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용병 처음" ML 90승인데, 더그아웃서 기록하고→투구폼 바꾸고 '韓 야구 열공'

심혜진 기자  |  2022.05.16 13:53
SSG 이반 노바./사진=뉴시스 SSG 이반 노바./사진=뉴시스
메이저리그 90승을 하고도 여전히 야구가 어렵다. SSG 랜더스 외국인 투수 이반 노바(35)의 이야기다. 이름값이 높음에도 자신을 낮추고 새로운 리그에 대해 열심히 공부 중이다. 모범생 중에 이런 모범생이 없다는 내부 평가다.


노바는 역대 KBO리그에 등록된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한다. 역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메이저리그에서 쌓은 승수만 무려 90승이다. 하지만 걱정의 시선도 있다. 35세로 적은 나이가 아니다. 지난 시즌은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만 뛰었다. 그래도 클래스는 무시할 수 없다. 시범경기 2경기에서도 무난한 투구를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개막을 하고 보니 SSG 선발진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됐다. 제구에 애를 먹었다. SSG 내부에서는 제구보다는 구위를 더 걱정했는데, 오히려 구위는 좋고 제구가 들쑥날쑥하다. 시즌 성적은 7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5.27이다.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에 노바는 열심히 공부 중이다. 외국인 선수 특유의 자존심을 세우지 않는다. SSG 관계자에 따르면 노바는 "한국야구가 어렵다"며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증거가 바로 기록지다. 노바는 최근 자신의 선발 등판 경기가 아니면 더그아웃에서 기록을 하기 바쁘다. 정식 기록지 작성까지는 아니다. 다만 통역과 남기남 SSG 기록원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기록지를 만든다. 자신과 만날 상대 타자들이 어떤 공을 공략했는지, 어떤 타격을 했는지와 구종 등을 써놓고 참고한다.

투구폼을 바꾸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노바는 조웅천 투수코치의 조언을 받아 투구시 팔 높이를 올렸다. 팔 각도를 높임으로써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이 종으로 떨어지게 만들 수 있었다. 불펜 피칭을 할 때마다 조 코치를 괴롭힌다. 잘 던져 피드백을 할 게 없음에도 계속 묻고 또 묻는다고 한다.

이는 모두 지난달 23일 대전 한화전에서 4⅔이닝 9실점(9자책)으로 크게 흔들린 후부터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깨달았고, 한국 야구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봤다. 이후 감독실을 찾아가 김원형 감독에게 직접 사과를 하기도 했다. 팀 동료들에게도 마찬가지. 선수들의 단체 채팅방에 장문의 글도 남겼다. 직접 번역기를 이용해 한글로 사과의 메시지를 작성했고, 통역이 최종 점검을 해줬다. SSG 관계자는 "이처럼 귀가 열려있는 용병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야구뿐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도 열심히 노력 중이다. 사과의 말을 한국어로 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통역을 쉼 없이 괴롭히고 있다. 노바의 한국말 선생님은 따로 있다. 바로 이태양(32)이다. 이태양은 노바와 붙어 다니면서 많은 한국말을 알려주고 있다. 통역에 따르면 노바는 선수들과 직접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졸립다, 피곤하다, 집에 가자' 등 일상 생활에서 쓰는 말, 그리고 음식 이름 등에 대해 자주 물어본다.

그리고 팀 분위기 메이커까지 자처한다. 선수들끼리 약간의 오해로 충돌 기미가 느껴지면 이를 풀기 위해 앞장서기까지 한다. 자신이 해결을 못하면 추신수(40)를 대동해 꼭 풀고야 만다. 외국인 선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하기에도 바쁠 텐데, 팀 분위기까지 앞장서 챙기려 하고 있다.

당연히 팀 내부 평가가 나쁠 수 없다. 노바의 성적이 더 오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원형 감독은 "외국인 선수 중 이렇게 찾아와 사과하는 선수는 처음 본다. 그래서 한국에서 꼭 잘했으면 좋겠다"며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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