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미지의 존재를 대하는, 어법이 다른 SF

[리뷰] '컨택트'

김현록 기자  |  2017.02.03 16:36
사진=\'컨택트\' 스틸컷 사진='컨택트' 스틸컷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거대한 UFO가 나타났다.' 미지의 존재를 다루는 많은 SF들은 대개 비슷하게 시작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Arrival)도 마찬가지다. 일단 외계인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지만, 그들과 만나는 이가 누구냐에 따라 영화의 장르와 방향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폭발물 전문가라면 폭탄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라면 호기심 어린 탐구에 들어갈 것이며, 어린이라면 보다 순수하게 접근할 것이다. '컨택트'는 유능한 언어학자를 내보냈다. 탁월한 선택이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문법의 SF가 당도했다.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딸을 잃은 상실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지구 곳곳에 12개의 거대한 쉘이 나타난다.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세계는 혼란에 빠진다. 미 대륙에 나타난 쉘을 탐사하러 CIA는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을 파견한다. 둘의 임무는 '그들'이 누구며 왜 지구에 왔는가를 알아내는 일이다. 풀리지 않는 의문의 신호에 골몰하던 루이스는 그들과 마주한다. 그리고 알아낸다. 그들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을. 질문하고 답을 얻기 위해서 루이스는 그들의 언어를, 그들은 루이스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

'컨택트'는 그간의 외계인 SF물이 간과했던 어쩌면 더 근본적인 문제, 언어와 소통을 파고든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한 끈질기고 집요한 접근은 최신의 우주과학을 적용한 치밀함으로 관객을 매혹시켰던 '인터스텔라'와는 또다른 지적 쾌감을 안긴다. 가히 문과생을 위한 SF라 할 만하다. 깨달음의 순간, 영화의 모든 순감을 다시 곱씹게 하는 반전 또한 강력하다. 지적 쾌감을 안기는 데 머물지 않고 결국 고요히 가슴을 치고 만다.

사진=\'컨택트\' 스틸컷 사진='컨택트' 스틸컷


'컨택트'는 현존하는 최고 SF 작가라 칭송받는 테드 창의 단편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원작이다. 어떤 언어를 쓰느냐가 지각과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피어 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 빛은 최단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택한다는 '페르마의 원리'가 중요하게 쓰이지만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영화를 따라가는 데 무리는 없다. 지적 쾌감을 즐기는 관객에게 더욱 어필할 영화지만, 사실 모르고 볼수록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독백과도 같은 원작의 건조한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적절히 가지를 치고 살을 덧붙여 더욱 풍성한 질감의 영화를 완성해냈다. 고요한 가운데서도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는 솜씨 또한 여전하다. 검은 광택이 도는 거대한 쉘, 붓에 먹물을 찍어 그린 듯한 원형으로 묘사된 외계의 언어, 햅타포드라 명명된 외계인의 모습 등 신선한 비주얼도 영화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 나약한 여인, 강단있는 과학자를 오간 에이미 애덤스는 뜨겁지 않은 열연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듯하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탈락이 아쉽다.

한가지 더. 'Arrival'이란 함축적인 의미 가득한 제목을 굳이, 20년 전 주디 포스터의 SF '콘택트'와도 헷갈리는 '컨택트'로 왜 바꿨는지 의아하다.

2월 2일 개봉. 러닝타임 116분. 12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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