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활동 불가능" 전문가 31人이 바라본 '템퍼링' 사태 [★창간19 설문③]

연예 매니지먼트사 및 제작사 대표 등 업계 전문가 31인 설문

이승훈 기자, 윤성열 기자, 김나연 기자, 최혜진 기자  |  2023.09.18 09:24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K팝의 새로운 기적'이라고 부를만 했다. 분명 역대급 신인이었고, 전 세계 음악 시장도 앞다투어 주목했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걸 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는 올해 2월 발매한 신곡 'Cupid'로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하며 한국 가수 역사상 최단 기간인 데뷔 130일 만에 빌보드에 이름을 올린 아티스트가 됐다.


'꽃길'이 기대되는 피프티 피프티였다.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대거 참여한 할리우드 영화 '바비' OST 타이틀곡도 부르며 글로벌 아티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그 꽃내음은 4개월 만에 악취로 변했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소속사 어트랙트와 전속계약 문제로 갈등을 드러냈고,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멤버들은 지난 6월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자 어트랙트는 '템퍼링'(전속계약이 끝나기 전 다른 회사와 사전 접촉) 의혹을 제기하며 '제3의 세력'으로 외주 프로듀싱 업체 더기버스를 지목했다. 법원은 피프티 피프티와 어트랙트 양측의 합의를 종용했으나 첨예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사실 '템퍼링' 문제는 피프티 피프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 연예계에는 전속계약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소속사, 아티스트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면 이들은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스타뉴스는 연예 매니지먼트사 및 제작사 대표 등 업계 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피프티 피프티 '템퍼링' 사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 응한 31명은 여러 문항(복수 응답)을 통해 전문가로서 현 사태를 냉철하게 평가했다.





◆'템퍼링' 사태 발생 가장 큰 원인은? "주변 사람의 부추김"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총 31명 중 20명은 템퍼링의 근본적인 이유로 '주변 사람의 부추김'을 꼽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 높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큰 유명세를 얻은 경우, 주변인들의 책임감 없는 조언과 부도덕한 유혹으로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당사자는 당장 눈앞에 놓인 이익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주위에서 솔깃한 제안을 넣으면 객관적으로 판단이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설문에 답한 한 매니지먼트사 고위 관계자는 실제 '템퍼링'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면서 "보통 아티스트들이 어느 정도 잘 되고 나면 정산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된다. 신인 때 계약을 해 비율이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폭리를 취한다고 생각한다"며 "초반 투자 비용은 온전히 계약이 끝나면 회사의 몫인데 본인들이 번 돈으로 빛을 갚느라 돈을 못 번다고 생각하게 되고, '계약 파기 후 나한테 오면 좋은 조건으로 해주겠다'라는 생각을 주변에서 심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내용 증명이나 소송에 보내오는 내용들을 보면 마치 변호사 한 명이 진행한 것 마냥 '신뢰 관계 파탄', '정산의 불투명', '스케줄 강요' 등의 이유가 똑같다"고 덧붙였다.

JYP엔터테인먼트 정욱 대표는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경우가 많고 주변 사람들도 전문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고, WM엔터테인먼트 임승채 부사장은 "소규모 회사일수록 인력적인 문제, 제도적으로 허점이 많고, 갖추지 못한 부분도 많기 때문에 중소회사에서 잘 될수록 회사의 노력과 희생이 인정받지 못하고 외부 세력이나 개인의 욕심이 커져 분쟁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고 전했다.

14명은 '개인의 욕심'을 선택했다. 주변 사람들이 개인을 부추기며 이득을 취하려는 게 문제이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개인이기 때문에 그의 욕심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다. 한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아티스트와 소속사는 신의를 기반으로 계약을 한다는 점에서 먼저 신의를 저버린 아티스트에게 템퍼링 원인이 있다""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서인 '배신'을 보여준 것 같아 활동도 어려울 것 같다"고 대답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회사 내 제도 문제'(5명)를 지적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위법적인 행위임에도 법적으로 피해갈 수 있다고 판단하게 되는 부실한 제도와 사회적으로 '템퍼링'을 한 사업자의 영업 활동에 대한 제재가 미약한 상황을 악용한다", "'잘 되면 내가 잘 나서 잘 된 거지 회사가 뭘 해줬냐'라고 생각한다. 안 되면 '회사가 나를 케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복잡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등이다.





◆ 피프티 피프티 사태..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템퍼링' 시도로 발생한 막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31명 중 과반수(21명) 이상이 '템퍼링을 제안한 소속사'를 지목했다. 공과 사를 정확히 구분 지어야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하는데, 모두를 곤란하게 만들고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템퍼링'을 제안하는 것 자체가 업계 내 상도덕이 없다는 것이다.

한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아이돌 그룹을 론칭하기까지 수많은 노력,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수많은 스태프 등의 열정과 애정, 피땀으로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이러한 서사를 전혀 모르는 제3자가 그동안 흘린 그들의 피와 땀을 어느 정도 알고 있겠는가. 그리고 그들 만큼 흘려줄 수 있을까. 그들의 열정까지도 돈으로는 살 수 없지 않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업계 상당수(13표)가 '아티스트 가족·지인'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개 아이돌 가수의 경우 미성년자이거나 사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의 의견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유본컴퍼니 유형석 대표는 "'템퍼링' 발생 및 제안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템퍼링' 발생시 그들의 달콤한 제안에 솔깃하고 원 소속사와 원만한 합의 혹은 조정 없이 이별 만을 원하는 아티스트들의 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라 지적했다. 또 다른 소속사 고위 관계자들도 "외주사를 너무 믿었던 원 소속사 대표에게도 책임은 있으나 제일 큰 문제는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는 멤버들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지인은 당연히 아티스트 편에서만 생각을 하기 때문에 회사의 시스템, 비용적인 부분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외에도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는 이유로 '아티스트'를 선택한 전문가는 9명, '아티스트가 속한 소속사'는 1명, "총체적 난국이다. 아티스트 관리·감독을 못한 소속사, 아티스트 본인들이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하는 무지함, 템퍼링을 시전 해도 된다고 생각한 회사, 전부 다 문제가 있다" 등의 기타 의견도 있었다.





