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故유상철 위한 경기였던 스리랑카전 [★현장]

고양=김명석 기자  |  2021.06.10 05:05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 걸린 故 유상철 감독 추모 배너. /사진=김명석 기자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 걸린 故 유상철 감독 추모 배너. /사진=김명석 기자
'그대와 함께 한 시간들 잊지 않겠습니다'


9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스리랑카의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이 열린 고양종합운동장. 관중석엔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가 설치한 배너가 걸려있었다. 인천 감독을 끝으로 세상을 떠난 故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내용이었다.

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악마도 '우리의 외침에 투혼으로 답한 그대를 기억합니다'라는 배너로 유 감독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오전 발인을 끝으로 한국축구 레전드가 영원히 잠든 날, 경기장에는 유 감독을 위한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경기 시작 직전엔 전광판을 통해 그의 헌정 영상이 상영됐다. 국민의례 때 대형 태극기가 펼쳐지듯, 유 감독의 사진이 담긴 대형 걸개도 함께 펼쳐졌다. 이어 선수들과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그를 위한 묵념의 시간도 가졌다. 나흘 전 투르크메니스탄전만 하더라도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던 붉은악마는, 유 감독을 추모하는 의미로 경기가 시작된 지 약 20분이 되도록 침묵만을 지켰다.

대표팀 후배들도 유 감독을 위해 뛰었다. 모든 선수들이 오른쪽 팔에 검정색 추모밴드를 착용했다. 전반 15분 김신욱(상하이 선화)은 선제골을 터뜨린 뒤에도 기뻐하지 않았다.

9일 스리랑카전에서 김신욱의 선제골이 터진 뒤 故 유상철 감독 유니폼을 펼쳐보인 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9일 스리랑카전에서 김신욱의 선제골이 터진 뒤 故 유상철 감독 유니폼을 펼쳐보인 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대신 그는 동료들과 함께 벤치로 다가가 미리 준비해 둔 유상철 감독의 유니폼을 펼쳐 보였다. 유니폼은 유 감독의 대표팀 시절 등번호인 6번과 함께 온 국민에게 행복을 안겨줬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유니폼 이름이었던 'S C YOO'가 새겨져 있었다.

이후에도 한국은 4골을 더 넣었다. 이동경(울산현대)과 김신욱, 황희찬(라이프치히), 정상빈(수원삼성)이 차례로 스리랑카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환호하지 않았다. 19세 막내 정상빈도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의 기쁨이 대선배를 떠나보낸 슬픔을 앞설 수 없었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벤투 감독이 이날 경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겼다. 그는 "상당히 슬픈 순간이다. 그래서 이번 경기를 유상철 감독님께 바치기 위해 더 열심히, 또 진지하게 임했다"며 "한국축구엔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축구계와 유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 스리랑카를 5-0으로 완파하고 조 선두 자리를 지켰다. 오는 13일 레바논과의 2차 최종전이 남아 있지만 9골 차 이상으로 대패하지 않는 한 조 1위와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게 됐다. 한국축구의 레전드가 영원히 잠든 날, 그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눈 경기에서 이뤄낸 결과여서 그 의미는 더욱 컸다.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전을 앞두고 센터서클에 도열해 故 유상철 감독 추모 묵념 중인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스리랑카전을 앞두고 센터서클에 도열해 故 유상철 감독 추모 묵념 중인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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