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사진=뉴스1
이의리는 지난 1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 도미니카 공화국과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서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으로 3실점 했다.
프로 데뷔 후 이의리의 한 경기 9탈삼진 경기는 이번이 3번째로 관록투를 보여준 상대 선발 투수 라울 발데스(44)와는 대비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의리는 과감한 몸쪽 승부뿐 아니라 낮게 제구되는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과 땅볼 타구를 유도하는 등 자신의 장점을 100%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 인상적인 장면은 실점 이후에 나왔다. 이의리는 1회 초, 무사 1, 3루 위기에서 폭투로 첫 실점을 했다. 실점 직후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로 꼽히는 훌리오 로드리게스(21·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 연속 메이저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바 있는 호세 바티스타(41)가 타석에 들어섰지만, 이의리는 이들을 상대로 삼진을 솎아냈다.
2, 3회에도 3개의 삼진을 잡아낸 이의리에게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후안 프란시스코에게 중월 투런포를 내줘 1-3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흔들린 기색이 없었다. 홈런 직후 타자는 바티스타였지만, 이의리는 주저 없이 몸쪽에 직구를 꽂아 넣었고 바티스타는 선 채로 삼진을 받아들였다.
국제 대회 첫 등판임에도 자신의 강점을 그대로 살린 19세 좌완 신인의 배짱 있는 투구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이의리./사진=뉴스1
지난 15년간 한국 야구 대표팀은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 등 뛰어난 좌완 선발 투수를 보유해왔다. 덕분에 국제 대회에서 강팀을 상대할 선발 투수를 고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세 선수 모두 한국 대표 좌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국제무대에서의 활약 덕분이었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원투펀치를 이뤄 무패 우승의 전설을 만들었다. 이의리의 팀 선배기도 한 양현종은 뒤늦게 기량이 만개한 탓에 올림픽 무대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아시안게임 통산 성적 6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1.17로 한국의 아시안게임 3연패에 큰 공헌을 했다.
첫걸음을 잘 뗀 이의리의 다음 등판은 어떨까. 그 모습은 의외로 일찍 찾아올 수 있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제도를 도입한 대회 특성상 경기 수가 많아질 경우 지난 3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투수들은 필연적으로 한 번의 선발 등판을 더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의리가 이번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5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인 만큼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중요 길목에서 한 번 더 이의리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