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한민 감독이 밝힌 '한산:용의 출현' 거북선 디자인과 해전 [★FULL인터뷰] ②

전형화 기자  |  2022.07.12 09:05
'한산: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한산: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사진=김창현 기자
김한민 감독이 새로운 이순신 이야기로 돌아왔다. 역대 최다 흥행 기록을 세운 '명량'(2014) 이후 8년여만에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 '한산:용의 출현'으로 올여름 관객과 만난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 '명량'의 최민식에 이어 박해일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다. 김한민 감독을 만나 그가 전하는 '한산:용의 출현' 출사표를 들었다.


-'명량' 이후 8년여만에 이순신 장군 두 번째 이야기를 선보이는데.

▶'명량'을 만들고 새로운 영화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 한산해전과 노량해전을 다룬 영화 기획은 그때도 있었지만 미학적, 기술적 업그레이드에 시간이 필요했다. 차별화된 영화를 준비하다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한산:용의 출현' 총제작비는 312억원 가량이다. 코로나19 기간에 '한산:용의 출현' 뿐 아니라 이순신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노량'도 연이어 찍었는데. 그만큼 확신이 있었나.

▶확신이라기 보다는 '명량'은 당시 촬영할 때 물 위에 배를 진짜로 띄우고 찍었다. 그러다보니 날씨와 자연환경 영향를 많이 받았다. '명량' 때 이룬 기술적 성취에 더해 이번에는 실내 세트와 야외 세트를 활용해 멋지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준비를 하다보니 두 편을 연속으로 찍게 됐다.

-'한산'은 '명량'과 어떤 차별점을 두려 했나.

▶한산해전이 갖고 있는 차별성을 생각하는 한편 내가 '한산'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고민했다. 2부작으로 '명량'에 이어 '노량'을 만들어도 됐을테니. 결국 임진왜란이란 전쟁의 정체성, 그리고 그 안에서 한산해전이 갖고 있는 의미를 고민했다. 임진왜란이란 단어는 왜적의 난입이란 의미다. 그런데 당시 조선의 군인과 백성들은, 이 전쟁을 의와 불의의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백성들이 의군이란 이름으로 들불처럼 일어난 것이다. 남의 나라를 갑자기 침략한 불의한 왜군에 맞선 의로운 군이다. 그렇기에 왜군 중에서도 불의의 전쟁이라고 생각해 조선군에 귀의한 뒤 왜군에 맞서 싸운 항왜가 있는 것이다. '한산'에 그래서 항왜도 중요하게 그려진다.

그렇게 이 전쟁을 규정하고 이순신 장군의 유비무환 정신을 되새겼다. 한산해전은 이순신 장군의 유비무환 정신이 담긴 해전이다. 학익진과 거북선 등을 미리 준비했고 그 승리를 통해 전쟁의 판도를 바꾼 해전이다. 그런 이순신 장군에 대한 자긍심, 위대한 전투를 치른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이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되새길 자긍심이라고 생각했다. '한산'이 그런 자긍심을 되새길 수 있는 기능이 담긴 영화였으면 했다.

'한산:용의 출현' 스틸 '한산:용의 출현' 스틸
-'한산:용의 해전'은 '명량'처럼 후반부는 해전이지만, 전반부는 왜군을 상대로 한 첩보전처럼 꾸며져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당시 위기와 수세에 처한 조선군을 그리는 동시에 이순신 장군이 그런 상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했을지를 생각하며 그 고뇌를 담으려 했다. 첩보전은 전쟁의 핵심이다. 리얼한 전쟁을 그리기 위해선 전쟁의 속성 중 하나인 정보전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가장 큰 즐거움은 수준 높은 관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수준 높은 해전 뿐 아니라 수준 높은 아군과 적권의 첩보전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군도 바보가 아닌데, 그런 왜군을 조선 수군에게 가장 유리한 장소로 끌어들여서 싸우도록 만든 수싸움이 한산해전의 핵심 중 하나다. 그 유인전을 담으려 했다.

-'명량'은 후반부 해전이 61분이었다. 그 해전에 기승전결이 담겨 있었고 그게 1761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한산'도 후반 해전이 백미일텐데 어떻게 준비했나.

▶'한산' 해전은 51분이다. '명량' 보다 10분이 줄었지만 임펙트는 더 셀 것이다. 기술적인 성취 뿐 아니라 사운드적인 성취가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한산'의 해전은 구선(거북선)을 잘 따라가도록 했다. 용의 출현이란 부제에서 용은 거북선인 동시에 이순신 장군을 뜻한다. 그 둘을 잘 따라가도록 해전 액션을 설계했다.

-'명량'에는 거북선이 등장하지 않는데, '한산'에는 왜 거북선을 주인공 중 하나로 설정했나.

