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생각] 한일전 참패 책임진 사람이 없다

스포탈코리아 제공   |  2021.04.13 04:43


[스포탈코리아]'책임진 사람이 없다.'

물론 단 한 경기를 패했다고 책임을 논한다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그렇지만 스포츠의 세계에서 경기가 갖는 의미성과 중요성에 따라서 책임의 존재 유무는 분명히 존재해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변화와 개선으로 발전을 기할 수 있고 희망 역시도 크게 가질 수 있다. 핵심은 지난달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전 이야기다. 한일전은 그 어느 경기와는 다르게 국민 정서는 물론 국가 자존심과도 맞닿아 있어 절대 패해서는 안 되는 경기다.

그래서 '일본에는 가위바위보도 이겨야 한다.'라는 말이 있고, 또한 때 패하면 '대한해협을 헤엄쳐 건너오라'는 말이 강조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국은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이 같은 말을 무색하게 하는 무기력한 경기로, 치욕적인 0-3패를 당하며 한편으로 일본 축구팬들에게 비아냥까지 듣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축구협회(KFA) 수뇌부를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 중 책임을 지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이 오직 KFA 수장인 정몽규 회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그쳤다.

하지만 이도 KFA의 진심어린 사과보다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책임을 대신 짊어지는 의도성 면죄부 사과문으로 읽혀 아쉬움이 컸다. 한국 축구는 2011년 한. 일전에서의 '삿포로 참사(0-3)' 여파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네덜란드전 참패(0-5)로 대회 중 감독이 경질되는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아픈 역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책임'이었다. 그러나 이번 '요코하마 참사'에는 이를 외면했다. 물론 이에 대한 명분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6월 3일부터 6월 15일까지 개최되는 2022년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다.

하지만 2차 예선은 한국에게 홈 개최 호재와 더불어 북한의 도쿄 올림픽 불참 공식 선언으로 몰수패 가능성이 높아 현재 H조(한국, 투르크메니스탄, 레바논, 북한, 스리랑카)에서 3승 2패의 투르크메니스탄(승점 9)에 이어, 2승 2무(승점 8) 다음으로 조 2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게는 최종 예선 진출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최종 예선이다. 그러나 '요코하마 참사'와 같은 무기력한 경기력으로는 10회 연속 FIFA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요코하마 참사'에 대표팀 핵심 자원인 해외파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 황의조(29.지롱댕 보르도) 등의 결장은 단지 자위에 불과하고 또한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벤투호의 경기력이 관건이다. 지도자에게 2년 7개월은 자신의 축구 철학을 확실하게 구현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다. 그렇지만 벤투(52.포르투갈) 감독은 이상과 현실이 다른 축구만을 되풀이하며 '요코하마 참사'의 결과를 가져왔다.

무기력한 경기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2차 예선에서 벤투호는 더 큰 비난에 휩싸일 수 있다. 만약 그럴 경우가 발생한다면 '요코하마 참사'의 책임을 피해간 KFA 수뇌부를 비롯한, 벤투 감독의 책임은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고, 더불어 한국 축구는 최종 예선을 앞두고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은 틀림없다. KFA의 대표팀 문제에 대한 책임과 선택에는 시기와 순서 그리고 방향이 우선이다.

이를 외면해서는 축구팬들의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으며 일선의 지도자와 선수 그리고 축구인들은 실망감을 넘어 박탈감까지 느낄 수 밖에 없다. 지금 지도자와 축구인들은 2011년 '삿포로 참사' 여파와 1998년 프랑스 FIFA월드컵 참패로 인한 국내 감독의 책임 경질에 대한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 한국 축구는 국내 지도자와 선수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8년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는 세계축구 랭킹 1위였던 독일(2-0)을 잠재우는 높은 능력을 과시했다.

이런 한국 축구가 2018년 8월 KFA 대표팀 사령탑의 선임 배경으로 밝힌 '카리스마와 열정, 자신감, 그리고 확고한 축구철학, 선진 훈련 프로그램 등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벤투 감독으로 인하여, 59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2019년 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8강에 주저앉았고 한일전에서는 참패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현재 한국 축구의 최대 화두는 '책임'이며 이에 KFA의 확고한 책임 의지가 요망된다. 이는 곧 한국 축구의 정체성을 찾으며 성장과 발전에 의한 도약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로 인하여 선수들 역시 열정적으로 축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김병윤(전 용인축구센터 코치)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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