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녀' 위소영 작가, 링거 맞으며 술 마신 '찐 술꾼' 스토리 [★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2021.12.06 07:51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위소영 작가 /사진=티빙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위소영 작가 /사진=티빙


"마음을 술로 적시고 눈물로 적셨다."

별거 아닌 소소한 일상 얘기에 많은 이들이 울고 웃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극본 위소영, 연출 김정식, 이하 '술도녀')의 이야기는 위소영 작가의 경험담이면서 우리들의 경험담이었다. 우정, 사랑, 가족, 직장 등 되는 일 없고 지질한 인생에 '술'로 위로하는 그들의 모습들이 곧 우리의 모습으로 깊은 공감을 줬다.

'술도녀'는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본격 기승전'술' 드라마. 미깡 작가의 다음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한다.

'술도녀'는 베테랑 예능 작가 안소희(이선빈 분), 발랄한 요가 강사 한지연(한선화 분), 종이접기 유튜버 강지구(정은지 분)의 30대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 가족, 직장 등 현실 고민을 담아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이에 입소문을 탄 '술도녀'는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주간 유료가입 기여 1위, 첫 공개 후 9일 만에 티빙 네이버 검색량 6배 증가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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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도시여자들'이 많은 마니아를 모으고 종영했다. 시즌2 제작 가능성도 보이는데.

▶인기를 엄청 실감한다. 줌 인터뷰를 하면서 실감하고 있다.(웃음) 시즌1을 마치자마자 내부적으로는 시즌2 얘기를 전해 들었다. 시즌2를 해야 할지 계획이 전혀 없었다가 시즌2 제안을 받고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엄청 고민했다. 시즌2에 대한 고민, 압박을 생각했다.

-'술도녀'의 어떤 매력이 마니아를 모았다고 생각하나.

▶진짜 이야기 같아서였던 것 같다. 일단 내가 술을 되게 좋아하는 작가이다. 캐릭터도 제 친구 이야기를 써서 진짜 얘기 같을 수 있었다. OTT에서 제약도 없어서 인기 요인이 있었던 것 같다.

-원작 웹툰을 각색하며 부담이 있진 않았나.

▶원작이 있는 것을 하면 편성 받기 쉬워서 신인 작가들이 많이 하게 되는데 원작이 있는 작품은 장단점이 있었다. 이 작품은 술 먹는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내가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포맷만 살리고 캐릭터, 스토리는 내 이야기를 쓰겠다고 말을 해서 부담은 없었다. 미깡 작가님은 보기만 해도 맛있게 느껴지는 안주를 그려서 그 부분은 살리고 싶었다. 나는 소주밖에 모르는데 이 책에는 다양한 안주와 술거리가 있어서 그런 것을 잘 가져올 수 있었다. 나는 '미소'(미지근한 소주)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고 썼을 때 반응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원작은 소소하게 붙어있는 이야기이고, 나는 캐릭터 플레이가 강했다. 내가 실제로 술을 먹으면 많이 그러는 편이다. 캐릭터가 원작에 비해 오버스러울 수 있는데 술을 먹으면 있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작가 내 친구냐?', '이거 어떻게 썼냐' 라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도른자다', '약 빨고 썼다', '진짜 광질이군'이라는 반응이 제일 많았다.(웃음)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에서 짤이 올라오는 걸 보고 인기를 실감했다. 처음에 2030 세대가 알고 서서히 나이든 세대도 알게 되더라. 시작은 SNS 덕을 톡톡히 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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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소희 역, 실제 친구들을 지연, 지구 역으로 그렸다고. 친구들이 '술도녀'를 본 반응은 어땠는지?

▶실제 지연이 캐릭터인 내 친구는 더 밝다. 한선화 씨 캐릭터를 보고 내 친구가 '너~무 좋아'라고 해줬다. 지구 캐릭터인 내 친구는 '시즌2는 얼마 준대?'라며 지구처럼 세게 말했다. 친구들과는 계속 술을 마시면서 방송을 같이 봤다. 감독님, 이사님도 술친구가 돼서 다음 주에 쫑파티를 하면서 술을 마실 거다. 감독님이 이전에 우리와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먼저 취해서 너무 힘들어했다. 내 친구들은 극중 캐릭터보다 사실 3, 4배 세다.(웃음)

-실제 에피소드도 많이 들어갔나.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실제 에피소드다. 내가 어떤 술자리에 가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진다. 소희처럼 내 기준에 부조리하다 싶으면 윗사람들에게 대들기도 하고 지연이처럼 되기도 한다. 많은 캐릭터가 내 안에 있었다.

-'술도녀' 주연으로 이선빈, 한선화, 정은지를 캐스팅한 과정은?

▶캐스팅하기 전에는 내 친구를 생각하며 써서 누구를 캐스팅할까 생각했다. 리딩할 때 배우들이 '이렇게 독특한 캐릭터가 실존한다고요?'라고 물었다. 한선화 씨도 '비호감이지 않을까요?'라고 걱정하며 물었다. 나는 '내가 너무 사랑하는 내 친구들의 이야기'라고 말했고, 한선화 씨에게는 '지연이는 예쁜 척하는 된장녀가 아니고 사랑스러운 친구'라고 설득하려고 했다. 선빈 씨랑 선화 씨가 힘들어해서 대본 작업과 리딩을 몇 번씩 했다. 은지 씨는 한 번에 캐릭터를 잡아왔더라. 내가 두서 없이 말했는데 나중에는 배우들이 다들 너무 찰떡같이 본인 것으로 만들어와서 엄청 고마웠다.

-최시원의 망가짐을 불사한 열연도 재미 포인트였다.

