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정재가 밝힌 '헌트'와 감독 이정재, 그리고 배우 이정재 [★FULL인터뷰] ②

전형화 기자  |  2022.07.14 10:48
영화 '헌트'에서 주연과 감독을 맡은 이정재 영화 '헌트'에서 주연과 감독을 맡은 이정재
이정재가 감독으로 올여름 관객과 만난다. 배우 출신 감독이 만든 영화로는 역대 최대 제작비 200억원이 투입된 '헌트'가 8월10일 개봉한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영화다. 이정재가 연출을 맡고 박평호를 연기했으며, 정우성이 김정도를 맡았다. '헌트'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여 국내외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이정재와 만나 '헌트'에 대한 궁금증을 물었다.


-'헌트'는 '남산'이라는 가제로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작품이다. 원래 제작만 하려 했고, 한재림 감독을 비롯한 여러 감독들이 시나리오 각색 작업을 하기도 했다. 결국 이정재가 4년여 동안 각색을 한 끝에 직접 연출까지 하게 됐는데. 왜 이 이야기에 이렇게 매혹됐나. 이 이야기는 원안부터 리스크한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스파이 장르에 대한 호감이 있었다. 어릴 적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나이가 점점 들면서 참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고 투표에 진심이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이념이란 과연 무엇일까, 신념이란 무엇일까를 더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이념이나 신념은 맞는 것인가란 생각도 하게 됐다. 또 무엇을 위한 이념이고 신념인가도 생각하게 됐고. '헌트'에는 그런 생각들이 담겨 있는 게 매혹적이었다.

-스파이 장르와 그런 생각들을 감독으로서 어떻게 각색하고 연출하려 했나.

▶이야기한 것처럼 리스크한 부분들이 있다보니 주제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감독분들이 선택을 주저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각색을 계속 하면서 느낀 건, 주제를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또 주제가 주는 어떤 의미보다 많은 돈이 투입되는 상업영화인 만큼 어떻게 관객에게 재미를 줄지가 더 중요했다. 주제 찾기보다 재미 찾기가 훨씬 어려웠다. 조직 내에서 스파이가 누구인지, 과연 정우성과 이정재 중 누가 스파이일지, 관객이 이 미스터리에 관심을 갖고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게 중요했다. 누가 스파이인지를 놓고 관객과 일종의 게임을 해야 하는데, 너무 그 과정이 길면 지루하고 너무 짧으면 재미가 없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콘티부터 그 지점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헌트' 이정재 정우성 스틸 '헌트' 이정재 정우성 스틸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만에 정우성과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런데 '헌트'에 앞서 두 사람이 같이 출연을 논의했던 '단둥'이나 몇몇 작품들을 보면 두 사람의 긴장감이 강하고 액션이 많은 작품들이었는데. 그런 작품들에 두 배우가 관심이 많았던 것이었나.

▶어릴 적에는 둘이 갖고 있던 어떤 지점들이 관객들에게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다면, 지금은 우리 두 사람이 같이 출연한다면 멀티캐스팅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우성과 이정재가 같이 출연한다는 것 외에 더 볼거리와 더 많은 재미를 관객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둑들'과 '암살' '신과 함께' 등을 하면서 관객들이 멀티캐스팅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지점도 알게 됐고.

무엇보다 정우성과 이정재가 같이 출연한다면, 관객들이 두 사람의 액션을 기대하고, 그 액션까지 가는 데 대한 텐션을 기대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우리 둘 출연을 염두에 두고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이 같이 시나리오를 썼던 작품도 두 남자의 액션 이야기였다.

- 신인감독인 만큼 베테랑 스태프와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했을텐데.

▶영화 작업을 오래 한 분들은 모두 느끼겠지만 영화는 결코 감독 혼자서 만들 수 없다. 여러 사람들과 호흡을 잘 맞춰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헌트' 제작은 '아수라' '공작' 등의 사나이픽처스와 함께 했다. 촬영은 '아수라' '악마를 보았다' 등의 이모개 촬영감독, 미술은 '공작' '군도' 등의 박일현 미술감독, 무술은 '독전' 등의 허명행 무술감독이 참여했다.

