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부터 '커프'까지 MBC드라마의 계보

김관명 기자  |  2007.09.05 16:38
\'수사반장\' '수사반장'
'커피 프린스 1호점'이 끝난 지가 벌써 1주일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다. 5일 오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드라마를 추억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9만7000여건. 조만간 10만건 돌파도 시간문제다. 하긴 한결(공유)과 은찬(윤은혜)이 뿌린 파스텔톤 사랑을 어떻게 1주일만에 잊겠는가.


사실 MBC드라마는 한국 TV드라마 역사의 한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 왕국'이란 호칭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수사반장' '전원일기' '호랑이 선생님' '사랑은 그대 품안에' '엄마의 바다' 'M' '종합병원' '우리들의 천국' '주몽' '내 이름은 김삼순' '하얀거탑'..이들 드라마는 지금의 50, 60대 올드 팬들은 물론 10대 어린 시청자들까지 함께 열렬히 환호한 일종의 공유된 추억이다.

그렇다고 작품만일까. '수사반장'의 최불암, '전원일기'의 김혜자, '종합병원'의 신은경, '우리들의 천국'의 장동건, 'M'의 심은하, '궁'의 윤은혜, '하얀거탑'의 김명민, '주몽'의 송일국 등 그 속에서 살아숨쉬었던 여러 배우들은 팬들의 영원한 추억속 동반자들이다. 짧게나마 기념비적인 작품과 대중적 인기를 모은 작품 위주로 MBC드라마의 계보를 정리해봤다.


1969년 8월 처음으로 TV 전파를 쏜 MBC의 첫 드라마는 개국특집극 '태양의 연인'(8월9일, 극본 차범석, 연출 허규 강재순 표재순). 백일섭 김혜자 박근형 등 MBC 탤런트 1기생들이 총출연했다. 이어 정애란 박근형 김혜자 등이 출연한 첫 일일연속극 '사랑하는 갈대'가 8월11일 방송됐다. 참고로 구봉서 송해 박시명 서수남 배삼룡 등이 출연한 코미디 '웃으면 복이와요'가 방송된 것도 1969년이다.

그리고 1971년. 드디어 국민드라마의 효시라 할 '수사반장'이 3월13일 토요일 주간단막극 형식으로 첫방송됐다. 최불암 김상순 조경환 노경주 고 남성훈 등이 수사관으로 출연한 이 드라마는 89년 10월12일 880회 '서울은 비'로 막을 내릴 때까지 전국민적인 성원을 받았다. 후배 수사관들에게 주로 발로 뛰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스타일을 요구한 '박반장' 최불암의 표정연기는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72년 방송된 일일연속극 '새 엄마'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전양자 최불암 정혜선 등 주연배우들의 면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한국 드라마의 대모'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이 처음으로 쓴 TV 드라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8월30일 첫방송돼 73년 12월28일 무려 411회로 막을 내릴 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김수현은 이후 74년 김자옥 김영애 현석 주연의 '수선화'로 일일극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70년대에는 이밖에 무려 321회가 방송된 대하극 '한백년'(73년), 전운 오지명 등이 주연한 반공극 '113 수사본부'(73년), 최불암 김혜자 김자옥이 함께 출연한 일일극 '신부일기'(75년), 최불암 진유영 고 손창호 주연의 청소년 드라마 '제3교실'(75년), 김보연 한인수 주연의 24부작 주간극 '막내며느리'(78년), 지난 1999년 SBS에서 리메이크된 김수현 극본, 박철 연출, 이정길 이효춘 정혜선 주연의 주말연속극 '청춘의 덫'(78년) 등이 주목을 받았다.

이중 나연숙 극본의 '제3교실'은 75년부터 80년까지 방송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은 청소년 드라마. 훗날 정치드라마의 달인으로 변신하는 고석만 PD(현 MBC 특임이사)가 연출을 맡은 점도 흥미롭다. 극작가 나연숙씨는 이후 79년 정윤희 노주현 주연의 TBC 드라마 '야 곰례야'로 선풍적 인기를 끈 후 '달동네' '보통사람들' 등을 내놓은 히트작가다.

\'전원일기\' '전원일기'
1980년대는 잘 알려진대로 '전원일기'가 활짝 열어젖혔다. 10월21일 '박수칠 때 떠나라'로 첫출발한 '전원일기'는 김회장 최불암, 안주인 김혜자, 할머니 정애란, 큰아들 김용건, 큰며느리 고두심, 둘째아들 유인촌, 둘째며느리 박순천 등 김회장 댁은 물론 일용네 김수미, 일용 박은수, 일용처 김혜정, 복길 김지영, 응삼 박윤배, 귀동 이계인, 쌍봉댁 이숙, 종기네 이수나 등 등장인물 모두가 22년 세월속에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린 진정한 국민 드라마였다.

81년엔 결코 잊을 수 없는 드라마 3편이 탄생했다. 이정길이 암행어사로 나온 '암행어사'(이 드라마는 84년 방송시간을 변경, 169회로 최종회를 내보낸다), 조경환의 메가톤급 히트작 '호랑이 선생님', 그리고 지금도 이승만 역의 최불암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 국내 최초의 본격 정치드라마 '제1공화국'이 그것이다.

우선 '암행어사'는 정의의 암행어사 박문수 역을 맡은 이정길의 연기도 빛났지만, '애드리브의 귀재' 임현식이 그의 심복 포교 갑봉이로 출연, '코미디언보다 더 웃기는 탤런트'로 이름을 날렸다. 연출을 맡은 이는 훗날 '서동요' '대장금' 상도' '이산'을 탄생시킨 백전노장 이병훈 PD다.

