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우 최희서, 감독 최희서, 호기심 많은 사람 최희서 [★FULL인터뷰] [종합]

부산국제영화제=김미화 기자  |  2021.10.11 11:00
배우 최희서 /사진=부산=김창현 기자 배우 최희서 /사진=부산=김창현 기자


배우 최희서(35)가 다시 부산을 찾았다. 지난해, 조용히 진행됐던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참석해서 영화의 숲 조성행사 등에 참석했던 최희서는 올해 하드컷 X 왓챠 숏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의 단편 영화 감독으로 영화제를 찾았다. '언프레임드'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네 명의 아티스트(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가 마음속 깊숙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연출한 숏필름 프로젝트다. 최희서는 '언프레임드' 프로젝트 속 '반디'의 감독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영화 '동주', '박열'등의 영화에서 강렬하게 눈도장을 찍은 최희서는 '아워 바디'를 이끌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지난해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관객을 만났다. 드라마 '비밀의 숲2'에도 출연하며 대중과 만남을 넓혔다. 또 최희서는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개봉과 드라마 '지금은 헤어지는 중' 공개를 앞두고 바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최희서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아 연기까지 펼친 '반디'는 싱글맘 소영과 아홉 살 딸 반디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최희서가 싱글맘 역할을 맡았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딸 역할을 연기했던 박소희와 다시 모녀 호흡을 맞췄다. 최희서가 연출한 단편 영화 '반디'는 싱글맘 소영과 딸 반디의 이야기다. 홀로 키우는 딸 반디가 말을 더듬자, 그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가진 엄마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최희서는 더욱 밝은 모습이었다. 드라마를 촬영하는 도중에 단편 영화 연출까지 하며 빡빡한 일정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영화로 내 놓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최희서와 직접 만나 감독 최희서, 배우 최희서, 그리고 사람 최희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배우 최희서 /사진=부산=김창현 기자 배우 최희서 /사진=부산=김창현 기자


-'언프레임드'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소감이 어떤가.

▶지난해에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왔었다. 지난해에는 썰렁한 영화제라서, 마음이 울적했다. 관객도 얼마 없었고 너무 썰렁한 분위기에서 GV(관객과의 대화)를 하면서, 이러다가 영화제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까지 했었다. 올해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는 것 같아서 기쁘다. 관객들이 지지해 주시는 것 같아서 벅차오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언프레임드' GV까지 했고, 많은 분들이 잘 봐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이번에는 감독으로서 영화제에 참석했다.

▶배우로서 올 때보다 감독으로서 오는게 훨씬 더 떨렸던 것 같다. 감독으로서는 지금까지 없던 이야기를 첫 소개하는 것 아닌가. 긴장해서 첫 날에는 잠도 못잤다. 기분이 좋기도 했다. 개막식 날, 제 영화의 주인공인 아역배우 박소이의 첫 레드카펫을 함께 했다. 소이의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자리다보니, 박소이 배우와 레드 카펫에 함께 서주고 싶었다. 소희에게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함께 한 박소이를 캐스팅 하면서, 시나리오까지 수정했다고.

▶'반디'는 제가 3년 전 썼던 시나리오다. 2년 전 태국에서 박소이 배우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촬영하면서 이 친구라면 제가 쓴 시나리오를 잘 소화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연령대도 맞았고, 연기력이 좋고 맑은 눈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해 소이 배우 어머니께 '저랑 단편영화 같이 하실래요'하고 말을 꺼내놨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서랍 속 시나리오를 꺼냈다. 원래 시나리오 속 반디는 아예 말을 못하는 아이였는데, 소이라면 불안감에 말을 더듬는 캐릭터를 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바꿨다.

배우 최희서 /사진=부산=김창현 기자 배우 최희서 /사진=부산=김창현 기자


-'언프레임드' 프로젝트를 함께 한 이제훈, 박정민, 손석구 등 다른 배우들이 내놓은 작품을 어떻게 봤나.

