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SK 감독. /사진=OSEN
염경엽 감독은 연습경기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20일 "감독인 내가 나서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운을 뗀 뒤 "144경기가 확정되면 정해진 것에 맞춰 최선을 다하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더 좋은 방안들을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1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2020 정규시즌 개막일을 확정할 예정이다. 관건은 경기 수다. KBO는 코로나19로 개막이 늦춰졌지만 경기 수 축소보다는 144경기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의 생각은 다르다.
144경기 강행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의 질이다. 염 감독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를 하나의 예로 들었다. 그는 "스포츠 산업의 성공 기본요소는 경기의 질이다. 왜 많은 팬들이 EPL을 보는가. 경기의 질,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수준이 높으니 경기가 재미있다. 그러니 직접 구경하러 간다. 그러면서 인기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EPL의 인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수 축소를 주장하는 팬들도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이 경기의 질이다. 최근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이 한국 야구 중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 팬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경기의 질이 높지 않은 KBO리그가 미국에 중계된다면 창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염 감독은 "팬들의 민심을 간과해선 안 된다. 리그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잘 마무리하느냐다. 그렇게 하려면 경기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내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 염경엽 감독이다. 포스트시즌(PS) 축소도 여기에 해당한다. KBO는 준플레이오프를 기존 5전3승제에서 3전2승제로 변경을 검토 중이다. 염 감독은 "포스트시즌은 팬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경기다. 저녁 스포츠 메인 뉴스에 나오는 경기다. 대한민국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의 가을 잔치를 줄이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정규시즌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KBO의 역할도 강조했다. 염 감독은 "KBO는 보유하고 있는 야구발전기금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적지 않은 피해를 받는 구단과 선수를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또 KBO가 나서서 희망캠페인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