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2년 주기 개최'에 숨은 FIFA의 상업적 꼼수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2021.09.10 11:47
FIFA의 지아니 인판티노(오른쪽 위) 회장과 아르센 벵거 글로벌 축구발전 책임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FIFA의 지아니 인판티노(오른쪽 위) 회장과 아르센 벵거 글로벌 축구발전 책임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난 4월 유럽 축구 빅 클럽들만 참가해 리그를 운영하겠다는 유럽 슈퍼리그 창설 계획에 반기를 들었던 FIFA(국제축구연맹)가 이번에는 4년마다 열렸던 월드컵 주기를 2년으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월드컵 2년 주기 개최 방안은 지난 5월 향후 월드컵 개최를 희망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의 제안으로부터 출발했다. 아스널 감독이었던 아르센 벵거 FIFA 글로벌 축구발전 책임자가 앞장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UEFA(유럽축구연맹)와 유럽 축구 클럽의 반대에도 FIFA는 선수 보호와 축구 저개발국의 발전 도모라는 측면에서 월드컵 2년 주기 개최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각국 대표팀의 경기가 펼쳐지는 기간은 3월, 9월, 10월, 11월과 클럽 경기가 마감된 뒤 열리는 국제대회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처럼 A매치를 위한 기간이 프로축구 시즌 중에 너무 자주 존재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소모와 부상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FIFA는 월드컵 예선전을 포함한 A매치를 10월에 모두 치르거나 아니면 3월과 10월로 나눠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IFA는 1년에 A매치 기간을 두 차례 정도로 간소화하게 되면 무엇보다 선수들의 여행 거리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가 2014~2018년 사이에 당시 소속 클럽 바르셀로나(스페인)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경기를 소화하면서 이동한 거리는 30만㎞가 넘는다. 하지만 A매치 기간을 두 차례로 제한할 경우 메시의 이동거리는 과거의 1/3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게 FIFA의 설명이다. 이는 물론 A매치와 유럽축구 리그 경기를 반복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한국의 유럽파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다 FIFA는 선수 보호를 위해 월드컵 이후 선수들이 25일 간의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추가할 계획이다.

FIFA는 이 같은 변화가 각국 국가대표팀 감독이나 클럽 감독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A매치 기간이 특정 시기에 집중될 경우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과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클럽 감독은 A매치 기간의 방해를 덜 받고 시즌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보호와 함께 FIFA가 월드컵 2년 주기 개최의 핵심적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제3세계의 축구 발전이다. 2년마다 월드컵을 개최해야 더 많은 국가가 월드컵 개최와 본선 진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FIFA는 더 많은 국가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2026년 월드컵부터 본선 참가국 숫자를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월드컵을 4년이 아닌 2년 주기로 치르게 되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3번의 대회가 열려 산술적으로는 모두 144개의 본선 진출 티켓이 주어진다.

FIFA는 1930년 제1회 월드컵 이래 전체 211개 회원국 가운데 오직 79개 국가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으며 132개 회원국은 참가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2년 주기 개최가 전 세계적인 월드컵 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는 프랑스 대표팀 선수단.  /AFPBBNews=뉴스1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는 프랑스 대표팀 선수단. /AFPBBNews=뉴스1
하지만 월드컵 2년 주기 개최를 통한 선수보호와 제3세계 국가의 축구 발전은 FIFA가 상업적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세운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선수 보호 차원에서 FIFA는 항상 6월에 월드컵 본선 경기를 치르고 이후 25일 동안 휴식기간을 두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만약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국가가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될 경우 6월 개최는 쉽지 않다. 이는 기후 문제로 11월에 개막하기로 결정된 2022 카타르 월드컵 사례가 입증한다.

6월 개최가 가능한 곳에서만 월드컵을 열게 되면 월드컵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FIFA의 명분은 힘을 잃는다. 반대로 제3세계 국가를 위해 월드컵 본선 일정을 변경할 경우 선수 보호라는 명분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또한 10월에 최소 3주 이상 A매치 기간을 확보해 월드컵 예선 등을 거행하겠다는 계획도 선수보호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2년마다 월드컵을 하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월드컵 예선과 본선 경기가 더 잦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이는 선수를 볼모로 2년마다 FIFA의 최고 상품인 월드컵을 개최해 중계권료와 스폰서 후원액을 늘리겠다는 포석에 가깝다. 또한 2년마다 월드컵이 개최되면 FIFA가 동·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개최하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이상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이 마련된다.

월드컵 2년 주기 개최를 통한 제3세계 축구 발전 명분은 어쩌면 FIFA의 새로운 시장개척과도 연관돼 있다.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지만 자국 대표팀이 없는 월드컵을 지켜봐야 했던 국가에 더 많이 또 더 자주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은 월드컵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FIFA의 상업적 이익 확대와 직결돼 있다.

월드컵 2년 주기 개최가 월드컵이라는 독점 시장을 가지고 있는 비영리 기관 FIFA의 상업적 야심과 연결돼 있다는 증거다.

이종성 교수.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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