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거주 한 한인교포가 전하는 '지금의 코로나 19와 뉴욕의 격리 생활'

배병만 산업레저대기자  |  2020.03.27 14:58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 수가 1천명을 넘어섰다. 최대 발병지인 뉴욕은 사망자 속출로 영안실 부족 현상까지 우려된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밤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만9천18명, 사망자 수는 1천42명으로 각각 집계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뉴욕주다. 현재까지 뉴욕에서 나온 확진자 수는 3만 명이 넘고 사망자 수도 3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뉴욕에 오랜동안 생활해왔고 지금도 거주하고 있는 한 한인교포가 27일(한국시간) 보내온 지금 현재의 뉴욕생활 상황을 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각 가정에 보낸 코로나 예방 등을 위한 엽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각 가정에 보낸 코로나 예방 등을 위한 엽서


-50대의 한 한인교포가 전하는 뉴욕 현재 상황

<<오늘 낮에 맨해턴에 일이 있어서 나가보았더니 거리가 아주 한산한 분위기였습니다. 맑고 아름다운 봄 날 대낮의 맨해턴 거리에 거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은 상태라 어찌 보면 음산했습니다. 맨해턴 안에도 수백 만 명이 살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일부 행인들이 거리를 걷거나 뛰고 있기는 했지요. 하지만 운행하는 자동차는 참으로 적었습니다. 확실히 비상사태임을 실감합니다.

모든 시민은 가능하면 자기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정부의 격리 명령이 시행된 지 나흘이 지났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미국이 전례 없는 긴장 상태에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 50개 주 전역에 퍼졌고, 특히 뉴욕 주는 미국 전체 감염 확진자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오늘 (3월26일) 오후 5시 (미 동부 시간) 무렵 미국의 코로나 19 감염 확진자는 9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현재 추세로는 감염자가 하루에 1만 명씩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감염 확진자 숫자가 증가하는 것은 단지 감염 검사를 늘렸음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다시말하면 검사가 늘어나니까 감염 확진자가 늘어난다는 것이지요. 이미 감염되었다 해도 검사 받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발표되는 숫자는 현실을 올바로 반영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감염자가 발표된 숫자보다 몇 배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바이러스가 처음에 어떻게 시작됐든지 상관없이, 이제 조만간 미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가장 많은 국가로 등극하게 될 듯합니다. 먼저 시작한 중국과 대한민국은 이미 진정세로 들어서서 오히려 안전한 지역으로 인식되는 반면 미국과 서유럽은 뒤늦게 쓰나미를 맞이하듯 바이러스 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그것도 어쩌면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4월이면 사태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전역에서 수백 만 명이 감염자로 확인될 수 있다는 말이겠지요.

지난 2월 초만 해도 미국과 유럽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과거 발생했던 메르스나 사스 때처럼 제한된 지역에서만 잠시 파동치다가 잠잠해질 것으로 것으로 간주했던 듯합니다. 백악관 역시 거듭된 경고성 보고들을 무시하고 있다가 3월 들어 화급하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사태의 확산을 미리 막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분위기입니다.

하여간 CNN을 중심으로 뉴스를 보면, 적어도 뉴욕 시 또는 뉴욕 주에서 이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확진자가 너무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누가 감염자인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나오는 말들입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감염자들을 추적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역량도 절대적으로 모자란 형편입니다.

엽서 뒷면에는 젊거나 건강해도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엽서 뒷면에는 젊거나 건강해도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뉴욕의 병원들은 이미 감염자들이 잔뜩 몰려들었기 때문에 정부는 아주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파도 집에서 쉬라고 권합니다. 그러니까 아파서 병원에 가도 치료 받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연일 병원에 필요한 의료 장비와 도구들이 모자람을 호소합니다. 백악관과 연방 정부에게 서둘러 의료 장비를 공급해 달라는 이같은 절박한 요청은 그러나 충족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연방 차원에서도 공급 물량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급작스러운 의료 장비 수요 증가로 인해 백악관은 군수물자 생산법 같은 것을 들먹이면서 의료 관련 장비를 대폭적으로 증산할 계획입니다.

현재 뉴욕 주의 병원들에서는 마스크와 보호 의복과 장비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악전고투하고 있습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의사가 하나의 마스크를 5일 동안 빨아서 사용했다고 하고, 어떤 곳에서는 마스크와 보호 장비 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의료진이 곤혹스럽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지하철 버스 노조 역시 마스크가 없어서 일할 수 없다는 불평 섞인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격리 조치를 시행하면서 “필수적(essential)”인 업종과 “비필수적(non-essential)”업종으로 사업체들을 분류하여 비필수적 회사와 상점들은 문을 닫도록 강제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모든 사업체에서 재택근무를 하도록 권고했지요. “필수적”업종이란 병원, 약국, 식료품점, 주유소 등 10여 개 종목에 이릅니다. 그러니 거리에 나가보면 거의 모든 상점들이 닫혀 있고, 회사들 역시 휴무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민들도 집안에 있어야 한다는 조치를 따라서 산책하는 경우나 식료품을 사러 가는 등 필수적인 일만 하러 나오고 있고, 그렇게 나왔을 때도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인 수퍼마켓에 가보니까 아주 한산한 가운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사재기 했던 흔적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일 정도로 물건들이 들어차 있습니다.

이미 지난주와 이번주부터 휴교에 들어간 학교들은 언제 개학할지 모르지만 매우 느슨해 보이는 온라인 수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봄학기는 이렇게 진행되면서 마감될 듯한데 교육의 질이 확실히 저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미 비싼 등록금을 받은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어느 정도는 반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온라인 강의로 학교들이 얼마나 비용을 절감했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말입니다.

이 와중에 뉴욕시 공립학교들은 학생들에게 하루 세 끼 먹을 급식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합니다.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주는 것이니까 대단한 일입니다. 일거리를 잃은 일용직 건설 근로자들과 기타 빈민들도 이렇게 무료 급식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중국인이나 한국인들에 대한 혐오 범죄가 가끔씩 뉴스로 보도되기도 하지만, 그런 일은 실제로는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집안 격리조치로 인해 전반적인 범죄 발생이 크게 줄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특히 저녁 8시면 통금 상태가 되는 마당에 교통사고도 줄었고 범죄도 줄기 마련이지요.

이런 와중에도 전기와 물과 가스 등이 잘 공급되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과거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강타했을 때 맨해턴까지 포함하여 뉴욕 시 전역에서 한 주일 동안 정전되었던 것 경험을 생각하면 현 비상사태는 집에서 쉬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일하느라 바빴던 사람들에게는 휴가이기도 하구요. 다만 봉쇄된 상황에서 경제생활이 마비된 것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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