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 '일몰시간 19시50분' 삼성 외야수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잠실=김우종 기자  |  2020.06.04 21:12
4회 김민성의 타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삼성 우익수 김헌곤. 4회 김민성의 타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삼성 우익수 김헌곤.
기상청에 따르면 4일 서울 지역의 일몰 시간은 오후 7시 50분이었다. 하늘이 어둑어둑 해지며 보랏빛을 내는 순간, 삼성 외야수들이 마치 춤이라도 추듯 타구 방향을 잃으며 헤매기 시작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4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 경기에서 0-11로 패했다. 이 패배로 삼성은 2연승을 마감, 12승 15패를 기록했다.

LG가 6-0으로 앞선 4회말. 일몰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선두타자 김현수가 삼성 선발 백정현을 상대로 중견수 뜬공을 쳤다. 타격 후 김현수가 즉각 고개를 숙일 정도로 평범한 플라이성 타구였다.

삼성 중견수 박승규가 공을 계속 응시하면서 앞으로 뛰어왔다. 그러다 순간 공을 놓친 듯 양 팔을 벌리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공은 2~3m 앞에 뚝 떨어졌다. 김현수는 1루를 밟은 뒤 멋쩍게 웃었다. 공식 기록은 중전 안타였다.

이어 채은성이 3루 강습 타구를 이원석이 잡지 못하는 틈을 타 출루한 뒤 타석에 라모스가 들어섰다. 초구 볼을 골라낸 라모스가 2구째를 공략했다. 공은 또 좌중간 외야로 떴다.

그런데 이번에도 삼성 외야진은 완전히 공을 놓쳤다. 유격수 이학주는 이미 공을 못 찾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박승규와 좌익수 박찬도마저 타구 방향을 놓쳤다. 경기 중계를 한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제가 선수 시절에도 지금과 같은 경험이 있다. 공이 없어졌다. 일몰 시간과 맞춰지면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계 화면에 잡힌 박찬도는 "안 보인다"는 입 모양을 하면서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시계는 오후 7시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뒤이어 김민성의 우익수 방면 직선타를 김헌곤이 놓쳤다. 앞선 타구와는 달리 라이트에 타구가 들어가면서 순간적으로 낙구 지점을 놓친 듯했다. 마치 삼성 외야수들은 안갯속에서 야구를 하는 듯했고, LG는 이 4회에만 5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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