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도 은퇴했는데...' 강정호 2년 전 약속, 왜 또 묻어버렸을까

고척=김우종 기자  |  2022.03.20 05:13
강정호. /사진=뉴스1 강정호. /사진=뉴스1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인 2020년 6월 23일. 세 차례나 음주운전을 한 강정호(35·키움)가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당시 공식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다. 만약 (야구를) 못하게 되더라도 어린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예전 정(情)이라고 해서 다시 저를 받아달라 말씀드리고 싶진 않다. 그렇게 하면 저도 정말 양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던 그의 발언은 다시 한 번 지켜지지 않았다.


강정호가 친정 팀 키움 히어로즈를 통해 KBO 리그 무대로 복귀한다. 고형욱 키움 단장이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강정호에게 세 차례 전화를 한 끝에 올 시즌 선수 계약을 맺었다. 고 단장은 "3년이 지났다. 유기 실격도 1년 남아 야구 선수가 4년을 못 나오는 것만한 징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강정호가 돌아와 잘해줬으면 좋겠다. 야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제 강정호는 KBO로부터 받은 1년 유기 실격 징계 및 300시간의 봉사 활동을 수행하면 내년부터 그라운드를 누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19일 고척에서 한화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강정호의 복귀에 대해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동안 선수가 쌓아온 명예가 한 순간에 실추되는 게 야구 선배로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강정호가 분명 큰 잘못을 한 건 맞다. 야구 선배로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기회라든지, 정당한 징계를 받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경"이라고 이야기했다.

강정호는 앞서 3차례(2009년, 2011년, 2016년) 음주운전을 했다. 2016년 12월에는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지르면서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운전자를 바꿔치기 하려는 시도까지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더욱 공분을 샀다. 이후 미국 비자 발급이 거절되면서 2017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결국 2019년 8월 피츠버그로부터 방출된 그는 이듬해인 2020년 KBO 리그 복귀를 시도했다. 하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끝에 무산됐고, 그렇게 은퇴 수순을 밟는 듯했다.

이보다 앞선 2019년 6월 27일.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의 박한이는 음주운전이 적발되면서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삼성 구단 설명에 따르면 박한이는 자녀 등교를 위해 차량을 운전했다가 귀가 도중 접촉 사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65%로 측정(0.03%~0.08%미만 형사 처벌, 100일간 면허 정지)됐다. 결국 삼성 구단은 "박한이가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은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박한이는 "음주운전 적발은 어떠한 이유든 제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은퇴하기로 했다. 징계, 봉사활동 등 어떠한 조치가 있더라도 성실히 이행하겠다. 무엇보다도 저를 아껴주시던 팬분들과 구단에 죄송할 뿐"이라며 유니폼을 벗었다.

2년 전 기자회견에서 강정호는 박한이의 은퇴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많은 생각을 해보진 못했지만, 형평성에 있어서 (저 역시 여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또 "어린 아이들의 꿈을 짓밟는 행동을 한 것 같아 정말 많이 미안했다. 재능 기부를 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해주는 모습에 더욱 미안했다. 앞으로는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에게 힘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팬들의 사랑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프로야구 선수는 '유명인'이자 '공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공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적지 않다. 그들이 더욱 품위를 지키며 타인의 모범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음주운전을 세 차례나 하고도 저런 유명한 공인 역시 멀쩡하게 복귀하는데, 그저 평범한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사회에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도자의 도덕성과 정직성이 화두로 떠오르는 요즘, 야구만 잘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시대는 이미 한참 전에 끝났다. 공교롭게도 야구판에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실형을 받고 나온 이장석 전 대표가 강정호의 복귀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팽배하다. 이에 대해 고 단장은 "이장석 전 대표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시 2년 전인 2020년 6월 29일. 강정호는 개인 SNS에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다"며 "아직 앞으로 어떤 길을 갈 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어떤 길을 걷게 되든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챙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다. 또 봉사와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며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강정호는 또 한 번 말을 바꿨다.

강정호. /사진=뉴스1 강정호.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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