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히로시마 장면의 나이브함에 대해..가해자성의 희석 [★날선무비]

전형화 기자  |  2021.11.06 11:00
'이터널스' 스틸/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터널스' 스틸/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블영화 '이터널스'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마동석의 출연에 MCU 페이즈4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크다.


'이터널스'는 지난 3일 개봉한 뒤 초반 흥행세는 상당할 것 같다. '이터널스'는 수천년 동안 지구를 데비안츠로부터 지켜온 불멸의 존재 이터널스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베니스영화제를 석권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라는 점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개봉 이후 '이터널스'에 대한 호불호는 뒤로 하고 한국관객에게 영화 속 히로시마 장면은 여러 감정을 낳게 만든다. '이터널스'에선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뒤 이터널스 중 한명이 절망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인류 문명 발전이 엄청난 재앙을 낳은 데 대한 절규로 묘사된다.

이는 서구권 리버럴이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에 갖고 있는 가치관 중 하나다. 원자력에 대한 경계로 사용되기도 한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재임 중 히로시마를 찾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원자 폭탄 투하가 끔찍한 전쟁 피해를 낳은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원자력을 잘못 사용하면 나쁜 결과가 나온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이터널스'에서도 신적인 존재의 절망으로 그려지지만 결국 비슷한 맥락이다.

문제는 이런 가치관을 다루는 나이브한 방식이다. 대중매체에서, 영향력이 막대한 작품에서,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에 대한 이 같은 나이브한 묘사는, 일본 제국주의의 가해자성을 희석시키고 피해자성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서구권은 일본 제국주의의 직접적인 본토 침략을 겪지 않은 탓일지 모르겠지만, 마블영화세계관에서조차 나치는 악당으로 그려지는 반면 일본 제국주의는 피해자성이 부각된다.

'이터널스'에서 표현된 히로시마 원자폭탄 장면을 영화적인 맥락에서 이해는 하지만 가슴 한켠에 찝찝한 마음이 드는 이유다. 현실에서도 일본 제국주의의 가해자성을 지우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계가 필요하다. 익숙해지면 무뎌진다. '이터널스'의 히로시마 장면 묘사를 불편해 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관객마저 불편해 하지 않는다면, 일본 제국주의의 가해자성을 지우고 피해자성을 도드라지게 하는 나이브한 묘사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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