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80] 이천수 "16강 충분히 가능, 우루과이전에 사활 걸어야"

김명석 기자  |  2022.09.01 16:49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이천수. /AFPBBNews=뉴스1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이천수. /AFPBBNews=뉴스1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2018년 벤투호 출범 이후 이례적으로 사령탑 교체 없이 오롯이 4년을 준비한 대회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나폴리) 등 유럽에서 활약 중인 스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팀이라 국민적 관심도 크다. 스타뉴스는 오는 11월 20일 월드컵 개막 때까지 한국축구 레전드 및 전문가들의 월드컵 전망과 조언, 주목할 선수 등을 전하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스포츠국


① 이천수 "16강 충분히 가능, 우루과이전에 사활 걸어야"

"월드컵 16강이라는 건 항상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예가 드물잖아요. 그래도 월드컵은 '운칠기삼'이라는 게 있어요. 무엇보다 첫 경기 승패에 따라, 충분히 16강도 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우루과이전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2002년과 2006년 두 차례 월드컵에 출전했던 '레전드' 이천수(41)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은 벤투호의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을 이렇게 전망했다. 대표팀의 목표이자 국민의 염원이기도 한 16강은 늘 쉽지 않은 목표였지만, 벤투호의 전력을 고려하면 첫 경기 우루과이전 결과에 따라 역대 세 번째 16강 진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천수 위원장은 최근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실 16강이라는 전제가 항상 깔려 있다는 건 솔직히 아쉽다. 선수들에겐 부담이 크다. 쉬울 것 같지만 진짜 어렵다. 역사를 봐도 그렇다. 월드컵 본선에 연속으로 나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16강에 오른 건 딱 두 번(2002·2010년)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조금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상대를 따라갔던 월드컵이라면, 이번 월드컵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월드컵이 됐다"며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가장 중요한 월드컵이다. 다행히 최근 벤투호는 멤버가 다 정확히 모였을 때는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6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축구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이천수(가운데)가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 2016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축구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이천수(가운데)가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16강 진출을 결정할 최대 분수령으로 그는 조별리그 H조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한국시간 11월 24일 오후 10시)을 꼽았다. 한국은 우루과이와 가나(11월 28일 오후 10시), 포르투갈(12월 3일 0시) 순으로 조별리그를 펼치는데, 1승 제물로 꼽히는 가나전에 앞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스태프도, 선수들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냉정하게 첫 경기만 보고 가야 한다. 첫 경기에서 지면 솔직히 힘들다고 본다. 두 번째 경기가 말리고 계속 힘든 경기가 이어질 수 있다"며 "첫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건 아니다. 큰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적어도 비기기만 해도 16강을 위해 중요한 골득실은 0을 유지할 수 있고, 가나전에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첫 경기에 사활을 걸고, 첫 경기만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우루과이전에서 지지만 않으면, 가나전은 선제 득점 여부에 따라 '대량 득점'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가나는 최근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대거 귀화를 시키고 있다. 그래서 더 개인적인 팀이 돼가고 있다"며 "이런 팀은 우리가 먼저 실점하면 위험한 팀이 될 수 있지만, 우리가 먼저 득점하면 대량 득점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첫 경기에 이어 가나전만 잘 치르면, 세계 정상급인 포르투갈전 부담도 덜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가 포르투갈이었지만 1·2차전 성적 덕분에 부담 없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16강 진출을 위해 이 위원장이 강조한 건 선수들이 두려움이 아니라 '투지'로 맞서는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우루과이나 포르투갈 등 다른 팀들보다 피지컬이나 기술에서 앞선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2002년 선배들이 그랬듯 두려움 없이 맞서 싸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이 꼽은 '16강 키워드'다.