어린이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은 강원도 산골학교에서 서울로 부임해온 선생님(조경환)을 중심으로 한 교육현장 이야기로, 황치훈 엄효정 주희 강문희 최상학 김민희 등 수많은 아역 스타들을 탄생시켰다. 86년까지 방송됐다.

TV사상 최초의 정치드라마 '제1공화국'은 81년 4월2일 첫 방송됐다. 대한민국 건국서부터 자유당 말기까지가 배경으로, 정치드라마의 달인 고석만 PD가 연출을 맡았다. 최불암이 이승만 대통령 역을, 이영후가 김구 역을, 박근형이 송진우 역을 맡았다. 일종의 정치드라마 등장인물의 전형을 세운 셈이다.

83년에도 히트작이 다수 배출됐다. 고석만 PD의 기업드라마 '야망의 25시', 김희라 주연의 반공드라마 '3840 유격대', 인기 단막극의 효시라 할 '베스트셀러극장-백색인간' 등. 그 유명한 '조선왕조 500년'이 시작한 것도 83년이다. 제1화는 이성계의 조선건국을 다룬 이정길 김무생 김희라 주연의 '추동궁 마마'. 연출은 이병훈 PD가 맡았다. 이어 '뿌리깊은 나무' '설중매' '풍란' '인현왕후'로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는 계속됐다.

김수양을 톱스타로 만든 '간난이'(연출 고석만)도 빼놓을 수 없다. 83년 8월29일 첫방송된 이 드라마는 간난이 김수양을 비롯해 동생 영구 역을 맡은 김수용의 천진난만 하면서도 궁핍한 삶이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비공식 시청률이 60%를 넘긴 초히트작.

이후 1980년대 중반부터는 공전의 히트작들이 거의 쏟아지다시피 했다. 김수현 극본, 정애리 원미경 임채무 주연의 '사랑과 진실'이 84년, 홍승연 극본, 유인촌 황신혜 허윤정 주연의 '첫사랑'이 86년, 송지나 극본, 이민우 주연의 일일드라마 '꾸러기'가 86년에 방송됐다.

만화작가 강풀이 '맥가이버 등장 이전 최고의 테크니션'이라고 호칭한 '가전제품 수리공' 임현식의 '한지붕 세가족'도 86년 11월9일 첫 전파를 탔다. 일요일 아침드라마였던 이 드라마에는 주인댁 현석 오미연, 윗집 심향홍, '순돌이 아빠' 임현식, 그의 아내 박원숙 등이 매주 일요일 아침 저마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헤치며 큰 인기를 모았다.

김수현 극본, 고 남성훈 이덕화 차화연이 열연한 메가히트작 '사랑과 야망'(87년), 주찬옥 정성주 극본에 김종학 이진석 PD가 연출한 청소년드라마 '푸른교실'(87년), 최근 별세한 성우출신 이도련을 비롯해 신구 신충식 등이 주연한 '원미동 사람들'(88년), 송지나 극본, 김종학 연출, 박상원 박순천 주연의 '인간시장'(88년) 도 빼놓으면 섭섭할 80년대 드라마들이다.

\'마지막 승부\' '마지막 승부'
90년대는 그야말로 MBC 드라마의 전성기이자 황금기였다. 김수현이 극본을 쓴 '배반의 장미'(90년)는 정애리 김자옥 고 남성훈의 열연이 빛났고, 주찬옥 극본의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90년)는 김혜자 김희애 하희라의 연기와 황인뢰 PD의 감각적인 화면이 빛을 발했다.

이후에는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드라마들이 쏟아졌다. 우선 월화드라마로는 '동의보감' '약속' '분노의 왕국' '질투' '파일럿' '여자의 남자' '마지막 승부' '사랑을 그대 품안에' 'M' '호텔' '거미' '별' '의가형제' '별은 내 가슴에' '복수혈전' '왕초' '국희' '허준' '상도' '옥탑방고양이' '다모' '대장금' '불새' '영웅시대' '변호사들' '달콤한 스파이' 넌 어느별에서 왔니' '주몽' '히트' '신현모양처' 그리고 '커피프린스 1호점'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90~2000년대 수목드라마 진용도 화려하다. '여명의 눈동자' '폭풍의 계절' '야망' '아들의 여자' '숙희' '제4공화국' '육남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진실' '이브의 모든 것' '맛있는 청혼' '호텔리어' '네 멋대로 해라' '남자의 향기' '황태자의 첫사랑' '아일랜드' '12월의 열대야' '신입사원' '내 이름은 김삼순' '이별대세' '궁' '어느 멋진 날' '여우야 뭐하니' '90일, 사랑할 시간' '궁s' '고맙습니다' '메리대구공방전' '개와 늑대의 시간' 등.

호흡이 긴 주말드라마도 강했다. 우선 오후 9시 '뉴스데스크' 이전에 방송되는 주말드라마는 '고개숙인 남자' '사랑이 뭐길래' '아들과 딸' '엄마의 바다' '서울의 달' '사랑과 결혼' '아파트' '그대 그리고 나' '사랑과 성공' '장미와 콩나물' '맹가네 전성시대' '한강수타령' '결혼합시다' '진짜진짜 좋아해' '누나' '문희'가 명맥을 이었고, 이보다 더 늦게 심야에 방송된 주말드라마는 '땅' '제3공화국' '김가이가' '종합병원' '제5공화국' '신돈' '환상의 커플' '하얀거탑' '케세라세라' '에어시티' '9회말 2아웃'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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