▶ 너무 놀랐다. 영화들이 너무 좋았다. 영화랑 감독이 너무 닮아서 본인의 색깔이 나오는구나 생각했다. 저도 제 영화를 보면서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세 분도 그 개성이 고스란히 담겨서 단편을 보는 재미가 있더라. 장점이 다르고 톡톡 튀는 개성도 다르다. 어떤 영화는 편집과 음악이 눈에 띄고, 어떤 영화는 배우의 연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분신같은 배우를 캐스팅 하기도 했다. 저희가 다 또래고 친하다. 그러다보니 마치 저희만의 작은 축제 같았다.

-첫 영화 연출이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 너무 많은 선택들이 저의 결정으로 이어지는게 힘들었다. 아주 디테일부터 제가 확인을 하고 조명의 밝기까지 모든 것을 제가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막중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정말 카메라 뒤에서 모든 것을 통솔하는 것은 어렵다. 감독님들은 대단하시구나 생각했다. 제가 제 영화에 출연도 하다보니, 카메라 밖에서 있다가 앞에서 연기하는데 너무 마음이 편하더라. 연기를 하면서 '여기가 내 집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같이 한 배우들과 고민도 같이 나눴나.

▶ 저는 손석구 배우와 시나리오 모임을 할 만큼, 시나리오에 관심이 많다. 손석구 오빠가 아무 말 없이 시나리오만 6고까지 보냈다. 저도 오빠에게 시나리오를 보내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영화 취향이 비슷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박정민 배우 촬영 현장에는 제가 스케줄 때문에 못 갔지만, 카카오 톡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훈 오빠 촬영 현장도 드라마 촬영으로 못갔지만 응원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제훈 오빠는 제 영화 촬영 첫날 와주셨다. 그래서 사실 영화에도 나온다. 그런데 두 번 보시지 않으면 모르실 거다. 두번 보셔야 한다.(웃음)

-기존에도 영화를 연출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지.

▶저는 연출 욕심은 없다. 감독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없었고,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 놓고 싶다는 생각 같은 것을 갖고 있었다. 제가 작품에서 두 번 연속 싱글맘 역할을 했다. 작품 속에서 주변 인물로 묘사되는 싱글맘이 연기하는 주에게는 주인공이었다. 싱글맘에 대해서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싱글맘이라는 인물을 내면 깊숙이 바라보는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데, 그것이 연기에 대한 원동력으로 이어진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한 것도 그것의 연장 선상인 것 같다. 연출 욕심이 없다고 말씀드린건 이야기가 하고 싶고 사람이 궁금하지만, '내가 감독이 될거야'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디'처럼 기회가 생긴다면 이야기 하고 싶다. 상업 영화나 블록버스터는 못할 것 같다.

-'반디' 이후 또 영화를 연출할 생각이 있나.

▶연출하며 머리카락이 진짜 많이 빠졌다. 제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렇더라. 배우로서 느끼지 못했던 스트레스를 이번에 체감했다. 드라마 촬영 중이라 몸이 더 힘들었다. 밤을 새고 단편을 찍고, 다시 촬영장 가서 드라마 찍고 하는게 쉽지 않았다. 창작에 대한 욕심은 있다. 제가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 이미 만들어 놓은 작품 속 캐릭터를 제안 받고 연기하는 것과, 제가 이야기를 창조하는 것은 다른 성취감이 있더라. 존재하지 않던 이야기를 내가 만드는 것 아닌가. 내가 만든 작품을 '내 새끼'라고 표현하는게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연출 안한다'라고 했다. 그런데 편집을 하고, 음악을 넣으며 작품이 생명을 갖게 되니 기분이 좋아졌고 앞으로도 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물론 이 결정은 제가 하는게 아니다. 제 영화를 봐주시는 관객들이 좋다고 해주시면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 별로라고 하시면, 연기만 열심히 잘 할 생각이다.(웃음)

배우 최희서 /사진=부산=김창현 기자 배우 최희서 /사진=부산=김창현 기자


-지난해 '비밀의 숲2'에 출연해 주목 받았고, 올해 또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공개를 앞두고 있다.

