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명부터 英 영향 받은 '영보이즈', 그래서 더 기적이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2021.09.15 16:36
영보이즈 선수들이 15일(한국시간) 맨유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영보이즈 선수들이 15일(한국시간) 맨유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스위스 축구 클럽 BSC 영 보이즈(Young Boys)가 15일(한국시간) 스타드 드 스위스 방크도르프 경기장에서 펼쳐진 2021~2022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맨체스터 유타이티드(맨유·잉글랜드)를 2-1로 제압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스위스 베른에 연고를 두고 있는 BSC 영 보이즈는 스위스 프로축구 리그에서는 15번이나 우승을 차지했으며 12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명문 구단이다. 하지만 맨유가 최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를 보강해 한층 더 전력이 강화됐으며 선수단 몸값에서도 영 보이즈에 비해 거의 15배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 보이즈의 승리는 '베른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반면 호날두가 선제골을 넣어 승리를 예상했던 맨유는 아론 완-비사카의 퇴장으로 인한 숫적 열세와 경기 후반 수비 실수가 겹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클럽 중 하나인 맨유를 상대로 거둔 영 보이즈의 승리가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또 있다.

스위스는 축구가 19세기 말부터 잉글랜드에서 전 세계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잉글랜드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대표적인 유럽 국가였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뿐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의 본부가 위치하고 있는 스위스는 19세기에 잉글랜드 유학생이 많았던 유럽국가 중 하나로 당시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영국 문화 모방 열풍'의 선두주자였다. 근대 영국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축구도 당시 스위스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졌던 스포츠다.

실제로 19세기 후반 스위스를 강타했던 영국 스포츠 대유행의 여파로 축구를 비롯한 여러 근대 스포츠를 접했던 한스 막스 감퍼(스페인명 호안 감퍼)는 스페인으로 건너가 훗날 세계적 클럽으로 성장하게 되는 FC 바르셀로나를 창립할 정도로 초기 유럽 축구 발전을 이끈 선구자였다.

맨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와 영보이즈 모하메드 알리 카마라가 15일(한국시간) 경기에서 공을 다투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맨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왼쪽)와 영보이즈 모하메드 알리 카마라가 15일(한국시간) 경기에서 공을 다투고 있다. /AFPBBNews=뉴스1
BSC 영 보이즈 역시 팀 명칭 자체부터 영국의 영향이 짙게 나타나는 클럽이다. 일반적으로 근대 축구 초창기 잉글랜드에서는 학교 졸업생들이 팀을 이뤄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가 많아 올드 보이즈, 또는 팀 명칭 앞에 '올드(Old)'를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튼 스쿨 졸업생들로 이뤄진 팀 올드 에토니언스도 이런 배경 속에서 생겨난 클럽이었다.

현존하는 스위스 바젤 올드 보이즈도 같은 학교에서 축구를 하던 학생들이 졸업 후에 팀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팀 이름이 됐다. BSC 영 보이즈는 바젤 올드 보이즈와 차별화를 하기 위해 팀 이름을 정반대인 영 보이즈로 정했다.

영 보이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스타드 드 스위스 방크도르프는 베른시 방크도르프 지구에 위치한 경기장이다. 과거의 방크도르프 스타디움은 지난 2001년 허물어졌고 현재는 같은 자리에 새로운 스타디움이 들어서 있다.

방크도르프 스타디움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경기장으로 활용돼 당시 세계 최강팀 헝가리를 꺾고 서독이 우승을 차지한 장소로 유명하다. 2차 대전 패전 이후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 정신적인 충격에 빠져 있던 서독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월드컵 우승을 '베른의 기적'으로 불렀다.

유럽 국가의 각 리그 챔피언들끼리 격돌하는 대회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챔피언스리그'라는 이름은 이른바 4대 빅 리그 중심으로 대회가 진행되면서 그 의미가 유명무실해졌다. 스위스 명문이지만 전체 유럽 축구 클럽을 놓고 보면 스몰 클럽 중 하나인 영 보이즈의 기적에 가까운 승리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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