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청농원'에 가보셨나요..."초여름 라벤더가 전하는 보랏빛 힐링"

배병만 산업레저대기자  |  2022.05.28 13:34
청농원의 라벤더 정원은 6월 중순께면 이처럼 보라색 물결이 출렁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청농원의 라벤더 정원은 6월 중순께면 이처럼 보라색 물결이 출렁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동학혁명 지도자 후손이 조성한 '농촌숙박 팜스테이 관광농원'


-이국적 정취와 설렘, 그리고 우리 역사의 아픔을

전북 고창의 여행지를 생각하면 몇가지 떠오르는 게 있다. 봄이면 붉은 동백꽃이 떠올려지고 선운산 등산, 그리고 복분자와 풍천장어는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산과 바다, 그리고 먹거리가 있으니 고창의 여행일정은 한결 다채롭게 짜여 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고창에 넓게 펼쳐진 보랏빛 라벤더 정원이 들어서 고창 여행 메뉴가 한결 풍족해졌다.

2만여 평의 넓은 공간의 청농원(고창군 공음면)에는 이번 주말인 5월 말부터 약 4000평 규모의 라벤더 정원에서 보랏빛 꽃들이 물들기 시작한다. 수만 송이의 라벤더 꽃들이 앞다퉈 보라색 물감을 터트리고 6월 중순께는 초절정 보랏빛 물결을 출렁이니 이를 배경으로 사진의 추억을 남긴다면 멋진 엽서가 될 듯하다. 유럽의 어느 시골 대규모 농장에 펼쳐진 원색의 유채꽃 밭이나 라벤더 꽃밭을 연상시킨다.

라벤더의 은은한 향은 사람의 정신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창처럼 생긴 좁은 잎과 가느다란 줄기의 끝에 꽃이 핀다 라벤더의 은은한 향은 사람의 정신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창처럼 생긴 좁은 잎과 가느다란 줄기의 끝에 꽃이 핀다
라벤더는 고대 로마 사람들의 경우 욕조 안에 넣고 목욕을 했고 향기가 나도록 말린 꽃을 서랍이나 벽장 등에 넣었다고 한다. 은은한 향이 정신을 가라앉히고 감정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번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현대인들이 이곳 라벤더 정원의 산책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을 달래면 새 사람으로 거듭 날 수 있을까.

입장료는 3000원인데 지난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3만 명 넘게 라벤더 정원을 찾았다고 한다.

고즈넉한 한옥인 술암제. 방 5개에 10명이 숙박할 수 있도록 현대식으로 일부 개조했다. 고즈넉한 한옥인 술암제. 방 5개에 10명이 숙박할 수 있도록 현대식으로 일부 개조했다.
청농원은 일종의 농촌숙박 팜스테이 관광농원이다. 농원 중앙에 아늑하고 고즈넉한 한옥인 '술암제(述庵齊)'가 있다. 5칸 반 겹집 구조로 10명까지 숙박할 수 있다. 방 5개, 광 및 대청 3개, 공로(다락) 2개, 구들 아궁이 등은 원래의 모습으로 유지했고 과거 정지(부엌 찬장) 공간을 욕조 화장실로 개조했다. 부모님 품속 같이 정겨운 기와집 구조에 현대식 편리를 가미한 것이다. 기와집 앞마당에서는 대감 집 어르신이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여봐라'하고 나설 것 같지만 지금은 숙박객들이 바비큐 파티를 열 수 있다.

청농원은 술암제를 중심으로 라벤더 정원 외에 넓은 핑크뮬리 정원과 수국정원 등 꽃밭으로 둘러싸인 관광농원이란 점이 특색이다. 핑크뮬리 정원은 5000여평에 걸친 꽃밭이어서 가을이면 넘실대는 핑크빛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수국정원도 1400여평에 걸쳐 조성돼 여름에붉고 하얗고 파란 꽃들이 펴 여행객들을 반긴다.

술암제의 야경.  밤이 깊으면 하늘에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술암제의 야경. 밤이 깊으면 하늘에 별들이 초롱초롱하다.
이외 고창의 특산물인 복분자를 재배하는 복분자밭, 그리고 커피 등 각종 차를 판매하는 카페 청(淸) 등을 두었다. 청정한 공기가 흐르는 라벤더 정원과 청농원 주변의 대나무숲 등을 산책한 뒤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한다면 남부러울 게 없다.

지금 청농원은 우리에 휴식 및 힐링 공간을 제공하지만 그 역사를 알면 자연 숙연해진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떠올려지기 때문이다.

술암제 객실 내 외부.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술암제 객실 내 외부.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곳에 오래전부터 터를 잡았던 달성 배씨의 후손인 남계 배환정은 지난 1894년 농학농민운동의 지도자인 전봉준, 손화중 등과 함께 동학혁명을 최초로 일으켰다. 이후 접주로 추대되어 우금치 전투 등 여러 전투에 참가했으나 체포돼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 청농원 주변에 많이 남아 있는 대나무 숲은 동학농민군의 무기로 쓰였던 역사의 흔적이기도 하다.

배환정의 손자인 술암 배종혁은 지난 1943년 조부를 기리기 위해 전남 장성 지역의 소나무와 주변의 재료로 제각(祭閣)을 지었다. 그후 제각을 수리하고 주변 2만평의 땅에 꽃정원과 체험농장을 준비하면서 지금의 청농원으로 탄생한 것이다.

배종혁의 손자로 지금 청농원 대표를 맡고 있는 배태후씨는 "이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우리의 아픈 역사도 한번 돌아본다면 지금의 청농원으로 가꾼 보람이 넘치고 감사하다"라고 말한다.

핑크빛 물결로 출렁이는 핑크뮬리 정원. 가을이면 만날 수 있는 풍광이다. 핑크빛 물결로 출렁이는 핑크뮬리 정원. 가을이면 만날 수 있는 풍광이다.
청농원은 마을의 옛 이름인 맑은 개울가 마을이라는 뜻의 '청천(?川) 마을'에서 따온 말이다. 청농원 주변에는 '보리나라 학원농장'의 청보리밭, 그리고 높이 35m의 바위가 병을 거꾸로 세워 놓은 모양의 병바위 등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인근의 구암마을은 병바위를 비롯 소반바위 안장바위 선바위 형제바위 벌바위 탕건바위 사자바위 병풍바위 등 큰 기암괴석이 아홉 개나 자리하고 있어 구암(九巖)이란 지명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학원농장 외에 사계절 아름다운 선운산, 선운사, 고창읍성, 고창 고인돌 유적지, 구시포해수욕장, 운곡 람사르습지, 상하농원 등이 주변 관광지로 추천되니 갈 곳도 참 많다. 더구나 이웃한 내장산, 내장사를 비롯 역시 풍부한 자연경관을 갖춘 부안군, 그리고 굴비의 고장 영광군이 바로 옆에 있으니 아예 여러 날 묵고 다녀올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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