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은퇴한 적 없다" 이청용, 언제든 준비된 '90번째 A매치'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  2022.06.23 05:45
울산현대 이청용. /사진=울산현대 울산현대 이청용. /사진=울산현대
"언제든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뛰어야죠. 더없이 영광스러운 일이니까요."

축구대표팀 재발탁과 관련된 질문에 이청용(34·울산현대)은 "욕심은 없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3년 넘게 대표팀과 인연이 닿지 않고는 있지만, 축구선수로서 영광스러운 대표팀의 부름엔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20살 때부터 출전한 A매치만 89경기, '태극마크'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청용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17라운드 맞대결을 마친 직후 스타뉴스에 "운이 좋게도 어린 나이부터 국가대표 경기를 뛰어 오면서 국민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건 축구선수에게 더없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89번째 A매치였던 지난 2019년 3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을 끝으로 A매치 시계가 멈춰 있긴 하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다시 뛸 기회가 생긴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청용은 독일 VfL보훔 소속이던 지난 2019년을 마지막으로 대표팀과 인연이 닿지 않고 있다. 벤투호 출범 이후 반년 정도까지는 꾸준히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의 부름을 받았으나 2019년 3월 콜롬비아전이 지금까지 그의 마지막 A매치가 됐다. 그해 9월 조지아·투르크메니스탄 2연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부상으로 낙마했는데, 벤투 감독이 대표팀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린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이청용의 마지막 A매치 출전 경기로 남아 있는 지난 2019년 3월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청용의 마지막 A매치 출전 경기로 남아 있는 지난 2019년 3월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사진=대한축구협회
앞서 그해 1월 기성용(33·FC서울)과 구자철(33·제주유나이티드)이 나란히 태극마크를 반납한 것과 맞물려 같은 런던 세대인 이청용 역시 대표팀에서 스스로 은퇴한 것 아니냐는 일부 오해도 있었다. 그러나 이청용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적은 없다"면서 "벤투 감독님과 (대표팀 제외와 관련해) 따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대표팀에서 활약하기엔 제가 부족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울산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청용의 눈부신 경기력은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을 정도의 존재감을 연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소속팀 울산이 K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이청용의 출전 여부에 따라 팀 전체적인 플레이에 큰 차이가 있을 만큼 그의 영향력이 클 정도다.

이날 서울 원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울산은 전반 5분 만에 선제 실점을 허용한 뒤 이렇다 할 반전을 만들지 못하다 어느 순간부터 답답하던 공격 흐름이 뚫리기 시작했다. 후반 13분 이청용의 교체 투입이 기점이 됐다. 이청용은 중원에서 패스를 공급하거나 직접 드리블 돌파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결국 울산은 후반 30분 바코의 동점골에 43분 엄원상의 역전 결승골까지 앞세워 2-1 역전승을 거뒀다. 엄원상의 결승골은 이청용의 절묘한 침투에 이은 슈팅이 골키퍼 손에 맞고 흐른 공을 마무리한 골이었다.

울산현대 이청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현대 이청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에 앞선 전북현대전 역시도 이청용은 측면과 중원을 넘나들며 울산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특유의 센스가 넘치는 패스로 공격을 풀었고, 특히 K리그에서도 대표적인 준족인 한교원을 스피드로 제치고 수비에 성공한 장면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2선 측면이나 중원을 가리지 않으며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엔 일찌감치 '축구도사'라는 새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이처럼 K리그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청용의 대표팀의 재승선 목소리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마침 벤투호는 내달 일본에서 열리는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준비한다. 유럽파 등의 차출이 불가능한 만큼 K리거를 주축으로 대표팀을 꾸려야 하는 상황. 앞서 벤투 감독이 "최고의 전력을 꾸릴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K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들이 부름을 받을 전망인데, 이청용의 경기력이라면 3년 만의 대표팀 재승선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청용은 "다행히도 아직까진 운동장 안에서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스스로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그저 매 경기 팀 동료들과 즐겁게 축구하면서 승리를 만들어내고, 팬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게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오늘(서울전) 역시 지고 있던 상황에서 동료들을 믿었고, 아마 모든 선수들이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역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대표팀에 욕심이 있지는 않다. 대표팀 자리라는 게 욕심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대표팀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뛸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발탁에 욕심을 낼 수는 없겠지만, 영광스러운 기회가 다시 온다면 언제든지 대표팀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뛸 준비는 돼 있다는 게 이청용의 다짐이다.

이청용이 지난 2019년 3월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청용이 지난 2019년 3월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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