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CL "성별 의식하지 않는 아티스트 되고파"[★FULL인터뷰]

윤상근 기자  |  2021.10.28 05:00
/사진제공=베리체리 /사진제공=베리체리


가수 CL(30, 이채린)이 데뷔 첫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글로벌 걸그룹 2NE1을 이끈 주축 멤버이자 홀로 미국 시장에서 자신의 아티스트로서 존재감을 증명해냈던 CL은 스타뉴스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고 지난 20일 발표한 자신의 첫 솔로 정규앨범 'ALPHA'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2NE1 해체 이후 진정한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공백 기간도 짧지 않았고, 크루이자 새 둥지가 된 베리체리를 꾸려나가면서도 CL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준비를 이어갔다.

'ALPHA'는 2019년 발표했던 '사랑의 이름으로'과 함께 기획됐다. '사랑의 이름으로'를 통해 CL의 본명이기도 한 이채린의 감정과 생각을 가감 없이 담아냄과 동시에 'ALPHA'를 통해 CL이라는 상징적인 아이콘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담았다.

CL이 수록곡 전곡의 작사 및 작곡에 참여하며 피쳐링 없이 앨범의 모든 기획과 제작을 직접 진두지휘한 'ALPHA'는 원조 걸크러시라는 수식어로도 주목을 받았던 CL의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당당한 캐릭터와 상징성을 더욱 명확하게 담아냈고 어린 시절부터 체화해 온 힙합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변주의 음악들과 함께 주도적인 태도, 자신감, 자기 확신 등 CL만의 뮤지션으로서 방향성을 나타낸 앨범이기도 했다.

"그간 발표했던 많은 싱글이 있었고 그 시간들이 지난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번 앨범을 준비하게 된 것 같아요. 정말 완벽한 타이밍이라 생각해요. 2NE1 활동 때부터 항상 룰을 깨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고 시스템이 있는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그렇지 않은 활동도 해보고 싶었죠. 제 자신에게도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고, 베리체리라는 저의 코어팀과 함께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앨범을 만들게 됐어요."

CL은 "내 본명 이채린과 CL 사이의의 밸런스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라고 말을 이으며 "CL은 이채린이 만든 캐릭터였다. 채린이가 두렵고 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을 표현해왔는데 CL로서의 시간이 많이 지나게 되면서 CL도 어느덧 저의 일부가 됐고 많은 부딪힘이 있었다. 그걸 조절하고 싶은 기간이 찾아왔었다"라고 밝혔다. CL은 "이제는 서로를 인정하고 둘 다 나라는 걸 받아들였을 때 찾은 평화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CL은 'ALPHA'에는 타이틀 곡이 없다고 강조하며 "모든 곡을 싱글이라 생각하고 만들었다. CL이 낼 수 있는 색깔과 다양한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LPHA'는 발매 직후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에서 덴마크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 포르투갈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브라질 그리스 콜롬비아 터키 베트남 등 13개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고 미국 터키 베트남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영국 등 총 31개 지역에서 톱10 안에 들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여기에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앨범 차트 2위, 미국 아이튠즈 팝 앨범 차트 1위, 톱 앨범 차트 3위 역시 눈길을 끄는 성과였다.

CL은 'ALPHA'의 앨범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는 "100점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 이순간은 100점"이라고 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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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이 이번 'ALPHA'를 작업하면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았던 인물은 다소 놀랍게도 세계적인 복서 마이크 타이슨이었다.

"마이크 타이슨 인터뷰를 우연히 봤습니다. 요즘 팟캐스트를 하시더라고요. 그 분이 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공감이 굉장히 많이 가더라고요. 예를 들면 '나에게 사랑은 리스펙트인 것 같다'라는 말이었어요. 이게 제가 '사랑의 이름으로'를 쓴 감정과도 같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질투를 하거나 소유하려고 하거나 하는 등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나오게 하잖아요. 그런데 리스펙트를 하는 사람에 있어서는 그런 감정이 나올 수 없잖아요. 그래서 (마이크 타이슨이) '사랑은 리스펙트인 것 같다'라고 말했을 때 공감이 많이 갔고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감정이기도 하고요."