◆ 어리석은 부모를 둔 죄→금전적 손실..템퍼링 피해자는 누구?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피프티피프티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바로 어트랙트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무려 31명 중 25명이 '아티스트가 속한 소속사'를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피프티 피프티가 데뷔하기까지 들인 투자 비용으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어트랙트의 몫이다. 분쟁을 겪으며 회사 내부적으로 의욕마저 잃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트랙트는 중소 기획사이기 때문에 엄청난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에도 힘들 것이다.

대다수의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금전적인 피해도 문제이지만, 이미 대중과 언론에 노출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걱정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온 회사는 파트너인 아티스트의 급작스러운 돌발행동으로 인해 좋은 성장의 기회를 놓쳤다", "해당 소속사가 아티스트의 제작 비용을 모두 부담해온 정황으로 보았을 때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채 템퍼링 이슈가 발생해 추후 아티스트를 통한 비용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티스트'가 피해자라고 응답한 전문가 10명은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일부는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꽃다운 청춘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이 너무 아쉽다", "'배은망덕하다', '다시는 연예계에 발을 들이지 마라' 등 전 국민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받게 된 아티스트가 최종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어리석은 부모를 둔 죄로 인생을 망쳐버린 멤버들", "본인 인생이 망했으니까 아티스트가 가장 큰 피해자다"라고 대답했다.

기타 의견을 내비친 4명은 '팬덤'을 지목했다. 한 소속사 고위 관계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인답지 않은 이례적인 행보로 팬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갑자기 이런 상황을 마주한 팬덤이야말로 한순간에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이며 누구보다 상처받고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이다"고 말했다.





◆ 31人이 바라본 피프티 피프티의 향후 행보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피프티 피프티의 지금 상황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여론이 심각해보인다."

총 31명 중 16명은 피프티 피프티 향후 행보에 대해 '활동 불가능하다'를 선택했다. 그만큼 '템퍼링' 사태가 이들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것. 어트랙트와 문제 해결이 된다고 해도 회복이 쉽지 않을 만큼 이미지 훼손과 대중의 신뢰도 하락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뒤통수돌'이라는 부정적인 프레임 때문에 활동을 재개한다고 해도 K팝 시장에서 곡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예측도 나왔다.

JYP엔터테인먼트 정욱 대표는 "일을 함에 있어서 신뢰를 주고 받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고, WM엔터테인먼트 임승채 부사장은 "현재도 합의가 안 되고 있고, 장기간의 사태로 인해 이미 대중들은 가수에 대한 관심도가 식은 상태다. 합의가 되더라도 복귀는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현 회사와 합의하에 다시 시작한다면 그나마 조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유본컴퍼니 유형석 대표는 "신선한 그룹의 이미지를 모두 잃은 현재 상황이 분쟁 이전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안타깝지만 한국 음악계의 큰 손실인 것 같다"고 답했다.

'활동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문가도 15명이나 됐다. 하지만 이들도 단지 활동만 가능할 뿐, 이미지 회복은 불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다수는 "방송 관계자들이 좋게 볼 것 같지는 않다", "과연 대중들이 얼마나 응원할지 모르겠다", "활동 재개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해당 이슈가 잊히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멤버들 나이가 어리고 주목받았던 만큼 후에 활동 가능성은 있다고 보지만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상호 간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인 만큼 법정 다툼이 장기화되면서 서로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설령 다시 합의를 한다 한들 원 상태로 완전 회복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등의 의견을 냈다.

단 1명의 전문가는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이라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피프티 피프티는 팬덤이 크게 영향력을 끼친 경우가 아니다. 음악과 마케팅으로 승부를 본다면 활동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당장 활동이 가능하다'를 선택했다.

■설문 참가자 명단(가나다 순)

권재영 A9미디어 대표, 김남형 GF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용습 FNC엔터테인먼트 상무, 김종도 나무엑터스 대표, 김지원 SM엔터테인먼트 CRO, 김형곤 피네이션 이사, 노현태 인코드 대표, 박희영 MLD엔터테인먼트 부대표, 방재혁 KQ엔터테인먼트 이사, 배기환 탱고뮤직 이사, 백창주 씨제스스튜디오 대표, 성현수 눈컴퍼니 대표, 양현승 UL엔터테인먼트 대표, 연한준 생각엔터테인먼트 이사, 오종헌 IST엔터테인먼트 제작2본부장, 유형석 유본컴퍼니 대표, 이상철 인넥스트트렌드 대표, 이인규 안테나 본부장, 이진성 킹콩by스타쉽 대표, 이해종 DSP미디어 이사, 이훈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대표, 임승재 WM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장두봉 스토리제이컴퍼니 대표, 정덕균 제이와이드컴퍼니 대표,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조대권 에일리언컴퍼니 대표, 진정균 GLG 이사, 탁영준 SM엔터테인먼트 COO, 한정수 미스틱스토리 대표, 허성문 미디어랩시소 이사, 허재옥 큐브엔터테인먼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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