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네이버 댓글 사라진 후 6개월..연예기사 안녕하신가요?[한해선의 X-선]

한해선 기자  |  2020.05.02 08:30
/사진=다음, 네이버 /사진=다음, 네이버


우리는 기사 댓글에 얼마만큼 의존했을까.

다음에 이어 네이버의 연예면 기사 댓글이 사라졌다. 다음은 지난해 10월부터,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연예뉴스의 댓글 서비스를 잠정 폐지했다.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들이 이례적인 정책을 내놓은 결정적인 계기는 고(故)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사망 때문이다. 설리는 생전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다가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됐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도 신변을 비관한 흔적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모두 악플에 혹독하게 시달렸던 것이 사망에 큰 이유로 비춰졌다.

'익명의 살인자'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연예기사 하단에서 볼 수 있던 댓글과 인물별 연관검색어 서비스도 종료됐다. 다음은 여론몰이를 할 수 있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했다. 다만 '좋아요', '싫어요', '하트' 등의 선택으로 기사에 대한 선호도와 감정 표현만 전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는 댓글 서비스 중단 당시 "네이버 연예뉴스는 댓글 공간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만,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공간에서 연예인의 인격적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현재 기술적 노력만으로는 연예인들의 고통을 해소하기에 부족한 점이 있어 연예 정보 서비스의 구조적인 개편이 완료될 때까지 연예 뉴스 댓글을 닫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전했다. 포털사이트의 사회적 책임감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故 설리, 구하라 /사진=스타뉴스 故 설리, 구하라 /사진=스타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댓글, 실검 폐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연예인들이 극단의 선택을 한 사건에 악플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1000명 중 98.1%가 "영향이 있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9.3%는 포털 연예뉴스 댓글 폐지가 매우 필요하다고, 35.7%는 약간 필요하다고 답해 85.0%가 폐지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사이트 댓글 서비스가 사라진 후 6개월이 지났다. 스타뉴스 취재 결과, 댓글 서비스 중단 후 포털사이트 뉴스 이용시 불편한 점이 있냐는 질문에 일부는 "기사 제목 다음에 댓글부터 보고 기사 본문을 봤던 적이 많은데 기사 본문을 충실히 읽게 됐다", "막무가내의 욕 등 보기 불편한 반응이 없어서 눈이 편안하다", "여론이 내 의견과 어느 정도 비슷한지, 사건 경과를 설명해주는 댓글이 궁금한데 바로 알 수 없어 답답하다", "댓글을 막기보다 악플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게 실질적인 효과가 있겠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연예인들의 소속사, 방송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근거없는 악플이 포털사이트에 남아 흔적을 지우기 힘들었다면서도 악플러들이 연예인들의 SNS에 직접 찾아가 악플을 다는 경우가 새롭게 많아졌다는 반응도 있다. 또 악성팬이 소속사에 직접 전화를 해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새로운 드라마, 예능, 영화 등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워졌단 말도 있다. 한편으론 논란이 터졌을 때 사태가 이전보단 빨리 진화되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무엇보다 연예인들이 이 방편을 적극적으로 반겼다. 박명수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 쇼'에서 "조금만 빨리 했다면 여러 명 살렸을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연예인들이 댓글 성희롱, 인신공격으로부터 해방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포털사이트의 댓글 폐지에 찬성한 이들 중 여성(88.2%)이 남성(73.7%)보다 높은 지지율을 나타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비록 이전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바로 보기는 힘들지라도 악플 근절을 위해 댓글 중단 및 폐지는 해볼만한 정책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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