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북 상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 MG 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결승 이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서울SK와 원주DB 선수단. /사진=KBL
지난 11일 경북 상주실내체육관에서 막을 올린 2021 MG 새마을금고 KBL 컵대회가 18일 서울 SK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전희철(48) 감독이 이끄는 SK는 결승전에서 원주 DB를 90-82로 꺾고 첫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초보 사령탑' 전 감독은 데뷔 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겹경사를 맞았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는 김선형(33·SK)이 선정됐다.
전희철 감독은 컵대회 여정을 모두 마친 뒤 "기분이 너무 좋다. 열심히 잘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그동안 훈련 과정에 있었던 부분들을 테스트할 겸, 공식 대회에서 통할 수 있을지를 봤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다"며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그에겐 수석코치가 아닌 감독으로서 '모의고사'의 기회도 됐다.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새 시즌을 앞두고 중요한 경험을 쌓은 것이다. 전 감독은 "그동안 문경은 감독님 뒤에서 보던 느낌과는 달랐다. 순간순간 판단해야 하는데, 작전 지시 등 순간적인 판단이 아직 미흡했다"면서도 "그래도 코치를 오래 한 덕분에 경기가 흘러가는 흐름 등은 도움이 됐다. 순간순간 작전 지시 같은 부분에서 모의고사를 잘 치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범 DB 감독(가운데) /사진=KBL
결승전에서 쓰라린 패배의 맛을 본 이상범(52) DB 감독은 '자신감'을 컵대회 최고의 소득으로 꼽았다. 결승전 직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 감독은 "선수들 모두 대회를 치르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팀이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이 감독은 "이번 컵대회를 굉장히 의미 있게 치른 것 같다. 우리 팀이 올 시즌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강조했다. 우승에 실패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보다는, 결승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노력과 이 과정에서 확인한 자신감에 대한 만족감에 더 무게가 쏠렸다.
전날 4강에서 탈락해 결승 무대에 오르지 못한 사령탑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동철(53) 수원 KT 감독은 "아직은 더 맞춰야될 부분들이 있다는 걸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작년과는 달리 분명히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상범 감독처럼 컵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것에 대해 크게 만족한 것이다.
서동철 수원 KT 감독. /사진=KBL
결승 진출에 실패한 유재학(58)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앞선 감독들과는 결이 약간 다를 수밖에 없었다. 서울 삼성이 코로나19 여파로 컵대회에 불참하는 바람에 예선을 부전승으로 통과해 4강에 올랐는데, 4강에서 DB에 져 탈락했기 때문이다. 컵대회에서 단 1경기만 치르고 대회를 마친 셈이다.
대신 유 감독은 정규시즌을 앞두고 팀의 현주소를 파악한 기회가 됐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프로랑 제대로 게임을 한 번 해봤다. 팀이 '이렇구나'라는 걸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느꼈을 것"이라며 "잘된 부분도 있지만 수비에서 많은 문제가 보였다. 더 잘 준비해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제 각 구단들은 다음 달 9일 막을 올리는 프로농구 정규리그 대장정에 대비한 마지막 준비에 돌입한다. 결과를 떠나 컵대회를 통해 저마다 얻은 소득과 자신감, 또는 과제가 새 시즌 개막 전 마무리 준비의 핵심이자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지난 8일 간의 KBL 컵대회 여정에 담긴 값진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