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승리호''콜''낙원의 밤' 넷플릭스로..코로나가 바꾼 韓영화산업 [종합]

전형화 기자  |  2020.10.16 10:49


올해 한국영화 기대작 중 하나였던 '승리호'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다. 코로나19 여파다.

16일 영화계에 따르면 '승리호'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는 최근 넷플릭스와 '승리호'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하는 것을 놓고 막바지 협의 중이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조성희 감독이 '늑대소년' 이후 송중기와 재회하고 김태리 유해진 진선규 등이 출연했다.

당초 '승리호'는 올여름 개봉을 계획했지만 한차례 연기해 9월23일로 변경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자 다시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승리호' 측은 이후 올겨울 개봉을 검토했지만 여러 상황이 여의치 않자 결국 넷플릭스와 협상을 택했다는 후문. '승리호'는 한국 뿐 아니라 해외 흥행 성과가 중요한 영화인데 해외 극장 상황이 심각한 것도 이 같은 선택을 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승리호'에 대한 논의 및 검토는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물밑 협상에 한창이다.

'승리호' 넷플릭스 공개가 확정되면 한국영화계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 같다. 본격적인 한국 SF영화로 기획돼 240억원 가량이 투입된 텐트폴 영화가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계에선 코로나19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상황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올해 미개봉작들이 내년에 대거 쏟아져 경쟁이 치열해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마블영화들을 비롯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올해 개봉을 포기하고 내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경쟁상황이 만만찮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올해 개봉을 미룬 한국영화들이 속속 넷플릭스와 협의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적극적인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박신혜 전종서 등이 출연한 스릴러 영화 '콜'과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인 '낙원의 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되는 것을 놓고 막바지 협의 중이다.

올 초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 코로나19 여파로 끝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될 때만 해도 한국영화 제작사 및 투자배급사들은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컸다.

영화가 극장에서 공개되는 걸 전제로 만들어지는 것인 데다 극장이 무너지면 영화산업 자체가 무너진다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영화산업에 자금이 제대로 융통되지 않자 위기의식이 점점 커졌다.

그런 가운데 '승리호' 같은 한국 텐트폴 영화가 넷플릭스로 향하게 되는 건,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도, 텐트폴도, 극장이 아닌 OTT서비스 공개를 고민할 상황이란 뜻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영화를 오리지널로 공개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는 것도 한국영화계 인식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넷플릭스는 '승리호'를 비롯해 '콜' '낙원의 밤' 등에 총제작비를 훨씬 웃도는 금액을 제시할 만큼 적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살아있다'가 한국을 제외한 해외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돼 유럽과 미국 등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도 한국영화계 인식 변화에 한몫을 했다. 한국영화를 선보이는 새로운 창구 중 하나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다만 눈여겨볼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선택하게 된 영화들 상당수가 극장이 없는 투자배급사 영화들이라는 점이다. 극장산업에 대한 이해와 자금력 등에 차이가 있는 탓이다.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킹덤' '인간수업' 등 시리즈물과 달리 한국영화에 기획부터 참여한 사례는 아직 없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예외적이다. 그렇지만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코로나19로 인한 상황 변화에 한국영화계에서도 넷플릭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넷플릭스가 한국영화계에 또 다른 대안으로 급부상하게 될지, 분명한 건 한국 영화산업 변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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