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FC서울과 제주유나이티드의 16강전 경기, 서울 강성진(왼쪽)이 슈팅을 때리고 있다. /사진=뉴스1
화려한 개인기에 번뜩이는 패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양발 슈팅까지. 제주유나이티드 수비진을 뒤흔든 존재감을 보면 안익수(57) 서울 감독의 이같은 극찬에 고개를 끄덕일 만했다. 2003년생, 만 19살이 맞나 싶을 정도의 활약을 보여준 '신예 공격수' 강성진이 그 주인공이다.
무대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2022 하나원큐 FA CUP 16강전(3라운드)이었다. 이날 서울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시종일관 제주 수비진을 흔들며 서울의 3-1 역전승과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역전 결승골 어시스트 등 팀의 2골에 직·간접적으로 힘을 보탰다. 멀티골을 넣은 팔로세비치 대신 결승골의 주인공 조영욱과 함께 경기 후 '수훈 선수'로서 취재진과 만난 건 그만큼 존재감이 눈부셨다는 의미였다.
양 팀 선발 라인업 통틀어 가장 어렸던 나이는 중요치 않았다. 이날 그는 공을 잡기만 하면 번뜩이는 무언가를 기대하게 할 정도로 몸놀림이 가벼웠다. 현란한 발기술을 통해 상대 수비를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절묘한 패스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주발인 왼발뿐만 아니라 오른발로도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실제 그는 상대 수비수와 맞설 때마다 개인기와 스피드를 활용해 돌파에 성공했다. 기성용의 롱패스를 어렵사리 트래핑한 뒤 개인기로 수비수를 따돌린 장면에선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동점골 장면에선 정확한 크로스로 기점 역할을 해냈고, 2분 뒤엔 수비진을 단번에 무력화시키는 절묘한 로빙 패스로 조영욱의 결승골을 도왔다.
FC서울 강성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불과 얼마 전까지 차두리 현 구단 유스 강화실장의 오산고(서울 U-18) 제자였던 그는 프로 데뷔 후 안익수 감독도 완전히 사로잡은 모양새다. 실제 차 실장은 지난해 강성진이 K리그 최초의 준프로 득점을 기록하자 SNS를 통해 "우리 슈퍼 강성진 뽀시래기 수고했어, 사랑하고 고맙다"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한 바 있다. 이후 그는 당당히 1군에 입성해 안 감독 체제에서도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시즌 벌써 K리그 12경기(선발 8경기)에 나섰을 정도다.
강성진은 "감독님이나 코치님, 형들이 예전부터 좋은 말도 많이 해주면서 도와주고, 할 수 있다고 자신감도 많이 넣어준 덕분"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영상을 많이 보면서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보고 머릿속에 그려보고 있다. 경기에 나설 때마다 형들과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승리할 수 있도록,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익수 감독은 "서울 구단이 앞으로 좋은 팀,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성장해 준다면 앞으로 서울에서 크게 자리매김할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어 "만족하지 않고 겸손함 속에 미래에 대해 보장받을 수 있는 시간들을 스스로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당부도 더했다.
FC서울 유스 오산고 시절 강성진(위).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