▶일단 거북선이 보고 싶지 않나. 한산해전의 자긍심 절정에는 거북선이 있다. 그 거북선의 탄생에는 이순신 장군이 있고. 그걸 영화 속에서 재현하고 싶었다.

'한산:용의 출현' 스틸 '한산:용의 출현' 스틸
-현대에 여러 이미지로 구현돼 있는 거북선은 사실 실제 그 당시 활약했던 거북선이 아니다. 거북선에 대한 정확한 고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걸 고증을 살리는 한편 영화적인 상상력을 더해서 만들어야 했을텐데. 또한 거북선을 어떻게 디자인할지에 따라 영화에서 어떤 활약을 할지, 액션 디자인을 할 수 있었을텐데.

▶실제로 거북선에 대해선 그림 몇점과 기록 조금이 남겨져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실제 전투상황에서 거북선이 활약하려면 이 정도의 개연성은 갖춰야 하지 않을까를 가장 고민했다. '한산'에 나오는 모든 의상과 무기, 소품의 원칙이기도 하다. 실제 당시 전투에 필요한 오브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옛 사극을 보면 군병들이 포졸 복장에 삼지창을 들고 있지 않나. 그게 이미지가 됐고. 하지만 그런 식의 무구를 갖추고 전투를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당시 전투를 담은 일본쪽 그림을 봐도 조선군의 복장은 옛 사극에서 익히 그려졌던 그런 이미지의 복장이 아니다.

거북선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바로 그 고민을 '한산' 속에서 이순신 장군과 나대용이 직접 대사로 나눈다. 지금도 학계에선 거북선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를 놓고 설왕설래한다. 3층선이다, 2층선이다를 놓고도 말이 많다. 판옥선에 철갑을 둘렀으니 3층선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3층선이면 용두 위치가 충파(배끼리 충돌시켜서 적선을 침몰시키는 것. 거북선의 용두(용머리)가 충파 역할을 했을 것이란 학계 주장이 있다)를 할 수 없을 뿐더러 충파를 위한 속도를 내기도 어렵기에 2층선이였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용두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를 놓고도 다양한 주장이 있다. 연기가 뿜어져 나와서 적군을 공포스럽게 했다는 기록도 있고, 그렇기에 용두에서 화포가 나왔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용두가 실제 전투에 필요했을까란 의문도 있고.

'한산'에 등장하는 거북선을 디자인하면서 그런 여러 가지 고민을 녹여냈다. 그렇기에 '한산'에는 거북선과 관련해 우리의 고민이 담긴 '000 0000'가 등장한다. 스포일러라 더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사람들이 거북선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을 너무 깨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거북선을 왜 사용했는지 이유를 담지 않을 수도 없기에 양쪽을 다 고민해서 만들었다. 엔딩 크레딧에 그 고민을 또 다른 방법으로 선보인다.

-'한산'에는 교과서로 배운 학익진이 등장하는데. 학익진을 운용해서 벌이는 해전은 기존 할리우드 범선영화의 해전과는 또 달랐어야 했을텐데.

▶당시 조선수군의 판옥선은 동시대 전투선으로서 최강이었다. 3층 높이에서 화포를 사용한다. 그 판옥선을 갖고 진법을 운용하며 전투를 벌이니 가히 당대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다. 1592년에 그런 해전을 수행하는 해군은 없었다. 조선 수군은 진법과 화포를 사용했고, 이순신 장군은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준비하고 고뇌했다.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했고.

한산해전은 화포와 진법을 활용한 해전을 벌이기 위해,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넓은 바다로 유인한 뒤 벌인 전투다. 명량해전이 물살이 거센 좁은 바다에서 해전을 해서 수적 열세를 이겨낸 전투였다면, 한산해전은 넓은 바다로 적을 유인한 뒤 진법과 화포와 거북선을 활용해 이긴 전투다. 그 전투에 그치지 않고 이순신 장군은 적을 추격해 안골포와 부산포까지 쫓아가 적을 무찔렀다. 이 전투로 당시 육로로 진군하고 서해안을 따라 수군으로 보급을 하려했던 왜군의 전략이 어그러졌다. 이런 상황을 자세히 봐야 재밌다. 그렇게 문맥을 읽을 수 있도록 '한산'을 만들었다.

'한산:용의출현' 박해일 스틸 '한산:용의출현' 박해일 스틸
-'명량'은 최민식, '한산'은 박해일, '노량'은 김윤석을 이순신 장군 역으로 캐스팅했는데.