▶최시원 씨 연기는 내가 너무 너무 좋게 봤고 처음부터 함께하고 싶었다. 리딩 때 보고 너무 웃었다. 최시원 씨가 나와 처음 미팅할 때 '제가 촉이 좋은데 이번 거 잘될 것 같아요'라며 '대본을 몇 번을 봤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더라. 최시원 씨가 북구 캐릭터를 잡아와서 보여줬고 '멋진 하루'의 하정우 씨를 참고해서 만들었다. 보다 보니까 슬랩스틱이 너무 좋았고 할리우드의 짐 캐리 같이 보였다. 나는 너무 좋았다.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위소영 작가 /사진=티빙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위소영 작가 /사진=티빙
-김정민, 정은표, 이수민, 김지석, 이현진, 조정치 등 특별출연도 극의 재미를 잘 살렸다.

▶김정민 선배님은 예전에 한 번 같이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오복집 사장님 역할 캐스팅이 계속 안 됐을 때 같이 해주셨다. 강서구에 오복집 사장님 같은 분을 찾았는데 선배님의 연기가 너무 호감이었다. 정은표 선배님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선배님이어서 예능 할 때부터 언젠가는 은혜를 갚고 싶었다. 내가 부탁하자마자 수의를 입혀서 너무 죄송했다. 김지석 씨부터 특별출연은 다 신의 한 수였다. 캐릭터들이 강해서 캐스팅 디렉터가 섭외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찰떡같이 섭외해주신 덕도 크다.

-미깡 작가님의 원작은 2014년에 나왔다. 과거와 현재의 시대사상이 많이 달라졌는데 어떤 차이점을 주려고 했는가.

▶원작을 정독하지는 않았다. 시대별로 유행도 다르고 술 먹는 사람들은 다르겠지만 술집에 가보면 연령대도 다르고 하는 얘기도 다르데 결국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마흔으로서 30대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40대로서 내가 10년 전의 술자리를 회상하며 쓰긴 했다. 미깡 작가님도 내 나이또래로 알고 있다. 그 시대의 술자리를 쓰면서 본인 얘기를 하고 싶어하셨을 거다. 술자리에서 유행이나 시대상이 있을까 싶다. 예전에 했던 게임 패턴이나 지금 하는 게임 패턴이 다르긴 하더라. 건배사 등 자료조사를 하긴 했는데 쓰진 않았다. '적시자'는 말이 요즘 사람들이 쓰는 용어는 아니인데, 술자리만큼은 시대상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술도녀'는 극 초반 '자유로운 여성', '주체적 여성'의 이야기를 다각적인 면에서 진솔하게 그려 여성 시청자들에게 응원 받았다. 반면 엔딩에 다다르면서는 주인공들이 '연애를 하며 비로소 행복을 찾는다'는 구태의연한 결말로 아쉬워하는 시청자 반응도 있었다.

▶첫 시작은 크리스마스 때 다 차이고 셋이서 함께 '짠'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렸고 마지막엔 그동안 엮인 남자들의 이야기로 끝났다. 1년 후에는 주체적인 여성이 아니냐고 물으면 우스운 얘기라 생각한다. 여자랑 '짠' 한다고 주체적인 여성은 아니다.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사랑하면서 주체적인 여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에서 남자들이 보이면서 끝났다고 서운해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나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질한 사람은 지질한대로 있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남자가 떠오르기도 한다. 캐릭터는 처음과 끝에서 달라진 게 없다.

-'술도녀'는 OTT 플랫폼에서 30분 가량의 미드폼으로 욕설과 담배, 음주 등의 장면을 자유롭게 담았다.

▶그동안 항상 70분을 기준으로 작업해 와서 짧은 러닝타임에 적응해야 했다. OTT는 30분보다 20분의 분량이 좋다고 하더라. 나에겐 그것도 숙제로 느껴졌다. 나에겐 어느 길이에서 끝나든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까지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OTT는 아직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욕설, 음주 장면을 드라마에선 못 해왔는데 그걸 쓸 수 있어서 이게 OTT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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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부친상 에피소드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눈물을 쏟았다.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대본을 한 번 쓰고 퇴고 과정을 거치는 게 보통인데, 이 에피소드는 한 자리에서 한 번에 작업을 했다. 가편집본을 봤을 때도 이대로 가자는 얘기가 나왔다. 이 에피소드는 리허설과 촬영 모두 한 번에 갔다.

-'술도녀' 시즌2가 나온다면 어떤 얘기를 그리게 될까.

▶세 친구가 나이가 조금 더 먹지 않았을까 싶다. 술도 늘었을 거고 우정의 깊이는 더 진해졌을 것 같다. 시즌1이 서른 살의 얘기였다. 30대는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이야기의 차이가 크지 않냐. 시즌1에서 못 보여줬던 가족 등의 이야기도 들어갈 것 같다.

-'술도녀'로 작가에게 많은 팬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주제, 이야기가 있다면?

▶나는 아직 신인 작가여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다. '술도녀'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르다고 느꼈다. 내가 잘하는 걸 해야 할지 하고 싶은 걸 해야 할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여성 중심의, 여성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잘한다고 해주신다. 아직 못 그린 친구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그 자원을 바탕으로 쓸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여자,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다.

-작가에게 '술'이란?

▶나는 술로 진짜 많은 사람을 잃었다. 대학 때 술을 잘못 배워서 술로 사고도 많이 쳤고 예능 생활을 13년 정도 하면서 술로 사람을 많이 잃었다. 다시 태어나면 술을 안 마시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술맛을 알아버렸다. 술로 실패도 했지만 같이 가야되는 존재다. 술은 먹고 나면 다음날 힘들다. 링거를 맞고 있으면서 '내가 왜 얻는 것 없이 술을 먹지?'라고 생각하는데 '술도녀'를 보며 술을 먹었던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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