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한컷]'보통사람' 장혁 보면 생각나는 '그 분'

김현록 기자  |  2017.03.19 11:30
장혁 / 사진=이기범 기자 장혁 / 사진=이기범 기자


지난 15일 열린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의 시사회. 감독과 손현주, 장혁, 김상호, 조달환, 지승현이 참석했습니다. 장혁은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배역은 미워하되 배우는 미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피식 웃음이 터졌습니다.

'보통사람'은 1987년,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게 형사 성진이 뜻하지 않게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성진은 손현주는 "얼굴로 따지면 장혁 빼고는 다 보통사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실 얼굴 빼고 따져도 마찬가집니다. 다른 모든 이들이 폭압적인 시대에 반기를 든 소시민들을 대변한다면 장혁은 최연소 안기부 실장 최규남 역을 맡아 그 대척점에 섰습니다.

그런데 이 최규남이란 캐릭터가 참 흥미롭습니다.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다니다 재학중 사법고시를 패스, 검사로 재직하다 안기부로 스카웃된 말쑥한 엘리트죠. 말끝마다 "원칙과 소신"을 운운하지만 고문과 조작을 서슴지 않는 모습입니다. 동시에 권력의 핵심부에서 승승장구합니다.

장혁 / 사진=\'보통사람\' 스틸컷 장혁 / 사진='보통사람' 스틸컷


그의 프로필 등등은 현재 검찰 조사 중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떠오르게 합니다. 시기는 조금 다르지만 그 역시 서울대 법대 대학중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중앙정보국 대공수사국 부장,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부장을 지냈으니까요. 심지어 입을 앙다문 장혁의 표정까지도 김 전 실장과 종종 오버랩됐습니다. 현장에서도 그를 모델로 삼아 만든 캐릭터가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김기춘'이란 이름대신 질문자도, 답변자도 '그 분'이라고만 말했지만, 아마 누구나 짐작했을 겁니다. 장혁은 "정말 두려웠다"고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보통사람'에서 제가 맡고 있는 역할 자체느 조선시대도 고려시대도, 미래인 2500년에도 누군가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그런 사람은 있어왔습니다. (예전에 연기했던) 영화 '순수의 시대' 이방원과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광종을 떠올렸습니다.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은 어떨까. 그런 사람이 감정을 드러낼 때는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세요', '그러실 겁니다' 하는 권유형 말투를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저는 성대모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모티프로 한 적은 었습니다."

장혁 / 사진=이기범 기자 장혁 / 사진=이기범 기자


김봉한 감독 또한 "영화를 찍을 때는 그 분도 몰랐고 투자도 솔직히 잘 안됐다"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는 "세상이 바뀌어서 영합해야지 하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그것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장혁은 연기를 잘 했을 뿐이다. 제가 주문한 건 '웃으면서 연기하면 어떨까요' 딱 하나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입니다. '보통사람'은 2년이 넘게 걸려 완성된 영화고, 실제로 몇 달 만에 이런 영화를 뚝딱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영화 속 장혁을 보면 생각나는 '그 분' 때문에 1987년의 이야기가 더더욱 2017년 지금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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