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강한 편 아니지만..." 국내 감독들이 본 김하성 '명품 수비'

김동윤 기자  |  2022.09.14 19:49
김하성./AFPBBNews=뉴스1 김하성./AFPBBNews=뉴스1
2020시즌 뒤 김하성(27·샌디에이고)이 키움에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을 때 미국 언론의 초점은 공격에 맞춰져 있었다. KBO리그에서 풀타임 첫 해(2015년)부터 연 평균 20홈런 이상을 친 유격수라는 것이 매력적이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예상되는 포지션은 없었다. 2루수, 3루수, 심지어 외야수 전환 이야기도 나왔고 유격수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3)의 백업으로서만 여겨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를 차지한 데 이어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후보로 당당히 거론되고 있다. 지난 8월 29일 미국야구연구협회(SABR)는 골드글러브 투표에 25% 반영되는 SDI(SABR Defendensive Index)에서 김하성이 내셔널리그 전체 야수 중 8번째, 유격수 중 니코 호너(25·시카고 컵스)에 이어 2번째로 높은 7.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각종 수비 지표에서도 김하성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명품 수비'를 인정받고 있다.

김하성의 수비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 것에 대해 국내 지도자들은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수비 코치로서 오랜 기간 김하성을 지켜본 홍원기(49) 키움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공격적인 수비를 해야 하는데 (김)하성이는 한국에서도 그랬다. 적극적인 수비를 많이 해 실책이 많았지만, 그때 쌓은 경험치가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2017년 실책 1위(18개)를 기록하는 등 5시즌이나 리그 최다 실책 5위 내에 들었다. 타구가 낮고 빠른 인조잔디 구장(고척스카이돔)을 홈으로 쓰는 것도 이유였지만, 다른 유격수들은 좀처럼 시도하지 못할 먼 곳의 안타성 타구도 적극적으로 잡으려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였다.

명유격수 출신 류지현(51) LG 감독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류 감독은 "김하성은 국내에서 백핸드 캐치를 가장 잘하는 선수였다"면서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어깨가 약할 수는 있겠으나, 우리나라 수준에서는 굉장히 좋은 어깨를 가진 유격수였다. 뛰어난 송구와 강한 어깨를 가졌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큰 문제 없이 유격수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성이 2021년 4월 29일(한국시간) 애리조나와 원정 경기에서 데이비드 페랄타의 땅볼 타구를 잡으려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김하성이 2021년 4월 29일(한국시간) 애리조나와 원정 경기에서 데이비드 페랄타의 땅볼 타구를 잡으려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래리 서튼(52) 롯데 감독은 한국과 미국 야구 모두를 경험해본 지도자로서 관점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서튼 감독은 "한국 야구는 확실히 수비 기본기가 탄탄하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에 막 왔을 때 타구를 두 손으로 정면에서 잡는 것이 익숙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약간 달랐다. 서튼 감독은 "메이저리그는 내야 수비를 할 때 타구 판단과 각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느 각도에서 접근해야 송구할 때 가장 편할지 생각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백핸드 캐치나 한 손 캐치 등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잡는 것이 익숙한 선수들이 많다. 물론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어깨가 좋아 가능한 것도 있다"고 비교했다.

김하성이 잘하는 부분도 이런 것이었다. 서튼 감독은 "김하성이나 매니 마차도(30·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에서 어깨가 강한 편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각도를 잘 만들고 첫 발 스타트와 포구를 잘하기 때문에 그런 좋은 수비가 나온다. 송구하기 좋은 각도로 들어가기 때문에 어깨가 다른 선수보다 강하지 않아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 것"이라고 호평했다.

만약 김하성이 골드글러브를 받는다면 아시아인 메이저리거 내야수 중 최초다.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김하성의 지난 2년간 활약은 수비를 못한다는 아시아 출신 내야수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몇 년 뒤 제2의 김하성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서튼 감독은 "KBO리그엔 많은 외국인 코치와 선수들이 있고, 한국 선수들은 이미 그들에게 많은 것을 묻고 배우고 있다. 또 지금은 유튜브 등이 활성화돼 있어 많은 한국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배우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훈련 방법을 (자신에 맞게) 조금씩 바꿔나간다면 국적에 상관없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꽃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사진=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롯데 감독./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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