▶저는 영화로 먼저 관객을 만났는데, 드라마를 하니까 더 많은 관객을 만나는 느낌이다. '지금은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맡은 황치숙 역할은, 제가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라 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또 작가님, 감독님, 송혜교 배우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제가 송혜교 언니의 엄청난 팬이다. '가을 동화'를 보고, '풀 하우스'를 보고 자라서 언니와의 작업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내가 송혜교 배우랑 같이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저랑 송혜교 언니랑, 박효주 언니랑 여고동창생으로 함께 했다. 언니들이 저를 너무 많이 배려해 주셨고, 너무 잘 맞았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날도 '오늘 촬영이지' 하고 연락하고 잘 챙겨주셔서 고마웠다. 지금도 매일 단체방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저에게는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가 그동안 못 보여준 캐릭터를 보여주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더 큰 것은 사람이 남았다는 것이다. 제가 영화제에 온다고 했더니 본인 SNS에 사진도 올리면서 응원해줬다. 너무 고맙다.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멜로드라마기도 하고, 워맨스도 많이 담겨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못 보여준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어 기대한다고 했는데, 캐릭터 선택 기준도 새로움인가.

▶그런 것 같다. 저는 호기심으로 다가 간다. 한 번 해본 인물 보다, 새로운 인물을 찾게 된다. 저는 새로운 것, 저는 해보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편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제 스스로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뭔가 계속 새로운 것을 해야 자극을 받는 편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도 새롭다. 한국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일본 감독님의 영화다. 이시이 유야 감독님이 짧은 시간에 저를 간파하시고는 '희서씨는 도전자네요' 하시더라. 이 독특한 영화를 관객이 어떻게 봐 주실지 궁금하다.

배우 최희서 /사진=부산=김창현 기자 배우 최희서 /사진=부산=김창현 기자


-지난 2019년 6년 간 만난 동갑 연인과 결혼식을 했다. 결혼 후 달라진게 있나.

▶결혼을 하고 나니 안정감으 느껴진다. 그게 배우로서 어떤 변화를 준다기보다는, 집에 가면 항상 저를 응원하는 내 편이 있는 느낌이다. 저를 잘 아는 사람이 단단하게 받쳐주는 것 같다. 그게 저의 커리어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제가 힘들거나 몸이 아플때는 물론이고,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때도 남편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다. 업계 사람도 아니고 비연예인 30대 남성인 남편의 저의 첫 관객이고 제게 객관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이다. 제가 그런 글을 쓴 적도 있는데, 여자 배우가 결혼 하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선입견을 깼으면 좋겠다.

/사진=최희서 SNS /사진=최희서 SNS


-결혼식 때 찍힌 사진이 큰 화제가 됐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와인을 따르며 전화를 받고, 와인을 병째로 마시는 모습에 팬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저도 그 사진을 최근에 또 봤다. 친구가 연락이 와서는, 어디선가 그 사진을 올리고 '신혼 가전 세일'이라고 제품을 판매 중이라고 하더라. 친구가 초상권 침해 아니냐고 했는데, 저는 그냥 괜찮다고 했다. 그 사진 좋아해주셔서 기분이 좋다.(웃음) 그 사진은 제가 뭔가를 만들어보려고 찍은게 아니라 친구가 피로연 중에 찍은 사진이다. 제가 결혼식 피로연에서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려고 많이 사놨다. 그런데 바빠서 많이 못마셨다. 드디어 앉아서 와인을 따라서 마시려고 하는데 엄마 전화가 왔다. 엄마가 아직 안 끝났냐고 하셔서 '엄마 아직 안 끝나서 못가'하고 통화 중이었다. 하하. 그 사진 속 통화 상대는 엄마다.

배우 최희서 /사진=부산=김창현 기자 배우 최희서 /사진=부산=김창현 기자


-향후 계획은.

▶이제 선물 꾸러미 열 일만 남았다. 공개 예정 작품을 선물꾸러미라 생각한다. 영화 개봉하고, 드라마도 나온다. 그리고 책도 쓰고 있다. 책은 내년 연초에 나올 것 같다. 책에는 배우 최희서, 30대 여성 최희서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차기작은 아직 결정을 못했는데 고민하고 있다. 제가 연출하고 출연한 '반디'가 12월 왓챠서 공개되니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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