▶이순신 장군이 실존인물이라 그런 방식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여느 프랜차이즈라면 주인공을 다른 배우로 매번 바꿀 수는 없을테니깐. 이순신이란 인물을 두고 최민식과 박해일, 김윤석을 각 해전의 성격에 맞게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만큼 이순신 장군은 한 면으로 평할 수 없는 위대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명량'에서 용감한 장수인 용장을 최민식이 표현했다면, '한산'에선 지혜로운 장수인 지장을 박해일이 연기했다. '노량'에선 현명한 장수인 현장을 김윤석이 연기했고. 그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산해전은 수비적이면서도 공격적인 해전이었다. 그 해전을 박해일이 잘 그려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박해일과 작품을 세번째 같이 했는데, 그는 물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 박해일의 눈이 너무 좋다. 그 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중적이며 지적이고 냉철한.

-미술과 세트, CG에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을텐데.

▶우선 CG에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됐다. 프리비주얼이 무척 중요했기에 그걸 포함해서 CG에 100억원 가량을 썼다. 또 여수에 한국 사극영화 전용세트를 오픈세트로 지었다. 그리고 VFX 세트를 평창에 있는 스피드스케이트장 안에 만들었다. '명량'을 바다에 배를 직접 띄우고 찍고 난 뒤 절대로 바다에 배를 띄우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매우 위험하다. 날씨와 기상조건에 너무 많은 영향을 받는다. 통제도 안되고.

그래서 '한산'과 '노량'은 반드시 통제된 세트에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기에 사전시각화가 매우 중요했다.워터캐논으로 물 특수효과를 사용한 것 외에는 실내 세트에선 전혀 물이 사용되지 않았다. 때문에 어떤 식으로 바다가 구현되고, 어떻게 배가 움직여야 할지, 또 원하는 움직임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를 사전시각화 작업으로 미리 준비해야 했다. 이 과정이 매우 중요했다. 앞으로 영화 프리 프로덕션에서 이런 사전시각화 과정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영화 촬영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오히려 모순적으로 그런 상황이 도움이 됐다. 통제된 상황에서 찍게 되니깐, 배우들의 일정 관리도 좋았고, 보조 출연자들도 장기 계약을 해서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마치 이순신 장군이 철저히 대비를 했기에 한산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처럼, 오히려 철저히 준비를 하니 위기를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거북선 등 조선 수군의 판옥선은 짐볼 등을 이용해 움직임을 구현해 냈을테고, 빠른 왜선의 움직임은 어떻게 구현했나.

▶배를 요동치게 하는 짐볼은 2개 이상 사용했다. 왜선 같은 경우 버스 위에 배를 만들어서 스피디한 움직임을 담아냈다. 또한 크레인을 활용했고. '명량'에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그 뒤 진행했던 R&D가 효율적으로 활용됐다. 아마 해전영화에서 저의 크루들은 단언컨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

-역사적인 인물을 영화에 담는 만큼, 감독의 해석을 놓고 다양한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사극을 찍는 감독으로서 역사적인 인물을 그리는 데 대한 애티튜드가 있다면.

▶난중일기에 충실하면 된다. 실제 역사를 기술한 분들이 올바른지 파악하고 그 뒤 객관적인 상황들을 역사 기록을 살피고 그 기술을 따른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왜곡이나 왜곡을 넘어 미화가 될 수 있다. 난 우리가 이순신 장군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산'에는 이순신 장군이 저술한 난중일기를 따르면서, 그에 적힌 여러 인물들이 할 법한 행동까지 계산하고 전략에 더했다.

-기술적인 성취와 더불어 사운드적인 성취가 있었다고 했는데.

▶해전을 얼마 만큼 리얼하게 표현하느냐가 이 영화의 관건이었다. 사람이 느끼는 데는 시각적인 효과보다 청각적인 효과가 더 즉물적이고 직접적인 게 있다. 또한 사운드가 주는 테라피적인 효과도 있고. 그렇기에 전장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매우 노력했다. '한산:용의 출현'은 IMAX 같은 큰 스크린도 관람하기에 좋고, 돌비 시스템이 잘 갖춰진 특수관도 추천한다.

-이순신 3부작을 만드는 만큼 때로는 이순신 장군과 자신을 동일시 할 때도 있을 법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순신 장군에 대한 꿈을 한 번도 꾼 적이 없다. 그 분을 흠모하지만 동일시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다만 류성룡이 기술한 바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은 왜란을 7년 겪는 동안 백발이 됐다고 하더라.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을까란 생각은 매번 한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지금 이 시대에 시대정신으로 이순신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관계에서 리더십, 성실과 신뢰, 두려움에 도전하는 용기, 혁신, 기술적인 성취, 탁월한 전략, 인간적인 면모 등등이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량' 이후 또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영화화할 생각인가. 아니면 다른 작품을 준비하는가.

▶필요하다면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더 할 수도 있다. 일단 차기작은 투 트랙으로 준비 중이다. SF도 있고, 시대물인 사극도 있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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