주로 혼자 추는 홀춤으로 추어지고 있지만, 원래 1900년대 이전에 서민 계층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발생한 민중 놀이 춤이다.

이 민중 놀이는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남사당패’가 있었는데, 독신 남자들만의 유랑예인집단으로 무동패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집단은 기본적인 보수 없이 떠돌아다니며 활동하였는데 숙식과 어느 정도의 노잣돈만 지급해주면 마을의 장터에서나 큰 마당에서 놀이판을 벌였다.

남사당패는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이가 있었는데 이를 ‘꼭두쇠’라 불렀으며 이들은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여섯가지로 이루어진 연희 놀이를 펼친다. 여섯가지 연희로는 풍물놀이 ‘농악과 대접 돌리기 ’버나‘가 있고, 땅에서 재주부리는 ’살판‘, 그리고 줄타기 연희의 ’어름‘, 가면극의 ’덧뵈기‘, 인형극과 꼭두각시 놀이의 ‘덜미’ 등을 공연했다. 현재 남사당패는 경남 중요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위의 여섯가지 연희를 전승하고 있다.

현재 추어지고 있는 홀춤의 한량무는 이 남사당패의 연희종목 중 한 대목으로 가면극의 무동춤이 한량무의 기원이 된다. 무동춤은 남자의 어깨 위에서 한량·별감·승려·기생 등으로 분장한 사람이 춤을 추는 춤극이며 과거에 낙방한 한량과 승려가 한 여성을 사이에 두고 유혹하는 내용을 표현한 무언의 마당극 형식의 춤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사진제공=조하나 /사진제공=조하나


이후 민속춤과 권번춤의 영향을 받으며 지역의 특징적인 춤사위로 추어지면서 남성 혼자 추는 홀 춤이 생겨났고,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양반춤·선비춤·허튼춤·즉흥춤 등의 다양한 형태의 명칭의 홀춤 한량무를 형성하였다.

한량무는 한국 전퉁춤에서 남성 춤이 거의 없었던 시절에 남성 춤꾼들이 각자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 다양한 색깔의 한량무를 무대화하였으며 그러면서 남성 춤의 대표격으로 자리매김한 춤이다. 한량무는 남사당패에서 추어지던 해학적이고 계급사회를 풍자한 춤과는 다르게 양반스러운 의젓한 모습으로 한량들이 노는 모습을 춤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특히 홀춤 한량무는 서사구조를 지니는 연극적 요소를 배제하고 춤의 테크닉과 미학적 표현들 그리고 예술적인 면에 중점을 두는 춤으로 변화되어 내면적 감정을 멋과 흥으로 표현한 춤이다.

남성 춤꾼들이 추는 전통춤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홀춤 한량무는 몇 안되는 남성춤으로 추는사람의 따라 확실한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춤이며 선비의 멋과 흥 그리고 고고한 정신을 표출한 춤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뉴스 단독

HOT ISSUE

스타 인터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