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오피스 1위부터 10위..한국영화가 한편도 없다 [★날선무비]

김미화 기자  |  2020.04.04 14:45
4월 2일자 영진위통합전산망  / 사진=화면 캡처 4월 2일자 영진위통합전산망 / 사진=화면 캡처


날선 시각,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영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박스오피스에서 한국 영화가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며 극장의 평일 일일 관객수가 2만명 대까지 내려 앉았다. 일부 극장은 아예 문을 닫고 일부 외화를 제외하고 신작이 없다. 코로나19로 밀폐된 공간에 가는 것을 꺼리며 관객은 극장을 피하고, 배급사들은 신작 개봉을 미뤘다. 극장은 걸 영화가 없고, 관객들은 볼 영화가 없으니 또 극장을 안 간다. 이 악순환이 두 달 동안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일 금요일 극장을 찾은 일일관객수는 총 2만 5691명이다. 박스오피스 1위인 '엽문'이 4281명을 모았다. 지난해와 비교한다면 평일 관객수가 20분의 1로 줄었다.

극장은 명작 재개봉 등을 통해 이 위기를 타파하려고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극장 예매도 일정 간격을 띄우고 하고 있지만,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봤다는 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러다 보니 박스오피스 1위부터 10위 사이 한국영화가 한편도 없다. 예정대로 개봉한 외화와 재개봉작들이 박스오피스를 채운다. 일일 관객수가 2만 명 대인데 대책 없이 개봉할 수도 없다. 개봉이 미뤄지자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 행을 택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코로나19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 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고강도의 사회적 거두기 지침이 연장된 가운데, 영화계의 신음도 깊어 간다.

텅빈 극장 / 사진=김창현 기자 텅빈 극장 / 사진=김창현 기자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영화단체연대회의,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상영관협회,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등 영화계 단체들이 모인 코로나19대책영화인연대회의(이하 코로나19 영화인연대)는 영화 산업 붕괴위기 속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지난 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어 관광, 통신·방송, 영화 업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극장요금의 3%에 해당하는 영화발전기금 한시 감면과 개봉 연기된 영화 20편에 대한 마케팅 지원 등의 대책이 담겼지만 구체적인 지원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코로나19영화인 연대는 정부의 빠른 지원을 다시 한번 촉구하며 영화관련업 특별지원업종 즉각 지정과 올해 연말까지 영화발전기금의 징수 면제 등 7가지 구체적인 지원책을 다시 한번 요구했다.

박스오피스에서 사라진 한국 영화의 모습은, 우리 영화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또한 우리 일상의 붕괴를 뜻한다. 불과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K무비의 저력에 전 세계가 주목 했던 것이 오래된 꿈 같이 느껴진다.

코로나19로 일상을 뺏기고, 망가진 경제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는 먹고 살기 힘들어진 이 시국에 영화 보는게 대수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영화 역시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과, 영화인들의 노력, 안전을 바탕으로 한 관객들의 영화 관람으로 얼른 다시 관객으로 북적거리는 극장을 보고 싶다. 영화 관람은 집에서 홀로, 혹은 몇몇이 같이 보는 콘텐츠 그 이상의 문화적 행위다. 수십 수백 명의 관객이 함께 울고 웃는 그 경험, 큰 스크린으로 느끼는 감동은 극장에서 보는 영화 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종식되어 극장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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