CL은 "또 하나는 마이크 타이슨 자신이 시합에 나가기 전에 너무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 이유는 막상 그 링 위에 있을 때 자기가 평소에 쓰지 않은 감정들, 예를 들면 많은 화와 많은 질투와 시기와 경쟁심 등을 끌어내야 했기 때문에 시합 직전에 느꼈던 그 감정들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물론 CL이라는 존재가 쓰지 않았던 에너지들을 무대에서 쓰려고 노력을 했거든요. 물론 그 중에서는 자연스럽게 나온 것들도 있었지만 이채린에서 CL의 스위치로 왔다갔다 하면서 겪었던 부딪힘이라든지 두 자아 사이에서 왜 괴로웠는지 등이죠. 이제는 그 밸런스를 찾은 것 같아서요. 채린이도 인정해주고 CL도 인정해주고요. 그 둘 다 나 자신이라는 것을 제가 받아들였을 때 찾은 평화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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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은 2019년 이후 아티스트로 돌아오기까지 (대중의 입장에서 느꼈던) 가수로서 공백에 대한 질문에는 "보시기에는 공백 기간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사실 꾸준히 노래도 만들고 크리에이티브한 일은 내 안에서 계속 해와서 개인적으로는 공백기라고 느끼진 않았다"라며 "보여지지 않았을 뿐이지 좀 더 자신을 충전하는 시간이었다"라고 자신을 되돌아봤다.

CL은 또한 베리체리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전하며 "나를 이해해주고, 나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한 분들과 함께 하게 됐다. 베리체리로 시작한지 벌써 2년 가까이 돼 가는데, 함께 시작하면서 몰랐던 것들도 하나씩 배워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CL은 이에 더해 향후 활동에 대해 "이제는 국내와 해외에 대한 경계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저 자신에게 비중을 두겠습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덧붙여 CL은 2NE1이 자신에게 갖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는 "CL 안에 2NE1이 있고, 2NE1 안에 CL이 있습니다"라며 남다른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CL은 평소에 주변에게서 얻는 조언으로 "파도를 타라"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파도를 타야 멀리멀리 갈 수 있게 된다"라고들 많이 얘기해줬다는 것. 이에 CL은 (마이크 타이슨에 이어) 이번에는 브루스 리(이소룡)를 소환하며 "왜 파도가 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CL은 'ALPHA'를 작업하며 우여곡절이 많았다고도 웃으며 말했다. CL은 "더 좋은 일도, 더 나쁜 일도 있을 수 있지만 비즈니스 셋업, 크리에이티브 셋업에 처음부터 다시 꾸린 팀도 그렇고 곡도 이전에 썼던 아이디어나 메시지를 다시 시작한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갑자기 2주 안에 작업이 들어갔던 곡도 있었고 정말 극단적인, 다양한 과정을 겪은 앨범"이라며 "피쳐링은 일부러 안했다. CL의 다양한 목소리와 사운드, 메시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것이 하나의 블루프린트(청사진)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이번에는 온전히 내 목소리로만 채웠다"라고 말했다.

CL에게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서 갖고 있는 자신의 지향점과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성별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롤모델은 어떤 구체적인 인물이라기 보다는 제 안에 상상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번 'ALPHA'도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웠잖아요. 나중에 또 다른 형태로 저의 롤모델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티스트로서는 꾸준히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CL에게 파격적인 콘셉트와 의상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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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선까지는 보고 팀원 분들에게는 봐달라고 합니다. 제가 아티스트 모드가 있고 채린이는 CL을 만드는 입장이다 보니 흔들릴 때가 있어서 그 밸런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에 더해 CL은 몸매 관리나 운동 노하우 등에 대해서는 "달리기나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몸매 관리에 치중하기 보다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에 더욱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CL은 이번 앨범을 통해 얻고 싶은 성과나 듣고 싶은 반응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다시 나를 아는 분들이 채린이가 음악을 다시 하는구나 알아봐 주시고, 저의 메시지를 잘 전달해드리고 싶다"라고 포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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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근 기자 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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