이천수가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토고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천수가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토고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는 "2002년 월드컵 때 성적을 낸 건 단 하나, 몸싸움을 두려워하는 선수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칠 거란 생각이 안들 만큼 다들 투지가 강했다. 그게 가장 중요했다"며 "물론 지금 선수들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모이는 대회에서 그들보다 피지컬이나 기술이 더 좋다고 평가하기는 쉽지가 않다. 2002년 때 반응 속도나 투지가 좋았던 것처럼 그런 부분을 신경 써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게 16강의 키워드가 될 거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천수 위원장은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도 가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국 대표팀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건 단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손흥민(30·토트넘)의 존재다. 이 위원장은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은 벤투호를 향한 평가 자체를 다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 전과 후로 많이 바뀌었다. 인종차별까지 받던 아시아 선수가 득점왕에 오른 건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만큼 상대가 우리를 봤을 때 느낌도 많이 바뀌었다"며 "이제 우리도 '에이스'가 생긴 거다. 상대 수비수가 두려워할 만한 공격수가 생겼다는 건 정말 대단한 사건이다. 선수들도 자신 있게 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믿는 선수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손흥민뿐만이 아니다. 이 위원장은 "최근엔 또 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가 올라오고 있다. 페네르바체에 있을 때부터 '여기 있을 선수는 아닌 것 같다'고 봤는데, 나폴리로 이적해 활약 중이다. 이런 좋은 결과들을 많이 만들고 있다. 위, 아래에서 에이스들이 받치고 있는 건 대한민국에는 '호재'"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손흥민과 김민재가 받쳐주고, 여기에 조규성(24·김천 상무)이 '깜짝 스타'로 활약해주기를 바랐다. 이 위원장은 "이름값 있는 선수들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황의조(30·올림피아코스)도 너무 잘해주고 있지만 마침 조규성도 올라오고 있다. 득점력도, 신체조건도 뛰어나다"면서 "조규성이 이번 월드컵에서 깜짝 스타가 돼 줬으면 좋겠다. 공격수가 깜짝 활약을 펼친다는 건 골을 넣는다는 의미이지 않나. 공격수가 올라서야 한국이 승리로 가는 데 한 발 더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6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은퇴식 당시 이천수의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 2016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은퇴식 당시 이천수의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월드컵을 두 차례 경험한 선배로서 후배들을 위한 진심 어린 조언과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천수는 "부담도 많이 되고, 평소 A매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중압감이 클 텐데, 그래서 준비 자세가 중요하다. 실력이 100% 나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정신적인 자세를 바르게 갖는 게 중요하다. 지금도 벤투호는 이길 땐 참 좋게 이기면서도 질 때는 황망하게 지는 경기가 있다. 월드컵은 한 경기만 무너져도 굉장히 힘들어진다. 설령 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상 처음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인 만큼 선수들의 철저한 몸 관리도 당부했다. 특히 주전 의존도가 높은 벤투호의 특성상 선수들의 몸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천수는 "파울루 벤투(53) 감독은 정직원 개념으로 선수를 운영한다. 그래서 부상이 더 중요한 이슈가 됐다. 최근 경기들만 봐도 일부 에이스가 빠지면 경기력이 저하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월드컵을 준비하는 선수들도 루틴이 달라졌다. 그래서 소속팀이든 대표팀이든 무리하지 말고 몸 관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월드컵이 됐다"며 "선수 스스로 프로페셔널하게 자기 관리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들에게도 월드컵 출전은 하나의 목표이지 않나. 선수들 스스로 의지를 잘 갖춰줬으면 하는 게 선배로서의 조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천수는 이번 월드컵 세대가 지난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잊게 할 정도의 감동을 안겨주기를 바랐다. 자신을 포함한 2002년 세대가 먼 추억이 될지언정 이제는 후배들도 오랫동안 회자될 영웅이 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축구계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응원이기도 했다.

"선배님들이 갈고 닦은 길에 2002년 월드컵 4강 멤버들이 보태서 지금 후배들까지 그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걸 깼으면 한다. 2002년도 20년이 지났지 않은가. 이제는 후배들에게도 그런 영광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우리 2002년 세대가 머나먼 추억이 되더라도, 이젠 새로운 얘기를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게 또 후배들을 응원하는 하나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천수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경기를 마친 뒤 태극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천수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경기를 마친 뒤 태극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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