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만의 눈]코로나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는 선행 물결

배병만 산업레저대기자  |  2020.04.02 15:14
지난달 13일 한 파출소에 전달된 기부자의 손편지. 기부행렬의 물꼬를 튼 선행 가운데 하나일 듯 싶다. 지난달 13일 한 파출소에 전달된 기부자의 손편지. 기부행렬의 물꼬를 튼 선행 가운데 하나일 듯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스크 구하기 전쟁이 극에 달할 쯤인 지난달 13일. 부산의 한 파출소 앞에 20대의 3급 지체장애인이 마스크 11장과 사탕, 손편지를 담은 노란봉투를 남겨놓고 홀연히 자리를 떠났다. 그는 편지에서 “부자들만 하는 게 기부라고 생각했는데 뉴스를 보니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 용기를 내게 됐다. 너무 적어 죄송합니다”라고 미안함마저 나타냈다고 한다.

지금은 국내 마스크 생산 증가와 약국 요일제 배급 등으로 마스크 공급이 나아진 상황이지만 당시에는 마스크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한 장애인의 선행 뉴스는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사정도 넉넉지 않을 한 장애인의 기부는 사회 고위층의 기부·헌납 등의 노블리스 오블리주와는 또다른 감동을 안겨다 준 것이다.

기부가 또 다른 기부를 낳은 듯 코로나 19로 여전히 고통속에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 요즘 한국사회 곳곳에서는 아름다운 기부와 선행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고통과 아픔을 달래주고 희망과 긍정적인 미래를 선사해주고 있다.

요즘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서는 코로나 19 현황소식과 함께 미담사례로 전하는 코너를 만들어 훈훈한 소식을 널리 알리고 있다. 경상북도 공식블로그에서는 “최근 문경에서 생산된 콩을 가공해 콩물을 만드는 한 사장이 힘든 상황에서도 서울대병원 생활치료센터에 근무하는 의료진을 위해 인삼을 첨가한 콩물을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부인은 간호사 출신으로 현재 남편과 떨어져 구미시에 파견되어 간호사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가족 전체가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라는 내용을 전했다.

또 어느 지역에서는 기초수급자인 70대 노점상이라고 소개한 할머니가 마스크 40장과 현금 100만 원, 그리고 서툰 글씨로 쓴 손편지를 담은 검은색 비닐봉지를 경찰서에 전했다는 미담도 전해진다. 이런 선행사례들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전국 지역별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부활동도 초기부터 한둘 일어나더니 점차 큰 물결을 이루고 있는 모양새다. 초기 ‘의리의 사나이’ 김보성이 직접 대구를 방문 마스크를 직접 전달하는 인상 깊은 선행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과 가수 악동뮤지션의 이수현 등을 포함한 연예인들이 크고 작은 성의들을 앞다퉈 표했다. 프로야구의 류현진, 추신수, 골프의 신지애, 그리고 프로농구 등 거의 모든 종목에 걸쳐 선수와 스포츠단체에서 역시 선행물결을 더욱 거세게 출렁이게 했다. 액수나 지원물량의 크고 작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의 순수한 마음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는 많은 사람들에 웃음과 용기를 잃지 않게 하고 있다.

역시 기업들의 동참도 초기부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전자는 영덕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고 구호물품과 성금 등으로 통큰 3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도 했다. 식음료업체인 오리온은 마스크 3만 여개, 생수 7만 여개, 그리고 수억원을 기부하는 등 대기업 중견기업 할 것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중소기업사랑나눔재단이 코로나19로 경제와 사회가 위축된 시기에 희망을 전달하고자 개인이나 단체, 기업을 대상으로 미담 영웅을 발굴하는 1000만원 상당의 공모전을 개최한다는 소식도 신선하다.

돌아보면 그간 혹독한 재앙과 사고에서도 한국민들의 선행들은 늘 큰 물결을 이뤘고 큰 힘이 됐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7년 태안기름유출사고 때 해안살리기 봉사 활동에 참여한 전국의 봉사대원들이 해안가를 가득 덮은 장면도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국난 극복이 취미의 DNA’를 몸속에 간직했는지 한국민들은 늘 어려운 고통속에서도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번번이 오뚝이처럼 일어섰던 것이다.

비록 금전적이거나 물품을 주지 못했더라고 한국민들은 이미 전세계에 미담사례의 주인공들로 기록될 전망이다. 세계적 혼란속에서도 ‘사재기가 없는 한국’이라고 지구촌을 놀라게 한 것은 치밀한 유통망 덕분 이라기 보다는 침착하게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사회적인 연대를 형성하게 한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 말 현재 지난 10년간 기부금 모금 역사상 가장 많은 920억원 이상이 모였고 기부 신청이 끊이지 않아 모금 기간을 1개월 연장한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안개 속의 코로나의 세계적인 재앙. 안타깝고 슬픈 소식도 많지만 한국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행물결을 바라보며 용기와 희망을 갖고 어서 빨리 코로나가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배병만 대기자 배병만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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