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약물왕, SD 오자마자 '재키 로빈슨 상징' 등번호 달았다

김동윤 기자  |  2022.05.14 09:58
샌디에이고 구단은 14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로빈슨 카노의 샌디에이고 입단을 알렸다./사진=샌디에이고 공식 SNS 갈무리 샌디에이고 구단은 14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로빈슨 카노의 샌디에이고 입단을 알렸다./사진=샌디에이고 공식 SNS 갈무리
두 차례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돼 논란이 된 '약물왕' 로빈슨 카노(40)가 샌디에이고 입단을 확정했다. 오자마자 본인이 원하는 등번호를 얻었다. 1루 코치의 양보 덕분이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14일(한국시간) "우리는 내야수 카노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곧바로 메이저리그 팀에 합류하며, 그의 로스터 한자리를 위해 우완 투수 디넬슨 라멧을 트리플A 팀으로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카노는 샌디에이고에서 등번호 24번을 사용하며, 24번을 쓰던 1루 코치 데이비드 마시아스는 46번으로 등번호를 변경한다. 카노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재키 로빈슨을 기리기 위해 24번을 착용한다"고 설명했다.

로빈슨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최초의 흑인 선수다. 28세의 나이에 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에서 늦깎이 데뷔를 했고 10년간 불꽃 같은 활약을 했다. 온갖 차별을 받으면서도 1382경기 타율 0.311, 137홈런 734타점, OPS 0.883으로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2루수로서 신인왕과 MVP 그리고 1955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눈부신 활약 덕분에 후배 흑인 선수들은 차츰 메이저리그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은퇴 후에도 흑인 인권에 헌신한 인권 운동가였다. 메이저리그는 로빈슨의 데뷔 50주년인 1997년 4월 15일에 그의 등번호 42번을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당연하게도 흑인 선수들의 로빈슨에 대한 존경심도 상당하며, 각 구단에는 42번을 거꾸로 한 24번을 대신 사용하는 사례가 흔하다.

뉴욕 메츠 소속이던 지난 4월 16일(한국시간) 로빈슨 카노(오른쪽)가 애리조나와 홈 개막전에서 홈런을 치고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뉴욕 메츠 소속이던 지난 4월 16일(한국시간) 로빈슨 카노(오른쪽)가 애리조나와 홈 개막전에서 홈런을 치고 동료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카노도 그런 선수 중 하나였다. 그는 2005년 뉴욕 양키스에서 데뷔하자마자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2위에 오르는 등 두각을 나타냈고 2년 차부터 24번을 쓸 수 있었다. 2014년 시애틀과 10년 2억 4000만 달러 규모의 대형 FA 계약을 체결한 뒤에는 24번이 켄 그리피 주니어(53)의 등번호인 탓에 영구결번돼 있어 22번을 사용했다.

여기까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카노는 명예의 전당도 유력시되는 올스타 2루수로서 로빈슨의 후계자가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선수 본인도 커리어 내내 로빈슨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고 2010년 멀티 홈런 등 '재키 로빈슨 데이'에 성적이 좋아 화제가 됐다. 당장 올해 그의 유일한 홈런도 '재키 로빈슨 데이' 때 나왔다. 이렇듯 카노는 다른 흑인 선수들의 또 다른 귀감이 되고, 로빈슨과 특별한 인연이 있던 선수였다.

하지만 스스로 이 모든 영광을 날렸다. 2018년 금지 약물 복용을 감추기 위해 사용되는 이뇨제가 검출됐고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로빈슨의 이름에 먹칠하는 순간이었다.

이 정도에서 그쳤다면 한순간의 실수로 옹호받았을지도 모른다. 카노는 2018시즌 후 메츠로 트레이드되면서 로빈슨을 존경한다며 원하던 등번호 24번을 얻었다. 그러나 로빈슨을 기리는 등번호를 달고 또 한 번 금지약물을 복용했다. 2020시즌이 끝난 뒤 대표적인 PED(경기력 향상 약물)인 스타노조롤이 그의 몸에서 검출됐고 162경기 출장 정지를 당했다. 한 번만 더 금지약물이 적발되면 삼진 아웃제에 따라 메이저리그 영구 제명이다. 그런 카노가 또 한 번 로빈슨을 운운하며 24번을 달았으니 뻔뻔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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