기획 단계부터 연륜이 있고 해외촬영 등에 대한 노하우가 많은 스태프 분들을 고려했다. 원래 '헌트'는 해외촬영이 세 곳 정도 예정돼 있었으니깐. 이모개 촬영감독과는 콘티 작업부터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모개 촬영감독은 '헌트'를 훨씬 상업적으로 바라보셨다. 그렇기에 분위기있는 샷보다는 빠르게 진행되면서 액션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셨다. 거기에 동의했고 콘티 작업도 그렇게 진행했다.

박일현 미술감독에게는 첫 회의 때 내가 쓰고 싶은 소품을 미리 촬영해서 리스트를 보여줬다. 소품이 시대극인 만큼 옛날 것이지만 새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 시대를 지금처럼 느끼도록. 당시 안기부는 최고 최신 제품을 쓰지 않았겠나. 그래서 많은 소품을 해외에서 공수해왔다. 그리고 색을 다양하게 쓰지 말고 한정된 색 안에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박일현 미술감독은 '공작' 등으로 시대극에 대한 노하우가 많아서 정말 훌륭히 해줬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웅산 묘소 테러가 일어났던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계획을 국화작전이라 불렀고, 그 국화작전을 다룬 영회 기획들이 충무로에 있긴 했었다. '헌트'의 주요 사건 중 하나도 국화사건이 모티프인데. '헌트'에는 아웅산 테러 사건 뿐 아니라 당시 나라를 뒤흔들었던 장영자 사건 등에서 모티프를 얻은 듯한 일들이 등장하는데.

▶역사를 영화에서 다룰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칫 역사왜곡으로 비출 수도 있으니. '헌트'를 확연하게 실화로 느껴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워낙에 큰 사건들을 실제처럼 재현하는 게 과연 이 영화에 필요할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판타지를 더 많이 가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테러가 있었던 나라도 '헌트'에서는 버마가 아니라 태국으로 설정했다.

'헌트'는 초반에는 미스터리와 액션으로 영화적 재미를 줘야 후반부의 드라마에 관객이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실화와 영화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영화가 아니다. 두 시간짜리 판타지가 가미된 오락액션 영화다.

'헌트' 스틸 '헌트' 스틸
-'헌트'에는 크게 3개의 액션 시퀀스가 있는데. 액션 설계는 어떻게 했나.

▶허명행 무술감독과도 많이 상의했는데, 난 영화가 시작되고 20분이 지나면 분위기가 전환되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관객이 지루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들을 계산해서 액션 장면을 넣었다. 그리고 액션은 액션의 역할을 하지만, 그에 앞서 액션 바로 직전까지 끌고가는 텐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총을 꺼낼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긴장감을 몰고 가야 액션이 더 재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텐션으로 몰고가고 액션은 임펙트있게 짧게 가는 게 이 영화와 맞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설계했다.

-'헌트'는 일본과 태국, 워싱턴 촬영이 필요했는데.

▶기획 초기부터 일본과 태국은 한국에서 찍기로 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촬영이 쉽지 않았으니깐. 현지 분위기가 나는 곳에서 미술을 활용하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문제는 워싱턴이었다. 워싱턴 분위기를 한국에서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로 갈 생각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이기에 모든 촬영진이 갈 수는 없고,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마침 미국에 정정훈 촬영감독이 있어서 배우만 현지에 보내고 정정훈 촬영감독이 현지 스태프를 꾸려서 찍으면 어떨까란 아이디어도 냈다. 실제로 통화도 했다. 그런데 정정훈 촬영감독이 "지금 여기 못와"라고 하더라. 코로나19 상황이 워낙 심해서 못 온다고 하더라. 현지 코디네이터가 계속 대기하다가 결국 못 갔다.

워싱턴 장면이 영화 첫 장면인데, 망했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우수한 스태프들 덕에 현지 분위기가 나도록 촬영이 되더라. 진심으로 다행이었고 감사했다.

-보통 누가 스파이인지를 찾는 미스터리한 구조의 스파이물인 경우 스파이 정체가 마지막에 드러나는 법인데. '헌트'는 그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좀 더 일찍 공개되는데.

