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1회' 내야수 영입, GG 유격수→2루수... 강정호 위한 빌드업이었나

고척=김동윤 기자  |  2022.03.19 09:29
강정호가 2020년 6월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사진=뉴스1 강정호가 2020년 6월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사진=뉴스1
'음주 운전 3회' 강정호(35)의 복귀를 위한 빌드업이었을까.


키움은 지난 18일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 구단은 임의해지 복귀 승인 요청에 앞서 강정호와 2022시즌 선수 계약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키움 히어로즈의 행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팬들은 최근 키움 구단의 두 가지 행보에 의문을 나타냈었다. 첫째는 지난해 12월 있었던 강민국(30)의 영입이다. 당시 키움은 "강민국은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을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던 선수다. 좋은 수비력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민국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NC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유격수, 2루수, 3루수 등 내야 전 포지션에서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지닌 것도 맞다. 하지만 통산 타율 0.232에 2020년 120타석이 최다 출장인 그의 영입이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의문을 나타냈다.

문제는 강민국이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선수였다는 점이다. 강민국은 지난 2014년 1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고, 2018년 KT로 트레이드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KBO는 강민국에게 30경기 출장 정지, 전 소속팀 NC에는 1000만원의 제재금을 내렸다.

더욱 이해받지 못한 것은 키움이 같은 '음주운전 1회'의 송우현(26)에게 자진신고 3일 만에 웨이버 공시라는 초강수를 둔 탓이다. 당시 키움은 법원과 KBO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방출을 택했고, 비슷한 사례인 한현희(29), 안우진(24)에게는 출전 정지에 그쳐 형평성 논란에 휘말렸다. 이후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윤리강령까지 발표한 팀이 불과 4개월 뒤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선수까지 영입했으니 이중잣대 논란이 나올 만했다.

히어로즈 시절 강정호./사진=OSEN 히어로즈 시절 강정호./사진=OSEN


둘째는 지난해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자 김혜성(23)의 2루수 이동이다. 강민국 영입에 비하면 이쪽은 그래도 명분이 있었다. 김혜성은 빠른 발을 바탕으로 준수한 공격력을 보여준 것과 달리 수비에서는 35개로 한 시즌 최다 실책을 기록했다. 35개 중 29개 유격수로서 기록했고 2루수가 더 어울린다는 얘기가 나왔다.

반대로 유격수로서 첫 풀타임 시즌인 만 23세의 어린 유격수에게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앞서 히어로즈 유격수로 활약했던 강정호와 김하성(27·샌디에이고)도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 기존 히어로즈 구단 최다 실책 TOP 5는 강정호(2010년)와 김하성(2015, 2016, 2019, 2020년)의 차지였다. 김혜성도 그들 못지않은 뛰어난 운동신경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 만큼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두 가지 모두 시간이 흐르면서 일단 지켜보자는 쪽으로 논란이 잦아들었으나, 키움 스스로 재점화했다. 뜬금없는 강정호의 복귀에 야구계는 '왜 지금인지'에 의문을 제기했고 팬들은 "이래서 강민국을 영입했나", "김혜성을 2루로 보낸 이유가 있었네"라는 등 곧바로 구단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강정호는 1년의 유기 실격 징계를 소화하면 2023시즌에나 뛸 수 있다. 4년의 공백을 가진 만 36세 선수에게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 18일 취재진과 만난 고형욱 키움 단장은 "강정호도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37살이다. 좋은 기량을 기대하진 않는다"고 선수 복귀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다. 이어 "오래전부터 고민해왔고 선수로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키움 관계자 역시 "단장님이 오래전부터 고민하셨다. (왜 하필 올해 복귀인가에 대해) 적절한 때를 보셨던 것 같다"면서 "강정호도 그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야구 선수로서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최근 김하성과 함께 있던 것도 선배로서 운동을 도와준 것일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키움은 강정호 복귀의 명분과 타이밍 모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불필요한 논란까지 생산하고 있다. 그 탓에 피해를 보는 것은 선수와 팬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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