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와 코로나 방역 사이에서 표류하는 도쿄 올림픽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 & 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2021.01.14 16:11
도쿄올림픽 포스터 옆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도쿄올림픽 포스터 옆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만든 최고의 제도는 4년마다 올림픽 개최지를 순환시킨다는 점이었다. 이 제도를 통해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스포츠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올림픽 유치를 위해 경쟁해왔다. 4년마다 한 번 열리는 올림픽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고 지속된 이유에는 이 같은 유치 희망 도시 간의 치열한 경쟁이 존재했다.


IOC의 올림픽 순환개최 제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1896년 1회 올림픽을 개최한 그리스는 대회의 성공과 올림픽의 역사적 기원을 내세워 아테네에서 계속 올림픽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쿠베르탱 남작 등 유럽의 귀족들로 이뤄진 초기 IOC 인사들은 그리스의 주장에 반기를 들었고 곧바로 순환개최 제도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21세기를 기점으로 올림픽 유치 희망 도시가 줄어들면서 순환개최 제도는 오히려 IOC에 부메랑이 됐다. 엄청난 비용 때문에 올림픽 개최 자체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고 과거와 같이 올림픽 개최에 큰 의미를 부여하려는 정부도 사실상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올림픽을 개최했거나 유치에 성공한 도시들은 도시재생 사업을 명분으로 올림픽 유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실적으로 흑자 올림픽 개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올림픽에 맞춰 세금을 도시재생에 투입해 시민들의 생활공간을 바꾸겠다는 의미였다. 이와 함께 올림픽을 통해 개최 도시의 국제적 매력도를 높여 해외 관광객 유치 사업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계획도 중요한 의제로 부상했다.

일본 도쿄도 마찬가지였다. 도쿄 올림픽의 핵심 의제는 도쿄 도심 개발, 해외 기업과 관광객 유치로 압축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올림픽을 통한 관광객 유치 효과에 방점을 찍었다.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자유로웠던 2019년 일본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은 3200만 명에 육박, 역대 최다 규모여서 2020년 올림픽 관광특수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지난 해 11월 도쿄를 방문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왼쪽)과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마스코트. /AFPBBNews=뉴스1 지난 해 11월 도쿄를 방문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왼쪽)과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마스코트. /AFPBBNews=뉴스1
하지만 도쿄 올림픽이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됐고 외국 관광객도 자취를 감추면서 아베 정권 시기에 급성장했던 일본의 관광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국내 여행 경비의 일부를 국민에게 지원하는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사업을 코로나 확산에도 무리하게 진행하다 2020년 12월 28일 확진자 숫자가 급증하자 중단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관방장관 시절부터 적극 추진했던 ‘고 투 트래블’은 해외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던 일본 지역사회 경제가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자 마련된 정책이었다. 하지만 “고 투 트래블은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켜는 것”이라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의 비판처럼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6000명에 육박하자 전국 47개 광역단체 중 11개 지역에서 긴급사태를 선포한 일본은 2021년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를 오는 3월에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취소나 연기를 원하는 일본 국민의 여론과는 달리 일본 정부는 올해 7월 올림픽 개최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전 IOC 위원은 “IOC와의 협의를 통해 도쿄 올림픽을 2024년으로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2024년과 2028년에 개최될 파리, LA 올림픽까지 모두 4년씩 뒤로 미루자는 뜻이다.

하지만 이 의견은 파리, LA까지 개최 시점을 변경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또한 도쿄 올림픽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일본의 종합 마케팅 기업 덴츠나 IOC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전체 수입의 90%를 올림픽 중계권료와 스폰서십을 통해 얻는 IOC나, 도쿄 올림픽과 상업적인 측면에서 운명 공동체인 덴츠는 2021년 도쿄 올림픽 개최에 강한 의지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모습.  /AFPBBNews=뉴스1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모습. /AFPBBNews=뉴스1
문제는 전 세계적인 백신접종 효과로 코로나 상황이 다소 개선돼 올해 도쿄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하더라도 제한된 숫자의 관중만이 경기를 관람할 가능성이 커 경제적 손실은 피할 수 없다. 건강상의 이유로 선수들이 대회 보이콧을 할 수 있다는 점도 2021년 올림픽 개최의 걸림돌이다. 도쿄 올림픽이 관중과 스타 선수들이 없는 올림픽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에도 도쿄 올림픽은 중요하다. 올림픽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 현재 추진 중인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에서 남북한 간의 의미 있는 시도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외적으로 올림픽 공동 유치의 명분은 약해지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같이 도쿄 올림픽도 북한의 참가를 통해 남북 평화 프로세스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으며 더 나아가 1~2개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할 방안도 계획했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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