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데뷔 대성공' 김광현 "꿈꿨던 무대 첫 승, 울컥했다" (일문일답) [★현장]

여의도=심혜진 기자  |  2020.10.23 11:45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마치고 돌아와 기자회견에 나선 김광현.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마치고 돌아와 기자회견에 나선 김광현.
'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마친 뒤 '금의환향'했다. 그리고 데뷔 시즌을 치른 소감을 전했다.


김광현은 23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무대에서 승을 거두고 울컥했다. 꿈을 이뤄서 기뻤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옵션 포함 총 11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했다.

올 시즌 8경기(선발 7경기)에 등판해 3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코로나19로 개막이 미뤄졌고, 김광현은 선발이 아닌 마무리 투수로 시즌 개막을 맞았다. 7월 25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개막전부터 클로저로 등판한 김광현은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점)의 진땀 세이브를 수확했다.

이후 선발 투수들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자리를 꿰찼다. 김광현은 8월 18일 시카고 컵스전에 첫 선발 등판해 3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바로 두 번째 경기인 8월 2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 역투로 감격의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이어 8월 2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 6이닝 3피안타 1실점(비자책), 9월 2일 신시내티전 5이닝 3피안타 무실점 등 연일 쾌투를 펼치면서 신인왕 후보로도 언급됐다.

가을야구도 맛봤다. 특히 팀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와일드카드시리즈 1차전 선발로 등판하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김광현은 3⅔이닝 3실점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가 1승 2패로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탈락하면서 김광현의 데뷔 시즌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지난 7일 귀국한 김광현은 2주 자가 격리를 마치고 이 자리에 섰다. 김광현은 "부담스러운 자리이기는 하지만 응원해준 팬들께 인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응원해주고 해외 진출을 도와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오늘부터 내년 시즌을 완벽하게 잘 하기 위해 준비하겠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운이 덜 따를 수도 있지만 그러면 실력으로, 실력이 안 되면 또 운으로,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도 전했다.

다음은 김광현과의 일문일답.

- 복귀 소감은.

▶미국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과 팬분들께 인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 한국에 돌아올 때 기분은.

▶설렜다. 한국에만 있다가 외국에 오래 있었던 적은 처음이다. '한국 음식도 많이 먹어야지' 생각하면서 왔다. 코로나19 때문에 공항도 한산하더라. 국민들도 많이 힘드셨을 텐데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져서 원래 상태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 자가격리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그동안 머리가 많이 자랐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에서도 미용실을 잘 못 갔다. 혼자 밀었었다. 이런 자리가 있으니 깔끔하게 인사드리고자 미용실을 다녀왔다. 집에서 푹 쉬었다. 격리를 하는 동안에 일거리가 있으면 시차 적응이 금방 됐을 텐데 눈떠서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이러니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 코로나19로 개막이 미뤄졌음에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한국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미국에서 입국 금지를 하게 되면 메이저리그 첫 무대 기회를 놓칠 것이라 생각했다. 시차 적응 문제도 없었고, 통역과 둘이서 음식도 많이 해 먹으면서 끈끈해졌다. 웨인 라이트와 캐치볼을 하면서 잘 지냈던 것 같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개막이 계속 밀리는 상황에서 제가 통역한테 언제 시작하냐고 투정을 부렸었다. 투정을 다 받아준 통역에게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둘이서 음식을 해먹었을 때도 기억이 난다. 특히 첫 승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끝나고 내려와서 영상 인터뷰를 하는데 울컥했다. 내 꿈을 이뤘다는 느낌에 정말 기뻤다.

- 탬파베이와 LA 다저스 우승팀을 예상해본다면.

▶다저스는 한국 팬분들도 많고 전통의 강호다. 탬파베이는 신흥 강호다. 그래도 다저스가 전력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4승 3패. 끝까지 갈 것 같다.

- 올 겨울 한국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가장 힘들었던 것이 몸관리다. 실내에서만 했다. 신인 때부터 실내에서 한 부분은 없었다. 야외에서 뛰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었다. 한국에 와서 재활도 열심히 하고 제대로 몸을 만들고 싶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발만 담가 본 시즌이었지 않나 싶다. 내년 더 좋은 성적을 거둬 당당하게 인사드리고 싶다.

- 첫 등판에서 긴장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 때를 돌아보면 '왜 이렇게 바보 같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에 올라가다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앞으로도 더 노력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선발로 바꾸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은데.

