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도 당할 수 있다... 잊어야 할 '무승부' 시나리오

김명석 기자  |  2022.07.27 05:45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그야말로 운명의 한일전이다. 단 한 경기로 대회 역사에 남을 우승팀이 결정된다. 공교롭게도 한국이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뒀던 3년 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당시 일본이 당했던 충격을 고스란히 당하지 않으려면, '비겨도 된다'는 시나리오를 완전히 지우는 게 중요하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7일 오후 7시 20분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2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일본과 격돌한다. 이번 대회 우승팀이자 한국과 일본의 운명이 결정될 마지막 한 판이다.

이 대회는 토너먼트가 아니라 4개국이 풀리그 방식으로 한 차례씩 맞대결을 펼쳐 우승팀을 가린다. 맞대결을 앞두고 한국은 승점 6(2승), 일본은 승점 4(1승1무)다. 한국은 일본과 비기기만 해도 정상에 오르고, 일본은 반드시 이겨야만 우승할 수 있다. 우승이 걸린 단판 승부지만 벤투호가 '유리한 고지'에 오른 이유다.

공교롭게도 3년 전 한국에서 열렸던 대회와 상황이 정반대다. 당시 한국과 일본은 승점이 같았지만, 득실차에서 한국이 일본에 밀렸다. 한국은 반드시 이겨야 했고, 일본은 비기기만 해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전장마저 한국(부산)이었으니 이번 대회와는 서로의 상황이 완전히 달랐던 셈이다.

결과는 한국의 승리였다. 황인범의 선제골이 '비겨도 우승'이었던 일본의 시나리오를 지웠다. 앞선 경기들과 달리 한일전답게 3만명 가까운 관중이 들어차 일방적인 응원도 등에 업었다. 슈팅수 13-3, 유효슈팅수 4-0라는 기록이 보여주듯 시종일관 경기를 압도한 끝에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2019년 12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렸던 동아시안컵 한일전 경기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 2019년 12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렸던 동아시안컵 한일전 경기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반면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꺼내 든 수비적인 전술은 일본에선 거센 비판으로 이어졌다. 일본 매체 스포르티바는 "모리야스 감독은 당시 한국을 상대로 수비적인 전술을 꺼냈다가 결국 0-1로 졌다. 경기 내용마저 좋지 못하면서 경질론까지 일었고, 모리야스 감독을 향한 회의적인 시선이 증가하는 경기가 됐다"고 당시를 돌아본 바 있다.

무승부 시나리오, 즉 비겨도 우승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잊은 채 일본전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물론 타이틀이 걸린 만큼 신중한 경기 운영은 필요하겠지만, 3년 전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경기 초반부터 지지 않는 경기 운영에 포커스를 맞추면 경기가 완전히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경기들과 달리 경기장에 많은 일본 관중이 들어찰 가능성이 큰 만큼 분위기가 넘어가는 것 역시 순식간이다. 무조건 한국을 이기려 드는 일본을 상대로, 벤투호가 지지만 않으려는 운영으로 맞섰다가는 흐름을 완전히 빼앗길 수밖에 없다. 비기기만 해도 됐던 일본이 당했던 충격을 벤투호가 당하지 않으려면, 3년 전 일본의 아픔을 오히려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마침 일본은 야마네 미키, 다니구치 쇼고(이상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제외하면 모두가 A대표팀과는 거리가 먼 선수들로 대표팀이 구성됐다. 반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 대거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선수들 면면에서 나오는 전력에서도 한국이 밀릴 이유가 없다.

비겨도 우승할 수 있다는 유리한 상황은 경기 막판에나 유효하다. 비겨도 된다는 구상보단 일본을 이기고 '완벽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 지난해 3월 요코하마 참사(0-3 패)의 설욕과 함께, 동아시안컵 4회 연속 우승을 모두 이루기를 기대하는 팬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권창훈(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0일 중국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조규성(가운데) 등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권창훈(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20일 중국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조규성(가운데) 등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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