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정심 잃으면..." ML 132홈런 푸이그도 성공 장담 못 한다

김동윤 기자  |  2021.12.11 12:42
야시엘 푸이그./AFPBBNews=뉴스1 야시엘 푸이그./AFPBBNews=뉴스1
3년간 KBO리그를 들었다 놨던 에릭 테임즈(35·전 NC)가 한국을 떠난 지 어언 5년. 테임즈처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스쳐 간 외국인 타자만 5년간 45명이다.


하지만 이 중 테임즈처럼 KBO리그에서 3년 이상 풀타임을 뛴 선수는 제이미 로맥(36·전 SSG), 다린 러프(35·전 삼성), 멜 로하스 주니어(31·전 KT),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3·두산), 재러드 호잉(32·전 한화-KT), 프레스턴 터커(31·전 KIA) 등 6명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교체 횟수만 따져도 투수 12명, 타자 19명이다. 구단들이 보통 외국인 선수를 투수 2명, 타자 1명으로 구성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최근 외국인 타자들의 실패 확률이 훨씬 높았던 셈이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A는 최근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의 실패의 이유로 스트라이크존과 리그의 성향 차이를 언급했다. 스카우트 A는 스타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일단 스트라이크 존의 영향이 크다. KBO리그는 스트라이크 존이 (메이저리그보다) 많이 좁고 구속도 메이저리그와 차이가 많이 난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타자 입장에서는 구속이 확 줄어들다 보니 오히려 치기 어려워한다. 거기에 구속이 좀 칠만하다 싶으니 자신감이 생겨 몸에 힘이 더 들어간다. 그래서 더 역효과가 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의 투수 성향 차도 이유였다. 스카우트 A는 "메이저리그는 투수가 적극적으로 타자를 밀어붙이다 보니 타자들도 상대하기가 쉽다. 하지만 KBO리그는 제구의 문제도 있고 피해가려는 모습이 많다 보니 (적극적인 승부에 익숙했던) 외국인 타자들과 잘 안 맞는다. 그래서 평정심을 잃고 헤매게 된다. 이 부분만 적응하면 기본적으로 힘이 있는 선수들이라 성공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야시엘 푸이그(가운데)가 지난 2019년 7월 31일(한국시간) 피츠버그와 홈 경기에서 9회초 벌어진 벤치클리어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야시엘 푸이그(가운데)가 지난 2019년 7월 31일(한국시간) 피츠버그와 홈 경기에서 9회초 벌어진 벤치클리어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평정심을 잃으면 헤매게 된다는 대목에서 키움 히어로즈가 최근 영입한 야시엘 푸이그(31)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푸이그는 과감한 스윙과 적극적인 어프로치로 장타 생산에 집중하는 타자다.

기량 자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메이저리그 7시즌 동안 통산 132홈런을 쏘아 올렸고, 타율 0.277, OPS(출루율+장타율) 0.823으로 준수했다. 타고난 힘에 빠른 배트 스피드까지 더해져 2017년부터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장타력이 매력 포인트다. 2년 연속 팀 홈런 리그 8위로 장타력 부재에 고심했던 키움에는 꼭 필요했던 영입이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그의 다혈질적인 성격이다. 이러한 성격은 중남미 선수 특유의 흥과 어우러져 팀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좋은 쪽으로 발휘됐을 때는 더그아웃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지만, 나쁜 쪽으로 발휘될 경우 퇴장은 물론이고 경기 자체를 망친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혈기 넘치던 젊은 날과 달리 많이 침착해진 것이 보였다"고 감쌌지만, 실제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가뜩이나 타석에서 인내심이 요구되는 KBO리그에서 쉽게 푸이그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의 성적이 통계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인내심을 가져야 할 것은 선수뿐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KBO리그 한 구단의 전력분석원 B는 "그동안의 외국인 타자들이 실패했다 쪽보다는 성공과 실패를 판단할 기준을 세우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쪽이 더 정확하다. 대체로 초반 성적이 좋았던 외국인 타자들이 시즌 끝까지 버티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율이 아닌 생산성에 좀 더 초점을 두길 바랐다. 전력분석원 B는 "한국에 오는 대부분의 외국인 타자들은 스윙을 낮은 빈도로 크게 휘두르는 스타일이다. 그렇다 보니 볼넷도 많고 삼진도 많다"면서 "그런 타자들에게 높은 타율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타율이 낮다는 이유로 저평가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야시엘 푸이그./AFPBBNews=뉴스1 야시엘 푸이그./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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