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9억' 이정후는 거품인가, NO! 'ML 최상위권' 타격지표를 보라→성공 가능성이 읽힌다

안호근 기자  |  2024.04.12 22:08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데뷔 후 가장 적은 경기에 나서 최악의 성적을 써냈다. 그럼에도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6년 1억 1300만 달러(1559억원)을 과감히 베팅했다.


이정후는 11일(한국시간) 시즌 처음으로 달콤한 휴식을 취했고 12일엔 이동일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빅리그 데뷔 시즌에 12경기에 출전한 이정후는 타율 0.255(47타수 12안타) 1홈런 4타점 4득점, 출루율 0.315, 장타율 0.340, OPS(출루율+장타율) 0.655를 기록하고 있다.

막대한 몸값에 비례했던 시즌 전 기대치와 극초반 페이스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다만 이정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과거 그 어떤 코리안리거들의 부진 때에 비해 매우 잠잠한 편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통계가 그 이유를 증명해주고 있다. 미국 MLB 통계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삼진률은 7.4%로 루이스 캄푸사노(샌디에이고·6.3%)에 이어 메이저리그(MLB) 전체 2위, 헛스윙 비율(Whiff)은 6.8%로 전체 선두에 랭크돼 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지난 9일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지난 9일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존에 들어오는 공에 대한 헛스윙은 단 2개로 4위, 헛스윙률은 3.4%로 4위였고 존 바깥쪽에 대해선 헛스윙이 3개로 3위, 확률은 21.4%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MLB 투수들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선수임에도 그의 성공 확률을 높게 치고 샌프란시스코가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수치이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별해낼 수 있는 뛰어난 선구안과 존에 들어오는 공에 대한 압도적인 컨택트율은 세계 최정상의 투수들이 모인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이 같은 능력을 바탕으로 이정후는 7시즌 만에 KBO리그 통산 타율 0.340으로 1위로 올라섰다.

시즌 전부터 이정후의 성공을 예상하는 시선이 많았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이정후는 현 시점 한국 최고의 타자"라며 "(이치로와 유사한) 탁월한 손과 눈의 조화를 갖췄고 많은 하드컨택트 타구를 날린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그의 삼진률은 6% 미만이었다"고 평가했다. 훨씬 뛰어난 투수들이 즐비한 빅리그에 진출해서도 이 수치엔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저스트베이스볼은 더 구체적으로 이정후의 강점에 주목했다. 그의 스트라이크 존 타격률이 무려 97%로 빅리그에서 2년 연속 타격왕에 오른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 말린스·94%)를 포함한 어떤 타자보다도 높았다며 "90%대 초반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 10% 가량 (존 타격률이) 높다. 차별점은 호세 라미레즈나 무키 베츠가 아닌 대부분의 90% 이상 존 콘택트 선수들보다 이정후의 타고난 힘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정후의 존 헛스윙률은 3.4%, 반대로 계산하면 타격률은 KBO리그 시절과 흡사했다. 그렇다고 맞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정타가 되는 강한 타구들도 생산해내고 있다.

강한 타구를 날리고 있는 이정후. 강한 타구를 날리고 있는 이정후.
이를 보여주는 수치는 바로 타구 속도다. 이정후의 평균 타구 발사속도는 92.3마일로 전체 43위. 팀 내에선 패트릭 베일리(97.6마일), 맷 채프먼(94.6마일)에 이어 3위였다. 하드히트(95마일 이상 강한 타구)는 22개로 전체 10위였는데, 스윙 대비 비율로 따지면 30.1%로 전체 1위에 등극했다. 즉, 이정후가 스윙을 했을 경우 누구보다 하드히트를 기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시속 170㎞ 하드히트를 날린다고 하더라도 야수 정면으로 간다면 안타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MLB가 하드히트에 주목하는 건 땅볼 타구든, 외야로 뻗는 타구든 발사속도가 빠를 경우 안타로 이어질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이정후의 타격 순위는 MLB 전체 95위로 큰 괴리감을 준다. 이정후가 이 같은 활약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안타가 나올 확률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올 시즌 흐름을 봐도 밝은 전망을 해볼 수 있다. 빅리그 데뷔전에서 안타와 타점을 신고한 이정후는 2번째 경기에선 멀티히트, 3번째 경기에선 홈런을 날렸다. 빅리그 첫 6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가며 기대감을 높였던 그는 이후 3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괜히 '타격천재'로 불리는 게 아니라는 걸 빅리그에서도 증명하고 있다. 이후 다시 안타를 신고한 이정후는 최근 워싱턴 내셔널스와 2경기에서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반등세를 그렸다. 0.200까지 떨어졌던 타율도 0.255로 올랐다.

게다가 팀 내에서 타격 수치가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이정후는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타율 3위, OPS 4위에 올라 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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