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아이덴티티', 샤말란이 돌아왔다..맥어보이의 다중이 원맨쇼

[리뷰] '23 아이덴티티'

김현록 기자  |  2017.02.14 19:03
사진=\'23 아이덴티티\' 스틸컷 사진='23 아이덴티티' 스틸컷


한 사람 안에 복수의 인격이 존재하는 해리성 인격장애, 일명 다중인격은 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차용된다. 성격과 성향이 완전히 다른 인격들이 번갈아 한 인간을 지배하며 벌어지는 일들이 그 자체로 극적인 상상을 자극한다. 정신감정을 통해 한 인간 안에 24개 인격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받아 강간·납치를 저지르고도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던 미국의 '빌리 밀리건 사건'(1977)에서 보듯 다른 인격들은 나이, 성별, 성향, 뇌파까지 다른 모습을 보이며, 한 인격이 전면에 나서 있는 동안 다른 인격은 벌어진 일을 인지하지 못한다.

'23 아이덴티티'는 '식스센스'부터 '언브레이커블', '싸인' 등으로 잘 알려진 M. 나이트 샤말란이 만든 다중인격 서스펜스물이다. 해리성 인격장애에 대한 꼼꼼한 리서치에 특유의 으스스한 상상력을 더했다.

친구의 생일파티를 마치고 차를 얻어탄 외톨이 10대 소녀 케이시(안야 테일러 조이)는 함께 차에 탔던 두 친구와 함께 납치된다. 마취제에 정신을 잃었던 세 소녀가 눈을 뜬 곳은 문이 잠긴 방 안. 납치범은 무려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이다. 함께 공존하던 케빈의 23개 인격 중 편집증 증세의 데니스, 여성인 패트리샤, 9살 소년 헤드윅이 케빈을 지배하면 납치를 저지른 것. 무시무시한 24번째 인격의 존재를 예고하고, 소녀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한다. 한편 정기적으로 케빈을 상담하던 플레처 박사(베티 버클리)는 케빈에게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짐작한다.

북미 개봉 이후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23 아이덴티티'는 '식스센스'의 M.나이트 샤말란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은 회심의 작품이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1999년 허를 찌르는 강렬한 반전, 착착 맞아떨어지는 복선으로 아직까지 회자되는 감독의 대표작 '식스센스'에 비할 바는 아니다. 갑자기 깨어난 위험한 인격이 범죄를 벌이고 소녀가 탈출을 시도한다는 줄거리는 단순할뿐더러 어렵지 않게 다음을 예측할 수 있다. 허점도 있다. 쉬운 이야기로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하는 감독의 센스는 확실히 되살아났다. 알듯말듯 조금씩 떡밥을 던지며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비용 대비 효과도 상당한 서스펜스다. 제한된 등장인물, 밀실이나 다름없는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인격이 바뀌듯 장면과 장면의 전환에 힘을 들였다. 배경과 의상도 시선을 붙든다.

안야 테일러 존슨(사진 왼쪽)과 제임스 맥어보이(사진 오른쪽) / 사진=\'23 아이덴티티\' 스틸컷 안야 테일러 존슨(사진 왼쪽)과 제임스 맥어보이(사진 오른쪽) / 사진='23 아이덴티티' 스틸컷


무엇보다 집중해 바라보게 되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다중인격자 케빈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다. 시대극, 멜로드라마, 액션, 블록버스터 히어로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팔색조 매력을 발산해 온 그는 분장의 도움도 없이 옷 몇 벌을 바꿔입는 것만으로 캐릭터의 상찬 같은 연기 퍼레이드를 펼친다. 말의 톤과 억양은 물론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미세하게 바꿔가는 드라마틱한 원맨쇼다. 극중 제임스 맥어보이가 괴력의 소유자가 됐을 땐 더 건장해지고, 9살 꼬마가 되었을 땐 쪼그라든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겁에 질리면 일단 비명부터 지르고 보는 공포물 속 여느 10대 주인공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보여주는 신예 안야 테일러 조이도 인상적이다. '라스트 에어벤더' '애프터 어스'로 용두사미의 아이콘이 됐다 생각했건만, M.나이트 샤말란의 다음이 궁금해진다.

오는 22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P.S. 원제는 '분열된'이란 뜻의 'Split'이다. 센스 만점에 오프닝과도 어울리는 제목이지만 바꾼 마음도 이해가 된다. 지난해 볼링영화 '스플릿'이 개봉한 걸 감안하면 더더욱. 또 하나, 강렬한 신스틸러의 쿠키영상 1개가 있다. 감독의 초창기 팬이라면 반가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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