▶아까 이야기한 대로 너무 늦게 공개가 되면 관객이 자칫 지루할 수 있고, 너무 일찌 공개되면 재미가 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왜 그 정도 지점에 누가 스파이인지가 드러나야 하는지는 심플하고 명쾌한 이유가 있는 반면 그 정체를 마지막에 공개해야 할 이유는 크게 없었다.

여러 레이어를 담으려면 마지막에 공개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었겠지만, '헌트'는 심플한 게 매력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다. 물론 장르가 스파이물인지라 다층적인 구조가 없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구해서 제일 적합한 구조로 이야기를 정리했다. 5겹의 레이어가 있었다면 3개로 줄인다든지. 스파이물인 이상 아무리 심플하게 가도 다층의 레이어는 피할 수 없는 지점이기도 하고.

-지금 이 영화의 결말은 왜 그렇게 선택했는지.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하는 선택을 하는 건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의 선택을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난 요즘 들어 점점 더 중간세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중간세대로서 더 젊은 세대에 대한 내 역할은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질문을 받으면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이야기해주고 선택은 그들의 몫으로 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 속의 결말도 그렇다.

'헌트' 스틸 '헌트' 스틸
-주연배우이자 감독인데, 현장에서 본인의 컷은 누가 했나.

▶조감독이 컷을 했다. 배우 겸 감독인 어떤 분들 중에는 본인이 컷을 하는 분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액션 사인과 컷 사인을 30년 동안 들으면서 연기했던 사람이라 다른 사람이 컷을 하는 게 더 익숙하더라.

-연출자로서 고민과 주연 배우로서 고민을 동시에 해야 했을텐데.

▶그 둘을 동시에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불가능하지는 않더라. 연출은 스태프들이 워낙 노련해서 받은 도움이 컸고. 물론 고민의 양으로는 연출에 대한 게 훨씬 컸다.

-감독 이정재가 주연배우 정우성에게 어떤 연기 디렉션을 줬을지도 궁굼한데.

▶우성씨야 워낙 연륜이 있고 자신의 특장점에 대한 이해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워낙 높은 배우라 특별한 디렉션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편집 포인트가 있으니 어떤 지점 지점마다 더 의문을 갖고 연기를 해달라는 포인트를 나누곤 했다.

-촬영 기간보다 비도 많이 오고 코로나19로 어려움도 겪었는데.

▶사나이픽쳐스가 워낙 정리를 잘 해줬다. 일정 관리도 그렇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 방향도 잘 이끌어줬다. 비가 오면 세트 촬영으로 조정도 잘 했고.

'헌트' 스틸 '헌트' 스틸
-올여름부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촬영에 들어간다던데.

▶아직 시나리오를 받아보지 못한 걸 고려하면 가을쯤에 촬영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어떤 내용인지는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알고 싶어서 일부러 황동혁 감독에게도 안 물어봤다. 물어본 건 저는 나옵니까? 다시 게임에 들어갑니까? 정도다.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성공했는데 출연료는 시즌1보다 많이 올랐나.

▶아직 출연료 이야기를 넷플릭스에서 아무도 안 꺼내더라.

-그럼 '오징어 게임2' 촬영 이후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를 하게 되는가.

▶그건 시나리오가 나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제작사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프렌차이즈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오징어 게임'의 엄청난 성공과 첫 연출작으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이정재에게 천운이 있다고 할 만큼 좋은 일들이 계속 있는데.

▶너무 너무 감사할 정도로 좋은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 상황이 뭐지 싶기도 하고. 그럴수록 중심을 잡으려 한다. 어릴적에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더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릴 적에 갑자기 큰 인기를 얻었을 때는 뭐가 뭔지도 잘 몰랐다. 지금은 제 일이지만 조금 더 빠져서 저를 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긴 것 같다.

-할리우드에서 출연제안도 많이 받았을텐데. 연출은 또 할 생각인지.

▶할리우드에서 제안이 없었던 건 아닌데 '헌트'와 일정이 겹쳐서 고사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 언어로 연기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출은 당장은 계획이 없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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