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전야제' 맏형의 질주부터 시작된 인천의 뜨거운 밤

인천=김동윤 기자  |  2021.10.29 04:18
추신수가 지난 2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에서 6회말 1타점 적시 3루타를 친 후 숨을 고르고 있다. /사진=OSEN 추신수가 지난 2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에서 6회말 1타점 적시 3루타를 친 후 숨을 고르고 있다. /사진=OSEN
"올 시즌 가장 짜릿한 경기였다."


김원형 SSG 감독이 두산과 2021년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내놓은 공식 소감이다.

SSG는 지난 2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에서 6회초 1사 1루에서 터진 한유섬의 결승 투런포와 마무리 김택형의 2이닝 세이브에 힘입어 짜릿한 4-3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SSG 랜더스필드에는 추운 날씨에도 정용진 구단주를 비롯해 2515명의 관중이 찾아 3시간 13분의 포스트시즌 전야제를 즐겼다.

일단 주목도부터가 달랐다. 이 경기에는 4위 두산부터 7위 NC까지 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의 향방이 걸려 있었다. 두산은 승리하면 곧바로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고, 6위 키움과 7위 NC는 두산의 패배를 바랐다.

먼저 앞서 나간 것은 두산이었다. 2회부터 매 이닝 주자가 출루했고 5회초에는 결국 두산의 '가을 남자' 정수빈이 선제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6회초 박건우의 좌월 솔로포까지 나오며 두산이 2-0으로 리드했지만, SSG의 탄탄한 내야 수비 덕에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6회말부터 바람이 다르게 불기 시작했다. 선두 타자 최지훈이 볼넷으로 걸어 나갔고, '맏형' 추신수는 두산 곽빈의 낮게 떨어지는 초구 직구(146km/h)를 잘 받아쳐 외야 우중간을 갈랐다. 여기서 추신수의 열정적인 주루가 빛났다.

두산의 중계 플레이로 공이 유격수 김재호의 글러브로 안착했을 때 추신수는 2루와 3루 사이 4분의 1 시점을 돌고 있었다. 2루로 향하기 직전 외야를 힐끗 본 추신수는 다시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김재호는 2루에 머물지 않고 3루로 향하는 추신수를 보며 공을 흘렸고, 추신수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에 도달했다. 이 장면을 본 SSG 홈 관중들은 마치 역전이라도 된듯 환호성을 질렀다.

추신수의 3루 진루는 분위기를 띄운 것뿐 아니라 승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박성한의 2루수 땅볼 타구 때 추신수가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오면서 2-2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분위기에 한유섬이 쐐기를 박았다. 앞서 최정이 볼넷으로 나가 만들어진 1사 1루에서 한유섬은 이영하의 2구째 직구(150km/h)를 벼락 같은 스윙으로 우측 담장을 그대로 넘겼다. 맞자마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비거리 120m짜리 타구였다. 한유섬은 타구를 응시하는 쇼맨십으로 SSG 랜더스필드를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 장면을 두고 김원형 감독은 "신수의 추격하는 타점과 유섬이의 역전 홈런으로 승리의 분위기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SSG 한유섬이 지난 2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에서 역전 투런포를 친 뒤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OSEN SSG 한유섬이 지난 2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에서 역전 투런포를 친 뒤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OSEN
기쁨도 잠시, 뜻하지 않은 곳에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김원형 감독은 7회초 김강민, 8회초 김택형을 투입해 굳히기에 나섰다. 하지만 김택형은 정수빈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고, 중견수 김강민은 호세 페르난데스의 평범한 중견수 든 공을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박건우의 타석 때 김택형의 포크를 포수 이재원이 잡지 못하면서 상황은 SSG의 4-3, 1점 차 리드가 됐다.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택형은 스릴러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1사 1, 2루 상황에서 정수빈을 상대로 연거푸 볼 2개를 던졌고 3구째에는 공이 바깥쪽으로 크게 빠지면서 1사 2, 3루가 만들어졌다. 안타 하나에 역전, 외야 뜬 공에 동점까지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

정수빈을 고의사구로 내보내자 타석에 들어선 것은 대타 타율 0.371(35타수 13안타)의 최용제. 김택형은 오로지 직구로만 상대했고, 최용제는 6구째 바깥쪽 공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택형은 로진백을 다시 만질 뿐 표정의 변화 없이 담담하게 다음 타자를 준비했다.

마지막 타자 박건우를 상대로 김택형의 제구는 갑작스럽게 흔들렸다. 계속해서 공이 아래로 빠지면서 1스트라이크 3볼까지 몰렸다. 이때 두산 팬들이 모인 3루 관중석에서는 "밀어내기"가 연호됐다. 하지만 김택형은 다시 침착하게 첫 스트라이크를 잡았던 공과 같은 코스로 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연이은 투구로 143km/h까지 떨어졌던 구속은 다시 145km/h까지 올라왔다.

포수 이재원은 여기서 같은 코스로 또 한 번 공을 주문했고, 김택형의 146km/h 빠른 공은 박건우의 배트를 지나쳐 포수 글러브에 정확히 안착했다. 끝까지 긴장감 넘쳤던 두 팀의 경기가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김택형은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듯 포효했고, 이 모습에 SSG 랜더스필드에 모인 2515명의 관중들은 추위를 잊었다. 포스트시즌 전야제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명경기였다.

김원형 감독은 "(김)택형이가 8회와 9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마무리 투수로서 올 시즌 가장 큰 활약을 보여줬다"고 칭찬하면서 "또 마지막 순간 팬분들의 응원이 (김)택형이에게 전달되지 않았나 싶다. 최선을 다해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SSG 김택형이 지난 2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에서 9회초 삼진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OSEN SSG 김택형이 지난 2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홈 경기에서 9회초 삼진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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