▶마무리에서 선발로 바꿨다. 과정에서 몸 관리가 힘들다는 것은 이미 익혀 들었었다. 팀에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 몰리나와의 호흡은 어땠나. 경기 중에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몰리나는 공을 잘 던질 수 있게 해준 첫 번째 은인이다. 어떤 포수나 마찬가지지만, 몰리나는 투수를 편하게 해준다. 상대가 못 치는 공은 전력분석을 보면 나온다. 하지만 내가 자신 있는 공을 사인 낸다는 건 연구를 하지 않으면 모른다. 투수들이 자신 있어 하는 공은 찾아도 잘 안 나온다. 몰리나는 그걸 잘 캐치해서 사인을 낸다. 정말 좋은 포수다. 그런 포수가 앞으로도 한국에서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 잘 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은.

▶그래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야구는 결과로 많이 이야기한다. 일단 결과가 좋다. 나도 예상 못했다. 시즌이 진행됐다 안됐다 하면서 호텔에서만 지내는 것이 힘들었다. 겨울 몸으로 돌아가서 시즌을 치러야 했다. 스피드가 잘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 경기 전날에도 고기 먹어도 된다는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는데.

▶말 그대로다. 루틴이 정말 많다. 말도 안되는 징크스가 많다. 양말도 오른쪽부터 신어야 한다. 어느 상황에 나갈지 몰랐다. 그래도 긴장한 것은 사실이다.

- 포스트시즌 등판이 한국 포스트시즌과 어떤 점이 달랐는지.

▶마음가짐은 똑같았던 것 같다. 좋은 피칭을 하지는 못했지만 타자들이 1구, 1구 집중해서 친다는 것도 똑같다. 코로나19 때문에 포스트시즌 5일이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최지만은 3주 정도 밖을 못 나가고 있을 것이다. 밖에 나가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정말 힘들 것이다.

- 현지에서는 운도 좀 따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경기 던지고 내려와서 항상 그렇게 생각한다.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했으니 지금 운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운도 없는 일이 작용할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

- 린드블럼을 만난 소감은.

▶엔트리에서 빠졌다가 돌어와서 한 첫 경기였다. 신장 이상으로 입원해 있다가 돌아왔는데 상대가 린드블럼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타 팀 선수와 마주치지 못했다. 유명한 선수들에게 말도 걸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경기 전 캐치볼 할 때 서로 쳐다본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친해도 인사하기가 좀 그렇다. 맞대결 선발 투수이기 때문이다. 그 땐 머리 위로 손을 들어 반갑게 인사했던 것 같다. 같이 뛰던 켈리 등 익숙한 얼굴들을 보면 정말 반가웠다. KBO리그에 관련된 사람들이 TV에 나오거나 만나게 되면 정말 반가웠던 것 같다.

- 친정팀 SK를 보면서 느낀점은.

▶2007년 입단해서 작년까지 뛰면서 이런 성적을 거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제가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나 찾아봤다. 조언해주고 싶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전화 하기가 힘들더라. 2년 동안 우승권에 있으면서 부상자도 많았다. 지금부터 몸관리 잘해서 내년 시즌 더 잘했으면 좋겠다. (최)정이 형, (김)강민이 형과는 통화를 했었다. 한탄을 많이 하더라.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다.

- SNS에 글을 올려 SK 선수들에게 놀림을 받았었는데.

▶그 때 내가 여기 왜 왔나 싶었다. 우울하고 힘들었다. 그 때 잘 버텨서 운이 따르지 않았나 싶다. 행운을 잡으려면 지금 버텨야 된다고 썼던 것 같다.

- 양현종과 김하성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물음표로 갔지만 아직 느낌표는 아니다. 더더욱 느낌표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그 선수들도 나와 똑같은 꿈을 꿨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은 환영한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상대해 본 타자와 투수 중에 인상 깊었던 선수는.

▶중부지구에서만 게임을 했다(웃음). 내년에 더 알게 될 것 같다. 올해는 중부지구선수들만 마주쳤다. 특히 골드 슈미트가 왜 이렇게 연봉을 많이 받는지 알게 됐다. 정말 노력하는 모습들이 세계 최고인 것 같다. 왜 메이저리그 선수인가를 느끼게 됐다. 나도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세인트루이스는 어떤 팀이었나.

▶명문 팀 답게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 팀 전용기를 타 보는게 꿈이었다. 이번에 원정 갈 때 못 타봤다. 접촉 최소화한다고 일반 비행기 빌려서 따로 앉아서 갔다. 빨리 전용기 타보고 싶다.

- 수비 도움도 받았는데. 경기 운영에 어떤 확신을 갖고 했나.

▶내 공을 자신 있게 던지지 못하면 맞아 나간다는 것을 느꼈다. 그 조건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에 올라간 것 같다.

- 내년 각오.

▶올 시즌 몸이 잘 만들어지지 못했다. 내년 시즌 대비해 오늘부터 준비할 것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운이 덜 따를 수 있다. 그 부분을 개의치 않고 실력으로, 실력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운으로 엮어가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시 한 번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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