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빛나는순간' 파격 로맨스, 그 이상의 의미와 진심

김미화 기자  |  2021.06.17 11:31
/사진='빛나는 순간' /사진='빛나는 순간'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인종도 문제 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사랑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보는 사랑은 아름다운 (주로 젊은)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담긴다. 그것이 표준이고, 정상이라고 보고 생각하고 있다.


영화 '빛나는 순간'(감독 소준문)은 흔히 아는 사랑 이야기에서 한 발짝 더 나간다. 남녀의 나이차 33세. 그것도 여자가 33살이 많다. 굉장히 젊거나 아름다운 여성이냐고? 아니다. 제주도에서 물질하며 화장 한번 한 적 없는, 몸빼 바지 입고 다니는 할머니다. 70대 해녀와 30대 젊은 PD의 사랑은 할머니와 손주를 떠올리게 한다.

'빛나는 순간'은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 분)과 그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PD 경훈(지현우 분)의 특별한 사랑을 다룬 영화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상처를 가진 경훈은 제주도에 가서 최고의 실력파 해녀 진옥의 다큐를 촬영하려 한다. 방송에 얼굴이 나오는 것이 싫은 진옥은 그런 제안을 거절한다. 어떻게 해서든 진옥의 다큐를 찍어야만 했던 경훈은 일단 촬영은 내려놓고, 한 사람으로서 진옥에게 다가간다. 제주에서는 남녀 상관없이 어른을 삼춘이라고 부른다. 경훈은 진옥을 '진옥이 삼춘'이라고 부르며 그녀의 매니저를 자처한다. 경훈은 진옥이 물질 할 때마다 따라나가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매니저 역할을 싹싹하게 해낸다. 그런 경훈의 모습에 다른 해녀들까지 경훈을 칭찬하며 진옥을 부러워한다. 진옥도 진심으로 다가오는 경훈에 마음을 조금씩 연다. 그러던 어느날 경훈은 서울에 일이 있어서 갑자기 올라가게 되고, 진옥과 해녀들은 경훈의 빈자리를 느낀다. 이들은 '역시 육지 것들을 믿을 것이 못 된다'라며 경훈에 서운함을 표하지만, 특히 진옥은 말로 표현 못할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

결국 경훈은 진옥의 다큐를 찍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카메라에 진옥을 오롯이 담아낸다. 경훈과 진옥은 그렇게 서로에게 집중하며 33살의 나이차를 넘어 서로의 진심을 보고 빠져들게 된다.

/사진='빛나는 순간' /사진='빛나는 순간'


고두심은 제주 그 자체, 진옥 그 자체다. 제주 해녀 연기는 물론, 송장처럼 누워있는 아픈 남편을 돌보고 어린 딸을 가슴에 묻은 감정선까지 완벽하게 표현해 냈다. 고두심의 완벽한 연기 덕분에 이 로맨스가 빛이 난다. 지현우 역시 상처를 안고 살다가, 진옥을 만나 상처와 외로움을 치유받는 경훈의 섬세한 감정선을 잘 그려냈다. '연하남'으로 사랑받던 지현우에게도 고두심과의 로맨스 연기는 도전이었을 터. 지현우는 그 부담감을 잘 극복해내고 영화에 잘 녹아났다.

/사진='빛나는 순간' /사진='빛나는 순간'


영화는 아름다운 제주 풍광을 배경으로 해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잘 그려냈다. 소준문 감독은 두 사람의 사랑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진옥과 경훈은 손을 잡고 진한 키스를 한다 . 솔직히 처음에는 놀랐다. 열린 마음으로 보려 해도, 당황스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런 표현 덕으로 이 영화가 더욱 생생해진다. 아름다운 풍광 속, 인생의 절반을 바다 속에서 살아온 해녀 진옥의 사랑이 더욱 생생하게 와 닿는다. 그렇기에 진옥의 마지막 결정을 더욱 응원하게 만든다. 그 파격 너머 두 사람의 진심이 담겼다. 그럼에도 과연 관객들이 두 사람의 사랑을, 그러니까 감정적인 사랑이 아닌 스킨십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편견없는 사람들의 사랑을, 편견을 가지고 보지 않는다면, '빛나는 순간' 속 그 진심과, 영화 속에서 빛나는 두 사람의 눈빛 속 진심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6월 30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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