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위대한 도전, 12월 '세계최초 탄소제로' 투표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2021.11.24 12:51
SC프라이부르크의 새 홈구장 유로파 파크 슈타디온.  /AFPBBNews=뉴스1 SC프라이부르크의 새 홈구장 유로파 파크 슈타디온. /AFPBBNews=뉴스1
코로나19 사태는 전세계 프로스포츠를 한순간에 위기로 몰아 넣었다. 경기 자체도 제대로 열리지 못한 리그가 많았고 경기가 펼쳐진다 해도 무관중 또는 제한된 숫자의 관중 입장만 허용한 채 리그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2021년 백신접종에 따른 '위드 코로나' 정책 속에서 많은 프로스포츠 리그가 정상적인 운영을 하기 시작했지만 그 이전까지 프로 스포츠 클럽은 관중 입장료 수입이 현격하게 줄어들었고 TV 중계권료의 일부를 방송사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었다.

팬데믹 발생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빠지지 않는 부분은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파괴였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부추기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메가 스포츠 이벤트는 물론이고 프로 스포츠도 어떻게 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셈이다.

지난 2019~2020시즌이 중단된 뒤 유럽 5대 프로축구 리그 가운데 성공적인 방역으로 가장 빠르게 리그 경기를 재개했던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는 다음 달 위대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분데스리가 1부와 2부리그 클럽은 오는 12월 클럽 라이선스에 친환경과 이산화탄소 배출 등 지속가능성 문제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투표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투표할 경우 분데스리가는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리그가 될 전망이다.

분데스리가는 클럽 회원이 51% 이상의 구단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다른 유럽 빅 리그에 비해 팬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분데스리가의 탄소중립리그 계획은 투표를 통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독일 국민들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독일프로축구리그(DFL)의 고위급 관계자도 "만약 지속가능성 문제가 투표로 채택되면 2022~2023시즌까지 관련 기준을 마련하고 다음 시즌부터 기준에 부합한 클럽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못한 클럽에는 제재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SC프라이부르크의 정우영이 지난 10월 17일(한국시간)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전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새 홈구장 유로파 파크 슈타디온에서 나온 팀의 첫 골이었다.  /AFPBBNews=뉴스1 SC프라이부르크의 정우영이 지난 10월 17일(한국시간)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전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새 홈구장 유로파 파크 슈타디온에서 나온 팀의 첫 골이었다. /AFPBBNews=뉴스1
분데스리가는 이미 지난 1993년부터 탄소중립리그를 향한 첫 움직임을 보였다. 세계적 친환경 도시로 알려진 프라이부르크에 위치한 SC프라이부르크 클럽은 축구 경기장으로는 세계 최초로 1993년 태양열 패널을 경기장에 설치했다.

'태양의 도시'로 불리는 프라이부르크는 1970년대 초 원전 건설 반대 운동을 하면서 태양 에너지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는 친환경 도시이다. 더욱이 도시와 인접해 있는 '독일의 숲' 슈바르츠발트가 도시의 천연 공기정화 필터 역할을 해주고 있다.

SC프라이부르크는 지난 10월 독일에서는 세 번째로 탄소제로 축구장을 신축했다. 유로파 파크 슈타디온으로 명명된 이 경기장은 정우영(22)이 지난 10월 17일(한국시간) 새 홈구장에서 팀의 첫 골을 넣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곳이다. 1억 3100만 유로(약 1750억 원)을 들여 만든 유로파 파크 슈타디온은 태양열로 연간 2300만KWh의 전기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 에너지를 통해 경기장 조명 시설은 물론 겨울 시즌 그라운드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설치된 파이프라인도 가동시킨다.

친환경 도시 프라이부르크에 연고를 두고 있는 클럽 경기장답게 유로파 파크 슈타디온에는 전지 자동차, 스쿠터, 자전거와 스마트폰 충전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충전소도 마련돼 있다. 물론 이 충전소의 운영도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한다.

유로파 파크 슈타디온 이전에 탄소제로를 달성한 경기장은 독일에 두 군데 더 있다. 아우쿠스부르크와 마인츠 클럽의 홈 구장이다.

분데스리가가 탄소중립리그가 되는 과정은 마라톤 레이스가 될 전망이다.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클럽이 새롭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당 클럽의 지자체와의 협력이 절실할 수 밖에 없다.

기후 위기에 대한 본질적인 대처는 하지 않고 환경 문제를 표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있는 전 세계 리그나 클럽들은 꽤 많다. 이런 점에서 분데스리가의 시도가 전세계 관람 스포츠 업계에 새로운 자극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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