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민호. /사진=LG 트윈스 제공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자체 청백전. 청팀이 3-1로 앞서고 있는 4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4회 청팀 두 번째 투수로 나선 이민호가 공을 쥐고 있었다. 상대 타자는 백팀의 8번 타자 박재욱(25).
볼카운트 2-2에서 김재성이 바깥쪽으로 빠져 앉았다. 김재성이 한두 차례 사인을 냈으나 이민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공을 던지겠다는 신호를 보낸 이민호. 제 5구째. 이민호가 힘차게 뿌린 속구가 바깥쪽으로 꽉 차게 꽂혔다. 루킹 삼진 아웃. 전광판에는 146km가 찍혔다.
이날 청백전 자체 중계를 맡은 차명석(51) LG 단장은 "기가 막힌 공이 들어왔다. 내 평생 던져보고 싶은 공이었다"고 감탄하면서 "김재성 포수가 변화구 사인을 냈는데, 이민호가 고개를 젓고 속구를 던졌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이야기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학동초-대치중-휘문고를 졸업한 이민호는 계약금 3억원을 받고 올해 LG에 입단한 고졸 루키다. 189cm와 93kg의 건장한 체격 조건을 자랑한다.
앞서 이민호는 청백전 2경기에 등판해 2⅓이닝 동안 7피안타 3볼넷 2탈삼진 4실점(4자책)으로 다소 흔들렸다. 22일 청백전에서는 1이닝 4피안타 1탈삼진 2실점(2자책), 26일 청백전에서는 1⅓이닝 3피안타 3볼넷 1탈삼진 2실점(2자책)을 각각 마크했다. 두 경기 모두 최고 구속은 147km였다.
그러나 이날 이민호는 속구 최고 구속 149km를 기록했다. 2이닝 동안 총 33개의 공을 던졌으며,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좋은 피칭을 펼쳤다. 속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던졌다.
경기 후 이민호는 LG 자체 중계 채널이 실시한 차 단장과 인터뷰에서 "타자들을 신경 쓰기보다는 제 공을 던지자는 생각만 갖고 던졌다. 이전 경기들보다 잘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선배 포수의 사인에 자주 고개를 저은 것에 대해 "원래 그런 것은 야구를 할 때 신경 안 쓴다. (재성 선배가) 사인을 낼 테니, (저의) 자신 있는 공만 던지라고 미리 말했다. 그래서 자신 있는 것만 던지려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민호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 "공이 빠르다. 타자가 누구든지 겁을 안 먹는 성격이 장점"이라면서 "제가 마운드에 등판했을 때 팬 분들께서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며 LG 팬들에게 인사했다.
지난해 8월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0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민호(휘문고)가 안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