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사진=뉴스1
메이저리그의 관심은 충분하다. 이미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키움의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했다. 어떤 스카우트는 "이정후는 충분히 많이 봤다. 다른 선수를 보러 왔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됐다.
선수 본인도 마음을 굳혔다. 그동안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키움에 집중하고 싶다"며 말을 아꼈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열린 2022 KBO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뒤 "구단과 면담할 생각"이라면서 진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방법은 세 가지다. 먼저 2023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진출하는 것이다. 이정후는 내년에도 풀타임을 소화하면 프로 7년차에 주어지는 해외 진출 포스팅 자격 요건을 갖춘다. 두 번째는 2024시즌을 마치고 풀타임 8년차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세 번째이자 이정후에게 최고의 시나리오는 내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2023시즌 후 FA'로 도전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그가 주전으로 나설 것이 분명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예정돼 있다. 이미 각종 국제대회에서 쌓아놓은 포인트가 있어 두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갖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두 대회의 우승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2023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과 2024시즌 종료 후 FA,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다. 먼저 포스팅 시스템을 택할 경우 장점은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좋을 때 일찍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 25세와 26세, 이정후의 플레이 스타일상 사실 큰 차이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 1년 사이에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의견이다.
지속적으로 이정후를 확인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포스팅으로 가는 게 낫다"고 강력 추천하면서 "물론 아직 어리니까 FA로 나가도 크게 지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1년 안에 다칠 수도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라고 전했다.
또다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B는 "때가 왔을 때 가야 한다. 특히 타자는 투수보다 위험 부담이 높아 더 그렇다"면서 "과거 나성범(KIA)이 그런 케이스였다. 나성범도 가능성이 있는 선수였으나, 결정적일 때(메이저리그 포스팅 직전 해인 2019년) 부상을 당하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시즌 후를 택한다면 KBO리그 복귀 시 무조건 키움에서 뛰어야 한다. 포스팅 시스템으로 진출한 선수는 소속 구단이 보류권을 가진 상태로 임의탈퇴 신분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FA 자격 재취득까진 풀타임 4시즌을 소화해야 한다. 물론 키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복귀를 꺼리지 않는다면 단점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FA 자격으로 도전했을 때는 포스팅 시스템 때와 장단점이 정반대다. KBO로 복귀할 때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은 좋지만, 한 시즌을 더 보내고 나가야 한다. 또 매년 메이저리그의 FA 상황이나 관심을 가진 팀들의 사정이 다르기에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
/그래픽=이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