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농원의 라벤더 정원은 6월 중순께면 이처럼 보라색 물결이 출렁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국적 정취와 설렘, 그리고 우리 역사의 아픔을
전북 고창의 여행지를 생각하면 몇가지 떠오르는 게 있다. 봄이면 붉은 동백꽃이 떠올려지고 선운산 등산, 그리고 복분자와 풍천장어는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산과 바다, 그리고 먹거리가 있으니 고창의 여행일정은 한결 다채롭게 짜여 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고창에 넓게 펼쳐진 보랏빛 라벤더 정원이 들어서 고창 여행 메뉴가 한결 풍족해졌다.
2만여 평의 넓은 공간의 청농원(고창군 공음면)에는 이번 주말인 5월 말부터 약 4000평 규모의 라벤더 정원에서 보랏빛 꽃들이 물들기 시작한다. 수만 송이의 라벤더 꽃들이 앞다퉈 보라색 물감을 터트리고 6월 중순께는 초절정 보랏빛 물결을 출렁이니 이를 배경으로 사진의 추억을 남긴다면 멋진 엽서가 될 듯하다. 유럽의 어느 시골 대규모 농장에 펼쳐진 원색의 유채꽃 밭이나 라벤더 꽃밭을 연상시킨다.
라벤더의 은은한 향은 사람의 정신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창처럼 생긴 좁은 잎과 가느다란 줄기의 끝에 꽃이 핀다
입장료는 3000원인데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3만 명 넘게 라벤더 정원을 찾았다고 한다.
고즈넉한 한옥인 술암제. 방 5개에 10명이 숙박할 수 있도록 현대식으로 일부 개조했다.
청농원은 술암제를 중심으로 라벤더 정원 외에 넓은 핑크뮬리 정원과 수국정원 등 꽃밭으로 둘러싸인 관광농원이란 점이 특색이다. 핑크뮬리 정원은 5000여평에 걸친 꽃밭이어서 가을이면 넘실대는 핑크빛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수국정원도 1400여평에 걸쳐 조성돼 여름에붉고 하얗고 파란 꽃들이 펴 여행객들을 반긴다.
술암제의 야경. 밤이 깊으면 하늘에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지금 청농원은 우리에 휴식 및 힐링 공간을 제공하지만 그 역사를 알면 자연 숙연해진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떠올려지기 때문이다.
술암제 객실 내 외부.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배환정의 손자인 술암 배종혁은 지난 1943년 조부를 기리기 위해 전남 장성 지역의 소나무와 주변의 재료로 제각(祭閣)을 지었다. 그후 제각을 수리하고 주변 2만평의 땅에 꽃정원과 체험농장을 준비하면서 지금의 청농원으로 탄생한 것이다.
배종혁의 손자로 지금 청농원 대표를 맡고 있는 배태후씨는 "이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우리의 아픈 역사도 한번 돌아본다면 지금의 청농원으로 가꾼 보람이 넘치고 감사하다"라고 말한다.
핑크빛 물결로 출렁이는 핑크뮬리 정원. 가을이면 만날 수 있는 풍광이다.
인근의 구암마을은 병바위를 비롯 소반바위 안장바위 선바위 형제바위 벌바위 탕건바위 사자바위 병풍바위 등 큰 기암괴석이 아홉 개나 자리하고 있어 구암(九巖)이란 지명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학원농장 외에 사계절 아름다운 선운산, 선운사, 고창읍성, 고창 고인돌 유적지, 구시포해수욕장, 운곡 람사르습지, 상하농원 등이 주변 관광지로 추천되니 갈 곳도 참 많다. 더구나 이웃한 내장산, 내장사를 비롯 역시 풍부한 자연경관을 갖춘 부안군, 그리고 굴비의 고장 영광군이 바로 옆에 있으니 아예 여러 날 묵고 다녀올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